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살이 탐색과정 '강릉에서 살아보기' 

두 개의 다리 사이, 

한편의 스틸 영화 강릉바우길 5구간 바다 호수길을 걷다!

 

 

()은 저마다 이름을 가진다. 길 이름을 들으면 저절로 연상되는 풍경이 있다. 올레길에서는 좁지만 정겨운 골목의 모습이 떠오르고, 해파랑길에서는 바다와 파도의 냄새가 풍긴다. 바우길의 인상은 우직함이다. 하지만 바우길 5구간 바다 호수길은 이름 그대로다. 빙하의 시샘으로 만들어진 경포호가 그렇지만, 날씨만 좋다면 바다도 호수로 둔갑한다.

 

날씨 변덕 심한 강릉이지만 한껏 푸르렀고, 숨쉬기 더할 나위 없이 맑았다. 여담이지만 그날 오후 비가 내렸고, 구슬 아이스크림만 한 우박이 쏟아졌고, 쌍무지개도 떴다. 남대천과 바다가 맞닿은 남항진에서 이기호 강릉바우길 사무국장을 만났다. 15킬로 바다 호수 길을 다 걷지는 못하겠지만 한 편의 영화를 보여주겠노라 자신했다.

 

#Take 1. 남항진을 출발, 솔바람다리를 건넜다. 산과 바다를 함께 누릴 수 있음이 바우길의 매력이다. 대관령과 선자령을 걸으며 바다를 내려다보고, 해변 길을 가로지르며 산을 바라볼 수 있다. 저 멀리 대관령의 풍력 바람개비와 영동고속도로가 랜드마크 역할을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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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e 2. 솔바람다리를 건너 곶을 도니 바로 안목해변 커피 거리이다. 왼쪽으로는 산토리니를 비롯하여 카페가 늘어서 있다. 몇 번을 왔지만, 커피 거리와 솔바람다리를 엮진 못했다. 안목(眼目)이 좁은 탓이리라. 오른쪽으로 탁 트인 코발트빛 바다가 시원하다. <맘마미아><일 포스티노>의 바다가 부러운 적이 있었지만, 지금 강릉의 바다가 더 친근하게 다가온다. 백사장은 고우면서 길었고, 바다 물결은 고요했다. 토박이만 들른다는 카페를 찾아 라떼를 즐겼다. 

 

[크기변환]사진1안목해변.jpg
 

 

#Take 3. 송정해변 곰솔 숲길로 들어섰다. 해송(海松)이 곰솔이다. 거친 해풍을 견디느라 곧추 자랄 겨를 없어 기괴하게 구부러진 모습이다. 저만치에서 걸음을 재촉하는 추임새가 들렸지만, 강릉 사투리는 오히려 느긋함을 재촉했다. 더 느리게 걸었다. 맨발의 

산책객들이 눈에 띈다. 유덕화와 장만옥 리즈 시절의 영화 <열혈남아>의 홍콩 란타우섬 바닷가가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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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e 4. 곰솔 숲 사이로 바우길은 이어진다반지액자하트계단 등 다양한 조형물과 포토존이 무료함을 씻어준다바다를 바라볼 수 있게끔 곳곳에 벤치가 설치되어 있다누군가 드라마<그녀는 예뻤다>의 촬영 장소라 말해 줬다바다는 여전히 명경(明鏡), 맑은 거울이다. 

 

[크기변환]사진3.+송정해변+구부러진+소나무.jpg
 

#Take 5. 강문해변 솟대다리를 건넜다()의 문()이라고도 했고강릉의 관문이라고도 했다솟대와 삼족오(三足烏)가 아닐까 미심쩍어했던 가로등 모양의 비밀을 풀었다남쪽 삼한 지방의 소도와 동예의 후예 하슬라(강릉의 옛 이름사이를 바로 연결하기엔 먼 거리가 있었다풍년을 기원하기 위해 볍씨 주머니를 장대 끝에 높이 매단 것이 솟대의 유래이다송강 정철이 관동별곡에서 강문해변의 아름다움을 노래했던 역사도 전해진다. 

 

 [크기변환]사진4강문해변+솟대.jpg
 

#Take 6. 길을 따라 북쪽으로 걷으면 경포해변이 나오고주문진양양속초고성을 거쳐 해파랑길의 출발점 통일전망대에 이를 것이다그리고 더 멀리 원산과 청진을 거쳐 블라디보스토크에 닿을 것이다아시아 트레일에 관한 이야길 나눴다. (며칠 후 주문진에서 사흘을 머물렀고 소돌 바위에서 새벽 일출을 경험했다) 

 

[크기변환]사진5주문진+일출.jpg 

 

바다 호수길의 행진은 경포호를 앞두고 멈추고, 허난설헌 생가로 방향을 돌렸다. 숲을 사랑하는 For!rest 소속의 숲해설가, 산림치유지도사들과 함께했다. 소나무 숲에 드러누워 하늘을 봤다. 솔가지들이 왕관처럼 수줍은 모습을 하고 있다. 눈을 감고 솔향 냄새 맡으며 바람의 소리를 들었다. 알싸한 향의 탱자 열매를 선물로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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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과 걷기에 관한 영화 몇 편을 떠올렸다. <나의 산티아고>의 산티아고 순례길, <워크 인 더 우드>의 Appalachian Trail, <와일드>의 Pacific Crescent Trail이다우리 영화로는 <올레>의 제주만이 기억날 뿐이다영화에서 모두가 위로를 받고자 길을 걷는다

 

[크기변환]사진7영화모음꼴라주.jpg

 

강릉의 시간은 서울보다 천천히 흐른다중년의 시간 또한 느리다그러므로 아껴 써야 한다솔바람다리와 강문솟대다리까지 약 6킬로의 느림보 걷기는 한 편의 스틸 영화였다.  



*** 본 글은 지역살이 기록가가 강릉에서 살아보며 담아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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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과 관련된 자세한 사항은 12월 출간되는 '여행처럼 시작하는 지역살이 가이드북 : 강릉에서 살아보기' 도서로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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