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 노마드를 꿈꾸며 첫발 내딛기

유튜버로 살아보기 >

 

인터뷰 : 30여년의 공직생활을 하고 작년 8월에 은퇴한 익명의‘A

 

하루는 해변에서 서핑을 즐기다 잠깐 파라솔 아래서 노트북을 꺼내 들고 일 처리를 하고, 비 오는 날은 파리의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창밖 풍경을 보면서 작업을 하고, 또 다른 날은 스페인 천재 건축가 가우디의 파밀리아 성당 근처에서 관광객을 바라보며 일한다. 이런 꿈같은 일과 자신만의 자유를 만끽하며 사는 사람들이 있다.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는 프랑스 경제학자 자크 아탈리가 1997‘21세기 사전에서 처음 소개한 용어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업무에 필요한 노트북, PDA,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를 가지고 경제적 자유를 누리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여행과 취미를 즐기면서 세계 곳곳을 누비는 삶은 너무나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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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노마드가 활용하는 디지털 기기들과 여행 그리고 꿈 (출처: Pixabay 무료사진

 

지금은 은퇴를 한 A10년 전에 잘 알고 지내던 직장 선배로부터 자신의 손때가 묻은 책 를 선물로 받았다. 작년에 베스트셀러에 오른 <타이탄의 도구들>의 저자 팀 페리스가 쓴 책이다. 1주일에 4시간만 일하고 산다? 제목이 너무나 강렬했다. 휴가도 제대로 못 찾아 먹고 집안 경조사도 참석하지 못할 때가 다반사였던 A의 직업에서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더 끌렸던 듯싶다.

 

그때부터 A의 디지털 노마드의 꿈은 시작되었다. 은퇴 후 제주나 남해에서는 물론 가까운 동남아, 일본, 뉴질랜드, 나중에는 유럽에서의 한 달 살기까지 상상의 나래를 폈다. 노트북과 아이패드만 가지고 여행하며 맛집 투어와 관광, 그리고 여유로운 힐링을 즐기며 유튜브 채널 영상 제작, 블로그에 글 올리기, 디지털 드로잉, 그리고 온라인 쇼핑몰 운영이나 전업 투자 등 생각만 해도 환한 미소가 떠올랐다. A의 직장 상사였던 어떤 분은 아내와 함께 1년에 두 차례씩 뉴질랜드, 동남아에서 한 달에서 두 달 살기를 실제로 하고 계셨다. 아주 부자는 아니었지만, 재테크를 효과적으로 하신 덕분이었다.

 

A가 공직생활에서의 퇴직이 1년 정도 남은 재작년 중순이었을까. 두 선택지가 놓였다. 잘하는 분야에서 경력을 살린 재취업과 능숙하지는 못하지만 좋아하는 분야에서 도전적인 삶! 주변 친구들은 공직생활 때 관련된 업체에 재취업을 해서 경제적 여유를 갖거나 준비 중이었다. 그의 아내 마찬가지로 소득이 반토막이 되다보니 은근히 재취업을 바라는 눈치였다. 하지만, 평생 치열한 삶 속에서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일을 또다시 뒤로 미뤄야 한다는 말인가. 더군다나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경제적 수입이 증가하는 일은 더 어려워 보였다. 인생 2막에서 A는 앞날에 대한 불안감과 초조함에 어느 선택지든 택하지 않으면 안 되는 무더운 여름의 끝자락 8월 막다른 골목까지 왔다.

 

A는 자신에게 묻는다. “뭘 좋아하지? 나는?”

 

또 다른 나는 대답한다. “부족하긴 하지만 크리에이터로서의 기질이 있는 거 아냐?”

 

A는 결국 유튜브 채널, 디지털 드로잉, 그리고 블로그에 글을 올리기 등 수입은 극히 미미할 수 있지만 N잡러로서 디지털 노마드 꿈을 현실로 이루고 싶었고 드디어 첫발을 내디딜 결심을 했다. 너무나 익숙해진 엄마의 뱃속에서 완전히 다른 세상을 맞이할 두려움에 잔뜩 웅크린 몸을 힘차게 펴는 태아처럼.

