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2vl.png
 

 

가을을 닮은 도시, 스위스 베른

 

따옴표.png
다시 한번 방문하여 도시 곳곳을 걸으며 느껴보고 싶은 도시로 베른을 꼽고 싶다. 

그때도 가을이었으면 좋겠다. 

 

 

 

가을이라는 계절에 가장 어울리는 도시, 베른

 

여행을 마치고 귀국하니 서울에 가을이 성큼 다가와 있었다. 간간이 불어오는 건조한 바람과 함께 나무들이 각양각색 자기 본래의 색깔을 드러내며 화려한 군상을 만들어가고 있다. 오랜만에 떠난 유럽의 여러 도시 가운데 가장 가을과 어울리는 스위스 베른의 풍경이 유독 마음에 자리한다. 이 계절 가을을 가장 아름답게 담고 있어서였으리라.

 

 1.베른가을풍경.jpg

단풍이 들기 시작한 베른의 풍경 © 시민기자단 강명주 기자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스위스의 풍부한 관광자원

 

스위스 하면 흔히 알프스를 떠올린다. ‘유럽의 지붕알프스는 웅장한 산세와 만년설, 그 아래 깎아지른 절벽과 산등성이마다 오밀조밀 자리한 삼각 지붕 집들이 한데 모여 독특한 풍경을 이룬다. 푸른 잔디로 바탕을 칠한 그림 같은 풍경은 보는 이에게 마음의 평화를 깃들게 하고, 빙하가 흘러 모여 곳곳에 형성된 에메랄드빛 호수는 높은 산세를 순화시켜 온화하고 여유롭게 한다. 웅장한 설산과 빙하, 푸른 초원과 호수는 자연경관이 만드는 아름다움의 최대치를 보여줌으로써 스위스를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여행지로 자리매김한다.

 

필자의 이번 스위스 여정은 날카롭게 하늘을 향해 솟은 피라미드 형상의 마테호른과 만년설 빙하를 볼 수 있는 체르마트를 시작으로, 협곡 트래킹과 호수 유람선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인터라켄에서 알프스 자연을 충분히 즐긴 후 마지막 방문지 베른으로 향했다.

 

 

역사와 문화의 도시, 베른

 

베른은 전원적인 아름다운 자연을 지닌 풍경과는 조금 결이 다른 모습의 도시였다. 조용하고 차분하며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지닌 스위스의 역사와 문화가 깃든 도시였다. 첫 일정으로 방문한 장미정원에서 가을의 단풍과 함께 바라다본 고풍스러운 도시의 정경은 스위스의 매력을 새롭게 심어주었다. 가을이 잘 어울리는 도시, 가을과 닮은 도시 베른’, 중세도시의 붉은 기와지붕 사이로 알록달록한 단풍의 빛깔이 어우러져 어느 계절보다 베른의 도시풍경을 완벽한 아름다움으로 완성해 놓았다.

 

 

베른 시내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장미정원

 

베른의 장미정원은 구시가지와 아레(Are), 그 위에 놓인 아름다운 아치형 다리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어 꼭 들러야 할 명소이다. 원래 공원에는 2백 여종의 장미, 그 밖에도 아름답고 탐스러운 꽃들이 군데군데 자리하고 있는 넓은 공원이지만 계절이 가을인지라 만개한 장미의 화려한 꽃의 향연은 볼 수 없었다. 그래도 가을에 피는 장미꽃들도 있어 다른 가을꽃들과 어우러져 공원 이름에 걸맞는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사실 장미정원에서 꽃들은 조연에 불과하다는 것을 정원 끝에 다다르면 깨닫게 된다.

 

2.장미정원전망.jpg
장미정원에서는 베른의 구시가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대가 있다. © 시민기자단 강명주 기자 

 

 

베른의 풍경을 담은 커피 한 잔의 풍미

 

장미정원은 숙소에서 멀지 않아 잠시 걸어 도착하였기 때문에 높은 지대에 위치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기에 정원 끝에 도달하면 펼쳐지는 베른 구시가지의 아름다운 전경은 예상치 못했던 만큼 더 감탄스러웠다. 이곳에서 1983년 도시의 구시가지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만큼 중세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베른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도시와 구도시를 감싸고 흐르는 아르강, 그 위를 가로지르는 니데크 다리는 아치형의 받침대를 가져 도시의 풍경을 한층 낭만적으로 연출해 주었다.

 

이 멋진 풍경을 차 한잔과 함께 느긋하게 감상할 수 있다면 다음 일정은 생략해도 좋겠다는 생각으로 주변을 둘러보니 마침 테라스를 갖춘 전망 좋은 카페가 눈에 들어왔다. 주문한 커피잔에는 베른의 전경이 한 스푼 더해져 여행자의 마음을 충만한 행복감으로 채워 주었다.

