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영화관 나들이에 주요 동행자가 되어주는 친구 J. 그가 요즘들어 부쩍, 뭔가 좀 특별한 영화가 없냐고 추천 목록을 채근한다. J는 스스로 책을 선택해서 읽을 수 있었던 나이 때부터 줄곧 추리소설 읽기에 매진했다.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들은 물론, “괴도 루팡이나 셜록 홈즈를 거쳐, 고등학교 시절에는 학교 도서관 책장에 꽂혀있는 일본 추리소설들을 섭렵했다. 혼자 지내야 하는 시간이 많았던 소녀는 아마도 소설 속 단서들을 벗삼아 사건의 퍼즐을 맞춰가면서 외로움을 잊거나 혹은 즐겼을 것이다. 물론 어른이 되어서도 애오라지, 제목에 ‘CSI’가 들어간 드라마에 흥미를 느꼈다. 그 덕분인지 TV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면 으레, 다음 장면을 예고해주는 스포일러가 되곤 한다. ‘뻔한 스토리뻔한 반전이 득시글거린다고 볼멘 소릴 하면서.

그런데 이런 불만은 비단 J만의 것은 아니리라. 다음 장면이 쉽게 예측되는 스토리 전개, 익숙한 미장센mise-en-scene;영화감독이 주제를 드러내기 위해 한 화면에 담는 이미지의 구성과 카메라 워킹, 전형적인 캐릭터 등에 지루함을 느끼는 당신이라면, 오늘도 썸씽 스페셜something special한 영화를 찾고 있지 않을까? 물론 어떤 이에게는 그런 익숙함이 편안한 영화 관람을 보장해주는 긍정적 요소가 될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색다르면서도 재미있고 작품성도 어느 정도 갖춘 영화를 찾는다면, 아래 펼쳐지는 목록을 꼼꼼히 살펴보시길! 이야기 자체가 신박하든 연출기법이 새롭든 미장센이 특이하든, 어딘가 특별한 구석이 있는 영화들이라 자부한다. 한 편이라도 더 소개하고픈 욕심에서, 각 영화에 관한 설명은 최소한의 정보 위주로 하고자 한다.

 

 1. 더 랍스터The Lobster (제작년도 2015. 제작국 아일랜드,영국,그리스,프랑스,네덜란드,

    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대표작 페이버릿;여왕의 여자(2018)/송곳니(2009)*. 출연 콜린 파렐,레이첼 와이즈,레아 세두)

누구나 자신과 딱 맞는 짝과 결합해야 하는 사회. 근시를 앓고 있어서 아내로부터 버림받은 데이비드처럼, 커플 실패자는 커플 메이킹호텔로 보내진다. 그곳에서 45일 안에 자신한테 완벽한 짝을 찾아야만 한다. 찾지 못하면 동물로 변해 숲속에 버려지는데... 이 영화 제목은 왜 더 랍스터일까?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20793

 

 2. 화성침공Mars Attacks! (1996. 미국. 팀 버튼*배트맨(1989)/가위손(1990)/찰리와 초콜릿 공장(2005)*. 잭 니콜슨,글렌 크로즈,아네트 베닝)

어느날 화성인들의 비행선이 지구에 착륙하자, 지구인을 대표한다고 자처한 미국인들은 열렬히 환영한다. 그러나 화성인들은 순식간에 환영인파를 몰살시키고 만다. 기막히게 유치찬란한 의상, 우스꽝스럽다 못해 기괴하기까지한 캐릭터들과 그들의 행동들, 촌스러운 결말 등에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재밌다. 인간과 외계 생명체가 대면하는 이야기를 이토록 B급스럽게 그린 작품은 더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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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지구를 지켜라! (2003. 한국. 장준환*1987(2017)/화이:괴물을 삼킨 아이(2013)*. 신하균,백윤식,기주봉)

아니, 한국에 있었다. 지난 회에서 살짝 제목만 언급되었던 지구를 지켜라!”가 있었다. 대한의 청년 병구는 개기월식 때까지 안드로메다 왕자를 만나지 못하면 외계인이 지구를 멸망시킬 것이라고 믿는다. 유제화학 강만식 사장이 외계인임을 확신한 병구는 지구를 구할 프로젝트를 세우고 강사장을 납치하는데... 이 영화는 단순코미디가 아니다. 컬트적 요소 가득한 블랙코미디에 유전자 조작이나 환경문제, 사회문제까지 다룬, 아주 독특한 수작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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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시계태엽오렌지The Clockwork Orange (1971. 영국. 스탠리 큐브릭*2001:스페이스 오디세이(1968)/샤이닝(1980)*. 말콤 맥도웰,패트릭 매기,마이클 베이츠)

큐브릭 감독을 소개할 땐 ‘2001:스페이스 오디세이가 먼저 언급돼야겠지만, ‘색다름의 범주에선 이 영화가 앞서는 것 같다. 10대 아이라 하기엔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르는 알렉스. 양심 따윈 손톱만큼도 없어보이는 놈을 상대로 인정사정없는 기계적 시스템이 가동된다... 개봉 당시 엄청난 파장을 불러왔다는데, 물론 지금까지도 문제작으로 보인다. 제목부터가 문제적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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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존 말코비치 되기Being John Malkovich (1999. 미국. 스파이크 존스*어댑테이션(2002)/그녀(2013)*. 존 쿠삭,카메론 디아즈,캐서린 키너,존 말코비치)

만일 어떤 회사가 경비 절감을 이유로 7층과 8층 사이, 그러니까 71/2층에 있다면? 그래서 사람들은 머리를 옆으로 뉘어서 다닌다면? 어느날 발견된 통로가 바로 존 말코비치의 눈동자 속으로 들어가는 길이라면? 내 눈이 아니라 타인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산다는 건?... 일상과 인간심리를 미치도록 재기발랄한 상상력으로 연결시켜 놓았다. 어둡고 낯선 정서와 시도들이 많지만, 보는 재미가 대단하다. 카메론 디아즈의 색다른 캐릭터 도전도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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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아모레스 페로스Amores Perros (2000. 멕시코.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버드맨(2014)/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2015)*.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멕시코에서 12년 여를 살다온 필자가 현지에서 최초로 만난 멕시코 영화가 아모레스 페로스였던 건, 진정 행운이었다. 중미 최대 도시인 멕시코시티의 사람 냄새, 펄펄 살아뛰는 날것의 소리가 그득한 영화! 막장 드라마적 요소가 강함에도, 영화의 짜임새나 연기, 메시지 등이 탁월해서 깊이 빠져들 수밖에 없는 영화! 그 덕분에 나의 멕시코에서 살아가기는 설렘으로 출발할 수 있었다. , 영화의 제목은 개 같은 사랑정도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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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희생 The Sacrifice (1986. 스웨덴,영국,프랑스.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노스탤지어(1983)*. 얼랜드 조셉슨,수잔 플리트우드)

아주 오래 전, ‘영화 좀 본다하는 이들에게 필수 관람작이었던 영화. 주인공 남자의 실어증 걸린 아들처럼, 영화는 아주 느린 호흡으로, 아주 적은 동작의 춤사위 같다. 그런데 다량의 은유와 상징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어서, 그걸 해석해내느라 관객의 뇌는 바삐 움직이게 된다. 더욱이 그리스도교적 세계관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통에 심기가 불편해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도전해볼 만하다. 당신이 이제껏 영화를 만나온 방식과는 사뭇 다르게 만나야 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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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_ to be continued(5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