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50플러스센터의 ‘50+를 위한 찾아가는 수어 교육’ 

지금으로부터 3년 전인 2019년 4월, 강원도 고성에 산불이 났었다. 정부가 국가재난사태를 선포할 정도로 산불의 규모는 어마어마했다. 언론 매체에서 시시각각으로 산불 소식을 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화마가 덮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있었다. 농인이었다. 이유가 뭐였을까? 지상파 방송 3사의 재난 속보 어디에도 수어 통역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장애벽허물기)’이 발 벗고 나섰고, 우여곡절을 거쳐 2020년 7월부터 지상파 방송 3사 메인 뉴스에 수어 통역을 전체 화면의 1/16만 한 크기로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19 재난 브리핑 방송에서는 달랐다. 처음으로 수어 통역사 모습이 축소되지 않은 채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왈가왈부하는 사람들은 있다. 하지만 수어 통역이 필요함은 극명한 사실이다. 

 

한국수화언어법에는 ‘한국수화언어(이하 “한국수어”라 한다)는 대한민국 농인의 공용어’라고 명기돼 있다. 한국수어가 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갖는 별개의 공용어라는 것. 이는 농인에게 모국어는 한국어가 아니라 한국수어라는 의미이다.

 

소통의 중요성! 강조 또 강조해도 무방한 것 중 하나다. 사람들은 외국인과 소통하기 위해 외국어를 배운다. 그런데 농인, 다시 말해 청각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소통하려면 수어가 필요하다. 좀 더 폭넓은 소통을 원하는 50~60대를 위해서 서대문50플러스센터는 2019년부터 꾸준히 수어 배우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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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부터 수어 강좌를 개설해온 서대문50플러스센터. ⓒ 50+시민기자단 김은정 기자

 

현재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50+를 위한 찾아가는 수어 교육’이다. 6월 28일부터 7월 29일까지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진행 중이다. 수강료는 고맙게도 무료다. 10회에 걸쳐 진행되는 ‘50+를 위한 찾아가는 수어 교육’의 강사는 황혜진 농어통역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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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회 과정으로 진행되고 있는 ‘50+를 위한 찾아가는 수어 교육’. ⓒ 50+시민기자단 김은정 기자

 

수어 강의실 스케치

7월 19일 화요일에 서대문50플러스센터 3강의실을 찾아갔다. 통상적인 강의실은 강사가 강의하는 소리, 수강생이 질문하는 소리가 들리기 마련. 그런데 수어 강의실은 조용하다. 가끔 웃음소리가 들릴 뿐. 소리로 말하는 법을 배우는 게 아니라 ‘표정’, ‘입 모양’, ‘손동작’으로 말하는 법을 배우기 때문에 조용할 수밖에 없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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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19일 강의 교재. ⓒ 50+시민기자단 김은정 기자

 

“수어, 왜 배우세요?”라는 질문에 두 명의 수강생이 같은 답을 한다. “배우고 싶어서요”라고. 그리곤 똑같이 한마디씩 덧붙인다. “봉사하려고요.” 그렇다. 실제로 서대문50플러스센터는 2019년 수어 강의를 시작한 후 수어 봉사 동아리인 서대문구 수어통역센터 자원봉사단 ‘손오공’을 결성하고 활동 중이다. 손오공은 ‘손(手)으로 오십 플러스가 함께(共)한다’라는 뜻이다. 수강생들의 만족도가 높음에 따라 심화 강좌까지 개설했다.

 

서대문구 수어통역센터에서 농인 대상 치매 예방 보드게임 강사로 활동 중인 탁영란 님은 “3년 전 기본적인 수어를 배웠는데, 수강생들과 좀 더 원활을 소통을 위해서 서대문50플러스센터에서 수어 강의를 듣고 있어요. 보드게임 수업할 때 수어 통역사가 계시지만, 제가 설명을 해드리면 더 좋을 것 같아서 배웁니다”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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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어 배우기에 푹 빠진 서대문20플러스센터 학습자. ⓒ 50+시민기자단 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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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어를 배우고 있는 서대문20플러스센터 학습자. ⓒ 50+시민기자단 김은정 기자

 

쉬는 시간에도 쉬지 않고 궁금했던 내용을 강사에게 묻는 수강생들에게서 뜨거운 열정이 느껴졌다. 수어를 배우고 싶다면, 서대문50플러스센터 수어 강의를 신청하면 된다.  ‘50+를 위한 찾아가는 수어 교육’은 하반기에도 계속 될 예정이다. 그리고 예습 복습은 국립국어원 한국수어사전을 활용하면 좋겠다.

 

글 사진 50+시민기자단 김은정 기자 (twinkle01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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