 

 

3.전망좋은카페.jpg
베른의 풍경을 내려다보며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다. ©시민기자단 강명주 기자 

 

 

뜻밖에 만난 낯익은 얼굴의 박사님

 

아름다운 도시풍경을 눈과 마음에 새기며 언덕 단풍길을 내려왔다. 여러 꼬마 방문자들이 의자에 옹기종기 모여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이 너무도 귀여워 나도 모르게 엄마 미소를 지은 채 눈길이 갔다. 그들이 막 내려온 긴 의자엔 어디서 본 듯한 인물의 조각상이 자리하고 있다. 다름 아닌 아인슈타인 박사님이 다정한 미소를 머금고 의자에 붙박이가 되어 앉아 있다. 아는 분을 그냥 지나칠 순 없다. 나란히 앉아 기념사진을 한 컷 남겼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아인슈타인이 베른에 머무르는 동안 상대성 이론을 완성하고 발표했다고 한다. 아인슈타인이 거주했던 베른 집은 아인슈타인 하우스라는 이름으로 그의 업적을 기념하는 박물관으로 개조되어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4.아인슈타인벤치_수정.jpg
다정한 미소로 반겨주는 아인슈타인 벤치 © 시민기자단 강명주 기자 

 

 

베른 상징 동물은 곰이라는데...

 

도시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베른의 상징은 곰이다. 중세 시대에 곰들이 서식하는 지역으로 곰 사냥을 많이 한 지역이라고 한다. 지명의 유래는 그 밖에도 다양한 해석이 있지만, 베른의 시작을 알리는 동물인 곰이 살고 있는 곳으로 1500년대부터 바렌 광장에서 곰을 키웠다고 한다. 일명 곰 공원으로 불리는 곳에는 서울대공원의 곰 사육장 정도 크기의 공간이 시내 중심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도시 상징인 곰을 이렇게 푸대접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공간이 허술해 보였다. 그곳에 두 마리(보이지 않는 곳에 더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덩치 큰 곰들이 낮잠을 자거나 느린 걸음으로 어슬렁거리다 이내 몸을 웅크리고 자세를 낮추는 모습이 어딘지 안쓰럽게 보였다. 베른의 상징 깃발에 기세 좋게 그려져 있는 곰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사람들이 쉽게 볼 순 없겠지만 곰들을 자연에 가까운 환경 속에 자유롭게 지낼 수 있게 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지나가는 여행자의 괜한 걱정이 아니길 바란다.

 

5.곰공원.jpg
바렌광장의 곰 공원에는 베른의 상징 곰이 산다. © 시민기자단 강명주 기자 

 

 

곰 공원 근처에서 버스를 타고 도시 외곽의 파울 클레(Paul Klee) 센터로 향했다. 베른 출신의 피카소 못지않은 이름 있는 추상화가의 작품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방문한 파울 클레 센터는 작품 감상 이상의 멋진 장소였다.

 

 

베른에 간다면 꼭 들려야 할 <파울 클레 센터>

 

6.파울클레센터.jpg
 

7.파울클레책자.jpg
파울클레센터는 세 개의 곡선미 넘치는 건물로 이어져있다. © 시민기자단 강명주 기자  

  

 

녹지대 위에 세워진 물결치는 듯 이어진 세 개의 곡선미 넘치는 건물은 자연 속에 파묻혀 자리해 있다. 세계적 건축가 렌초 피아노(Lenzo Piano)가 설계했으며 파울 클레의 창작 원리인 선, , 형태를 상징하는 3가지 굴곡을 모티브로 지어진 멋진 미술관이다. 이 공간을 한 사람의 작가 파울 클레의 작품들로만 채우고 있어, 공간의 여유 속에 집중력을 갖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미술관을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짐 보관함이나 외투를 걸어놓을 수 있는 편의 공간들이 세심하게 마련되어 있고, 전시관 외에도 아이들이 통창 너머로 둘러싼 자연을 느끼며 미술 작업을 할 수 있는 넓은 미술 교육장도 있었다. 창의성을 맘껏 발휘하며 캔버스에 그림 그리기에 열중인 아이들 모습이 무척 행복해 보였고 이런 도시에 살고 있는 아이들이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어 바라보는 내 마음도 흐뭇했다.

 

8.미술교육장(1).jpg
 

9.미술교육장(2).jpg
센터 안에 아이들을 위한 미술교육장도 마련되어 있다. © 시민기자단 강명주 기자  

  

 

파울 클레 전시관은 총 5개의 전시실로 구성되어 있으며 파울 클레의 전 생애에 걸친 작품을 시대별로 나누어 전시하고 있다. 전시관 입구에 게시된 ‘Form is bad. Forming is good’이라는 파울 클레의 말은 생애과 작품을 관통하는 말이다. 형상과 생각을 담는 새로운 형태 만들기(forming)에 전 생애를 바친 파울 클레의 실험정신을 짧은 시간 한 장소에서 보고 느낄 수 있다. 파울 클레의 작품에 등장하는 여러 형태는 현대 미술과 디자인의 여러 분야에 적지 않은 영향력으로 스며 있다. 한 작가의 작품만을 위해 아름답고 훌륭한 건축물과 공간을 조성하고 있다는 점이 작가로서 상당히 영광스러운 일이겠고 그만큼 베른 시민들의 파울 클레에 대한 자부심과 사랑이 훌륭한 공간을 탄생시키지 않았을까 싶다. 파울 클레 센터는 베른을 여행하게 된다면 선택의 장소가 아니라 필수 방문의 장소임을 많은 이에게 전하고 싶다.

