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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 따라 ‘가을은 단풍의 계절이다’ 또는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다’라고들 하지만, 단풍과 독서 어느 것 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 계절임에 틀림없다. 세상을 화려하게 물들인 단풍을 보러 나들이를 해야 하고, 가을바람에 허전해진 마음을 채우러 책을 드는 계절이기도 하다. 이 두 가지 욕구를 한 번에 만족시켜줄 장소가 없을까? 

 

숲속 도서관인 ‘책쉼터’가 우리 주변 곳곳에 마치 깊은 산속 옹달샘처럼 숨어 있다. 단풍이 아름다운 계절 가을에 자연을 즐기며 주변 어딘가 숨어 있는 아담한 도서관을 찾아가 책과 더불어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다 보면, 왠지 모를 허전함을 느끼는 가을날 마음이 가득 차오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가을날 자연을 배경으로 마음에 양식을 담을 수 있는 주변의 작은 숲속 도서관 두 곳을 소개한다.

 

천왕산 책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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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로구 천왕산 책쉼터 전경 ⓒ 50+시민기자단 강명주 기자

 

서울시50플러스 남부캠퍼스가 자리한 구로구에는 천왕산이 있다. 천왕동과 항동에 둘러싸인 나지막한 산으로 접근성이 좋아 자연 속 휴식을 취하기 위하여 많은 지역 주민들이 찾는 곳이다. 하버라인 3단지에서 올라가는 천왕산 초입에 이르면 오른편으로 소박한 목조 건물과 돌담 건물 두 동이 나란히 이어져 있는데, 여기가 바로 ‘천왕산 책쉼터’이다.

 

건물 뒤로 산과 나무가 병풍처럼 서 있어 숲속 작은 도서관에 발걸음을 내딛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하고 풍성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도서관 건물 앞과 뒤로 넓은 잔디밭이 있고, 마침 어린이집에서 산책 나온 꼬마 아이들이 서로 손을 꼭 잡고 선생님을 따라 걸어가는 뒷모습이 귀엽고 사랑스러워 미소 짓게 했다.

 

길은 두 건물을 연결한 통로로 안내하는데, 오른편에 아담한 도서관이 자리하고 있고 왼편으로는 예쁜 카페가 있다. 도서관에 들어서면 열람용 긴 책상과 의자가 놓여 있다. 서까래를 드러낸 삼각형 박공지붕이 책 읽는 공간의 분위기를 한층 아늑하게 만들어 준다. 벽면을 둘러 서 있는 서가와 중앙의 낮은 서가에는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과 어른들이 즐겨 읽는 문학, 철학 서적 등이 빼곡히 들어차 있어 큰 도서관 못지않게 읽을거리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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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쉼터 내부는 편안한 분위기 속에 다양한 장르의 책들을 즐길 수 있다. ⓒ 50+시민기자단 강명주 기자

 

안쪽으로는 아이들이 편한 자세로 책을 볼 수 있도록 평상 위 낮은 책상들이 놓여 있어,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동화 속 상상의 나래를 넓게 펼쳐갈 아이들 모습이 그려진다. 벽면의 여러 큰 창들은 주변 자연을 액자처럼 담아내고 있다. 마치 파란 가을하늘 아래 숲속에 앉아 책을 읽는 듯한 느낌을 전해준다.

 

창에 쓰인 글귀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그 꿈을 닮아간다.” 숲속 작은 도서관이야말로 자연과 더불어 있어 밝은 심성으로 꿈을 그려가는 최적의 장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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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쉼터 내 커다란 창을 통해 가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 50+시민기자단 강명주 기자

 

기자가 방문했을 때는 체험학습을 나온 초등학생들이 도서관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인솔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도서관을 나서는 참이었다. 학생이 두고 간 학용품을 발견하고 건네주러 나가보니 학생들이 산으로 향한 산책로로 막 들어서고 있었다. 뒤따르고 계신 인솔자 선생님 한 분에게 전하며 보니 착용한 조끼에 ‘50+’ 마크가 새겨져 있어 반가웠다. 50플러스 보람일자리 활동을 하고 계신 선생님이었다. 감사하다는 말씀을 남기고 학생들 무리를 서둘러 따라가시는 뒷모습이 저만치에서 이미 시작된 숲 해설을 듣고 있는 아이들과 어우러져 평화로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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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쉼터에서 독서 활동 후 50+선생님들의 숲 해설을 듣기 위해 뒷산으로 이동하는 초등학생들 ⓒ 50+시민기자단 강명주 기자

 

도서관 맞은편 카페로 발걸음을 옮겼다. 카페지기님이 따뜻하고 환한 미소로 맞아주었다. 들어서며 보이는 두 벽면 전체가 통으로 된 창이 둘러 있어 개방감이 있으면서 도서관과 마찬가지로 서까래가 드러난 높은 지붕이 카페 공간을 편안한 분위기로 만들어 주었다. 뒤뜰을 향해 놓인 자리는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듯하다.

