사이 특강 ‘내 안의 빛을 밝힌 백두대간 770km’ 현장을 가다

서대문50플러스센터의 프로그램을 살펴보다가 호기심을 자극하는 강연을 발견하였다. ‘내 안의 빛을 밝힌 백두대간 770km’ 산을 좋아하는 기자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백두대간’이란 단어였다. 퇴직 후에 우리나라 100대 명산을 완등하고 현재 백두대간 길을 도전하고 있는 기자에게 ‘백두대간’만큼 애착이 가는 단어는 없었다.

 

서대문50플러스센터에서 중장년 관심 주제의 책을 선정하고 저자를 직접 초청하여 수강생과 연결해 주는 프로그램이 있다. ‘책과 사람을 잇는 사이 특강’이라는 타이틀로 진행되는 센터의 대표적인 명사 특강이다. 책을 매개로 작가와 수강생을 서로 연결해 주는 사이 특강은 온라인으로 직접 궁금한 점을 묻고 답할 수도 있는데, 매회 100명에서 시작한 사전 수강 신청자를 200여 명 이상 증원할 만큼 인기가 많았다.

 

기자는 온라인으로 강연을 듣는 것보다 직접 저자를 보고 싶어 빗속을 뚫고 촬영 현장으로 달려갔다. 촬영 장소인 온라인 강의실 입구의 배너와 안내 포스터 등을 볼 때 오래전부터 센터를 이용하는 당사자들에게 충분히 홍보된 것 같았다. 

 

1+%26+2.png
▲ 강의장 입구 풍경 ⓒ 시민기자단 이춘재 기자 

 

강의장에서는 작가와 기술적 문제들을 사전 점검하는 센터의 담당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오늘의 주인공 조태경 작가는 수강생들을 만나기 위해 준비한 강연자료를 다듬으며 준비하고 있었는데 긴장한 빛이 역력하였다. 촬영장을 감도는 긴장감의 무게가 커서 기자도 숨죽인 채로 조신하게 있어야 했다.

 

3+%26+4+%26+5.png
▲ 촬영 준비에 바쁜 작가와 스태프 ⓒ 시민기자단 이춘재 기자

 

사전 강연을 신청한 수강생들은 문자나 메일로 알림 메시지를 받고 장소에 구애 없이 손쉽게 접속이 가능했다. 

 

6+%26+7.png
▲ 모바일로 받은 특강 메시지와 접속 장면 ⓒ 시민기자단 이춘재 기자

 

이윽고 시침이 2시를 가리키자 한 치의 오차 없이 큐 사인이 내려졌다. 감미로운 음악이 정적을 깨고 흐르자 강사의 부드러운 음성이 이어졌다. 300여 편의 자작 시를 지었다는 작가는 시인이 되어 자작 시를 낭송함으로써 강연의 시작을 알렸다.  

 

8+%26+9.png
▲ 강연 시작 장면 ⓒ 시민기자단 이춘재 기자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된 백두대간

 

작가는 무려 27년이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젊은 시절 백두대간을 걷게 된 사연을 얘기하였다. 산길을 걷는 일이 일반적인 취미생활 차원을 넘어선 심오한 삶의 몸부림이었다는 것을 담담한 어조로 얘기하였다. 인생의 가장 화려한 시기이면서 정신적으로 고민하고 갈등하고 방황하던 시기인 청춘, 그 무렵 작가는 커다란 삶의 무게를 짊어져야 했는데 그것은 바로 절친의 죽음이었다고 했다.

“히말라야 바기라티 4봉(6,193m) 원정대로 떠나 세계 최초의 루트를 개척하는 중에 눈사태로 친구를 잃게 되었다. 눈앞에서 절친의 죽음을 목격하면서 아무런 조치도 취할 수 없었던 나는 죄책감을 견디지 못하고 인생의 나락 직전까지 떨어져 버렸다. 무기력한 자신을 보면서 삶에 대한 회의가 일었다. 친구의 죽음이라는 환영(幻影) (운명처럼 친구의 이름도 ‘환영’ 이었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삶은 희망과는 거리가 멀었다.”

산 사나이인 작가가 마지막 수단으로 선택한 건 백두대간이었다. 

“낙동정맥의 끝에서 시작하여 진부령까지 770km나 되는 산길을 홀로 걸으며 스스로 문제를 찾고자 했다. 처음엔 자학의 길이었을지 몰라도 결과적으로는 잘한 선택이 되었다. 대간의 자연을 거닐며 산하의 아름다움도 알게 되었고 삶과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에 대해서 끊임없이 묻고 답하는 길 문답의 시간이 되었던 것이다. 허기와 갈증, 추위와 외로움, 그리고 부상을 이겨내면서 완주하는 동안 평소 풀지 못했던 생의 궁금증들이 하나씩 풀렸다. 친구의 죽음이 가져온 무거운 죄책감도 훌훌 털어버릴 수 있게 되었으며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야말로 삶의 기반임을 깨닫게 되었다”

 

작가에게 백두대간은 길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과정이었고, 결국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

 

강연이 진행되는 동안 많은 수강생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그만큼 관심이 많았던 강연이었다.

 

 사진10.png

▲ 강연 후 질문들 ⓒ 시민기자단 이춘재 기자

 

처음엔 가벼운 산행 이야기인 줄 알았다가 무거운 주제에 순간 당황했지만 기자에게도 긴 여운이 남았다. 살아가는 동안 끊임없이 묻고 답하는 것이 삶의 여정이라고 생각했다. 100대 명산 완등이 인생의 전환점이 된 거라든지, 걷는 동안 우리 산하의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에 감탄하는 일, 자문자답을 통해 인생 여정을 깊이 성찰하는 일 등 기자도 동질감을 느끼는 부분이 많았다. 강연 후에 설문에 참여해 준 수강생 중 추첨을 통해 10명에게 직접 사인한 책을 선물로 증정한다고 한다.

 

11+%26+12.png
▲ 수강생을 위해 준비한 책에 직접 사인을 하는 작가 ⓒ 시민기자단 이춘재 기자

 

나는 영광스럽게 강사가 따로 준비한 책 『나는 산을 걷는다』 를 선물로 받았다. 강연으로 해결하지 못한 궁금증은 책에서 찾아보리라 마음먹고 밤을 새워 읽기 시작하였다. 책은 백두대간을 걸으며 젊은 시절의 방황을 스스로 이겨낸 한편의 서사였다. 마지막에 이르러 고뇌와 방황의 계기가 된 굴레(친구의 죽음에서 온 죄책감)를 벗어나는 순간 기자의 눈시울도 붉어졌다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 여정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는 순간을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것이다. 우리 모두 그 시기에 좌절하지 않고 끝내 극복해 오늘에 이르렀으니 장하고 아름다운 중년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최선을 다하는 삶의 소중함에 대해 강연을 통해 다시 한번 더 깨닫게 된 소중한 하루였다. 

 

 

시민기자단 이춘재 기자 (grnllee@naver.com)

 

2023_50플러스온라인명함(이춘재_서대문).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