 

하지만 나아갈 세상은 만만치 않았다. 마치 산고를 겪는 산모와 태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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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의 유튜브 채널 <책 앤 아크 :      https://www.YouTube.com/@user-sw9mt6ur5q/videos > 동영상 가운데 적게 일하고 자유를 얻는 초생산성을 가진 디지털 노마드 썸네

 

 

영상편집 프로그램은 프리미어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유료였기 때문에 무료이지만 괜찮은 프로그램을 검색했다. 할리우드에서 영상 제작자들이 많이 사용하고 있는 다빈치 리졸브가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영어버전 밖에 없었다. 하이퍼인플레이션 시대에 초기 생산성은 수입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출을 최소화하는 것은 더 중요하다. 결국, 매달, 매년 지출되는 프리미어 사용료를 줄이는 험난한 길을 선택했다. 유튜브에서 다빈치 리졸브 사용법이라고 검색해서 조회 수가 많은 채널로 들어가 매일 공부했다. 기능 설명이 부족하면 다른 채널을 다시 검색하고 설명이 부족한 영어 기능키는 파파고로 번역해서 매뉴얼을 보완하고 노트에 기록했다. 이제 대충 공부했으니 영상을 테스트용으로 실제 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거 웬걸? 내 노트북에 다운로드해 설치했지만, 성능이 너무 낮아 프로그램 실행 속도가 현저히 떨어졌다. 3분짜리 영상을 만들어 굽는데 40분 정도 걸렸다. 결국 GPU(그래픽 처리능력) 등 고사양 노트북을 구매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2 ~ 300만 원 하는 대기업 제품이 아닌 중저가 모델 중에서 댓글이 많이 달린 제품을 100만 원 조금 넘게 주고 샀다.

 

본격적으로 영상 제작을 위한 구상을 했다.

 

첫 단계로 유튜브 채널의 성격을 결정짓는 일이다. A는 독서를 좋아했기 때문에 자신이 운영 중인 블로그와 네이버 e 북카페에 올린 서평 중에서 영상화시킬 만한 콘텐츠를 찾았다. 스토리라인을 재구성하고 더빙을 해서 장면별 적합한 사진과 동영상을 덧붙이는 독서 리뷰 콘텐츠로 정했다. 좋아하니 몰입해서 최적의 경험을 쌓을 수 있는 분야였다.

 

두 번째 단계는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 시키기 전에 인기 있는 유튜브 채널 <책 그림>에서 모방할만한 영상물을 그대로 따라 하며 연습을 3~4 작품 정도 했다. 하지만 노트북만 가지고 그 영상물에서 나타나는 각종 효과나 애니메이션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기기가 필요했다. 딸들이 미대를 졸업해서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등이 가능했다. 필요한 사진을 수정해 주었지만 직접 그리거나 편집하기 위해서는 아이패드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결국, 거금 130만 원을 주고 아이패드를 사서 애니메이션을 제작해서 영상 소스로 사용했다.

 

세 번째 단계는 유튜브에 세상에는 없는 나만의 창조물을 올리는 일이었다. 유튜브 채널을 노아의 방주처럼 방대한 지적 창조물을 담고 있는 채널이란 의미로 <책 앤 아크; & Arc>로 정하고, 1주일에 한 편 정도를 만들 계획을 세웠다. 처음은 1주일 이상이 걸렸지만, 점차 3~4, 그리고 2~3일 정도면 한 작품이 완성되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유현준 씨의 공간이 만든 공간이란 책을 읽고 <서양의 건축물, 신이 주신 능력인가>, 하버드 수명혁명 프로젝트를 이끈 데이비드 싱클레어 박사의 노화의 종말이란 책을 읽고 영상화한 <9가지 큰 질병을 막는 유일한 방법>, 일론 머스크에 관련된 책 읽고 영상화한 <지구상에서 미래에 가장 먼저 도착한 남자> 등을 업로드시켰다. 최근에는 서초 50플러스 센터에서 연결해 준 보람 일자리의 하나로 송파 청소년센터에서 홍보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여러 청소년의 동아리 활동사진과 동영상을 활용하여 스토리를 입히는 작업 중이다.

 

스마트폰은 인체의 12번째 장기(臟器)이다. 포노사피엔스의 저자 최재붕 씨는 사람은 인체의 56부에 스마트폰이라는 12번째 장기를 추가하여 지적 능력을 확장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전에는 공부하고 경험한 것만을 지식이라고 생각했지만, 포노사피엔스 시대에는 지적 영역을 확대할 수 있는 검색이라는 새로운 능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뇌는 잘 모르는 것도 검색하면 찾아서 알 수 있다는 것을 안다. 아는 것도 검색을 통해 확인하기까지 한다. 유튜버 초짜인 A가 유튜브 영상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검색하면 무엇이든 알 수 있고 학습이 가능하다는 소위 메타인지가 작동된 결과이다. 더 높은 고차원이란 의미의 메타인지가 합쳐진 메타인지가 높은 사람들은 목표에 대한 성취도가 높다.

 

실버세대가 아닌 골든 에이지를 살고 있는 우리 중장년들에게 디지털 세상은 젊은이들만의 공간이 아니라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한 무대다. 수억 경쟁자를 물리치고 엄마의 자궁을 뚫고 세상으로 나오기보다 어렵겠는가?

 

우린 너무나 젊기에 ~

 

다음 회는디지털 노마드를 꿈꾸며 첫발 내딛기 온라인쇼핑몰 운영하기가 연재됩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시민기자단 서상록 기자 (qmsss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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