 

10.전시관+입구.jpg
 

11.전시관내부.jpg
관람객들이 직접 그림을 그려 전시에 참여하기도 한다. © 시민기자단 강명주 기자  

  

 

도시 어디서나 보이는 베른 대사원

 

베른에서 가장 높은 건물은 14세기에 건축이 시작되어 18세기에 완공된 고딕 양식으로 지은 대사원(Münster)이다. 성당 입구 청동문 위에 새겨진 부조는 성경의 다양한 장면을 세밀하게 묘사해 놓았다. 꼼꼼히 들여다보면 중세 시대의 종교와 예술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 특히 섬세하고 세밀하게 조각된 천국과 지옥의 모습이 새겨진 부조는 선과 악의 대가를 뚜렷하게 대비해 보여준다. 믿음에 대한 근본적인 기준을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가 될 만큼 선명하다.

 

 12.대사원첨탑.jpg


13.스테인드글래스(1000px).jpg
베른에서 가장 높은 건물 베른 대사원의 첨탑과 화려한 스테인드글래스 © 시민기자단 강명주 기자

 

 

 

성당 내부로 들어서면 우아한 레이스로 장식된 듯한 곡선의 골조 기둥이 층층이 지붕을 받치고 제단까지 이어진다. 기둥 사이로 화려한 스테인드 글래스가 빛을 통해 환하게 살아나 있다. 성당 안의 피에타상은 로마의 것보다 소박하고 아름답진 않지만 고통스런 예수의 몸과 마리아의 슬픔을 보다 사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거대한 파이프 오르간이 연주되어 울려 퍼질 때 이 공간에 있는 사람들은 어떤 감정을 느끼고 마음의 울림을 받아들이게 될까. 인간의 근본을 찾으려는 마음들이 이 성당을 가득 채울 성스러운 분위기를 상상해 본다.

 

 

베른의 매력은 품격있는 소탈함

 

사실 베른은 스위스의 수도지만 그 규모가 크지는 않다. 자연 풍광이 아름다운 스위스의 다른 지역과는 달리 베른은 스위스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하고 느껴볼 수 있는 색다른 매력을 지닌 도시이다. 중세 시대의 도시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구시가지의 거리와 건물, 시계탑이 있는 광장 곳곳에 세워진 조각상은 역사적으로 유명한 인물이나 성서 속 인물들도 있지만 제빵사, 대장장이 등 일반 서민들의 모습도 친근감 있고 때론 익살스럽게 조각되어 권위적이고 심오한 표정을 가진 유럽 다른 지역의 동상과는 차별화된다. 스위스 사람들의 소탈함과 친근한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조각상이어서 정감이 느껴진다.

이와 함께 광장에는 중세 시대부터 물 공급 시설로 이용된 분수가 군데군데 자리하고 있다. 광장 안에 모여있는 사람들과 익살스러운 표정의 동상들, 샘물이 흐르는 분수대 풍경이 서민적인 삶의 모습이 표현하고 있다. 그대로 중세 시대로 돌아간다면 어떤 이야기들이 마을 곳곳에 숨겨져 있을지 궁금해진다.

 

 14.베른광장.jpg


15.시계탑(1000px).jpg
광장 안의 분수대 풍경과 시계탑 © 시민기자단 강명주 기자 

  

 

베른을 처음 방문한 여행자로서 안내서의 추천대로 비록 짧은 시간 머물렀지만, 이번 여행에 방문한 여러 도시 가운데 다시 한번 방문하여 도시 곳곳을 걸으며 느껴보고 싶은 도시로 베른을 꼽고 싶다. 그때도 가을이었으면 좋겠다. 중세 시대의 품격과 시계탑 광장의 아기자기하고 다정한 모습들을 꼼꼼히 들여다보며 그 안에 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찾아내고 싶다.

 

 

베른에 다시 가게 된다면..

 

알랭드 보통은 여행의 기술에서 러스킨은 여행을 하면서 스케치를 하라고 권했을 뿐 아니라, 아름다움에 대한 우리의 인상을 굳히려면 글을 써야 한다고, 그의 말로 하자면 말로 그려야한다고 생각했다고 쓰고 있다. 짧은 시간 머물며 사진으로만 남은 베른은 못내 아쉽다.

 

베른을 다시 오게 된다면, 그것도 가을에 다시 찾는다면 색연필을 담은 필통과 작고 하얀 스프링노트를 챙겨와 아름다운 베른의 정경을 나만의 해석으로 그려보고 싶다. 그때 다시 글을 쓴다면 지금보다 더 풍부한 인상과 느낌으로 베른을 적어 내려갈 수 있으리라. 이미 추억이 되어버린 가을날의 베른을 떠올리며, 베른과 다시 인사할 소망을 마음속에 품어 본다.

 

 

16.구시가지거리.jpg
 
다시 걷고 싶은 베른의 거리 © 시민기자단 강명주 기자

 

 

 

 

 

시민기자단 강명주 기자(silkang@naver.com)

 

2023_50플러스온라인명함(강명주_남부).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