 

중앙 테이블에는 가까이 거주한다는 주민 몇몇이 색색의 공예품들을 잔뜩 늘어놓고 즐거운 대화를 나누며 작업을 하고 있었다. 학교 바자회 준비를 위해 수공예품을 만들고 있다고 한다. 학부모 인연으로 오랜 시간을 함께해 온 듯 분주한 손놀림과 함께 다정한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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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뜰과 산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평화로운 카페 풍경 ⓒ 50+시민기자단 강명주 기자

 

한켠에 분리된 공간에서는 중년 여성들이 소모임을 하고 있었는데, 카페지기님에게 물어보니 주민들이 동아리 모임을 위해 예약하면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아담한 숲속 도서관 ‘천왕산 책쉼터’는 아이들과 어른들이 끊임없이 자신의 꿈과 미래를 위해 성장하고 그 꿈을 이루어가는 보물과 같은 장소였다.

 

카페에서 주문한 카페라테에 그려진 하트 나뭇잎 모양의 라테아트가 숲속 카페의 감성을 더해주었다. 맛있는 커피에 자연의 느낌 한 스푼이 더해지고 맘에 드는 제목의 책 한 권을 뽑아 들고 잠시 읽어보는 이 평화로운 시간들이 일상의 행복을 선물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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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 주민들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되며 맛있는 커피와 독서를 함께 할 수 있다. ⓒ 50+시민기자단 강명주 기자

 

도서관과 카페 곳곳에 공동체와 환경을 생각하게 하는 패널이 전시되어 있고 관련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었다.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고민이 숲속 도서관의 존재 의미와 닮아있다. 숲속 도서관을 찾는 이라면 전시된 패널과 판매되는 상품을 눈여겨보게 되리라 생각한다. 공정무역 원재료를 사용한 커피를 마실 수 있고, 자연을 보호하기 위한 제로웨이스트 제품들을 구입할 수도 있다. 플라스틱 용기 사용을 하나라도 줄이도록 세제는 용기를 가져와 담아가도록 유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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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 환경 보호와 공정무역을 통해 공동체의 삶을 아름답게 가꾸기 위한 의미 있는 공간들 ⓒ 50+시민기자단 강명주 기자

 

천왕산 책쉼터는 아름다운 자연 속 평화로운 풍경으로 자리하고 있어 각박한 도시 생활에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보듬어주는 천연 재생 연고와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가을 단풍이 아름다운 자연을 누리며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독서를 즐기고 싶다면 주저 말고 ‘천왕산 책쉼터’로 발걸음 하기를 권한다.

 

여유로운 시간을 더 누릴 수 있다면 뒤뜰과 연결된 산속 둘레길을 따라 자연 속으로 나를 숨겨보는 것도 좋겠다. 천왕산 책쉼터에서 독서와 단풍을 함께 즐기는 완벽한 방법이 될 수 있겠다. 

 

서울시50플러스 남부캠퍼스 북카페

지하철 7호선 천왕역 3번 출구를 나와 가파르지 않은 언덕길을 따라 산 방향으로 걷다 보면 서울시50플러스 남부캠퍼스가 보인다. 오른쪽 데크길을 오르면 개웅산 둘레길로 이어지는데, 경사가 그리 심하지 않고 나무 데크로 잘 정비되어 있어 산책하듯 편하게 오를 수 있다. 잠시 걸어서 산 이름을 딴 정자 ‘개웅정’에 이르면 천왕동 일대를 조망할 수 있고, 또 단풍이 아름다워 가을의 정취를 담기에 부족함이 없다. 단풍과 시야가 확 트인 서울 도시 전망을 눈에 담았다면 이젠 또 다른 가을을 즐기는 법, 독서를 즐길 차례이다. 둘레길 산책을 마치고 내려오면 언덕길 끝에 50플러스 세대들을 위한 서울시50플러스 남부캠퍼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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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왕산 가을 풍경을 즐길 수 있는 서울시50플러스 남부캠퍼스 ⓒ 50+시민기자단 강명주 기자

 

50플러스 세대의 다양한 활동이 진행되는 캠퍼스 1층에는 다양한 책들이 주제별로 분류되어 한쪽 벽면을 타고 이어진 서가에 가지런히 꽂혀 있다. 50플러스 세대라면 관심이 가고 손이 가는 책들이 유난히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일반 도서관과 달리 50플러스 세대를 위한 추천 도서를 전문 북큐레이터의 컨설팅을 통해 선정하여 비치하고 있다고 도서 관리 담당자가 귀띔한다. 또한 비치 도서를 정기적으로 교체하여 방문자들이 다양한 도서를 접하도록 배려하고 있다. 남부캠퍼스 1층에 비치된 책들 가운데 무엇을 먼저 읽을까 하는 즐거운 갈등을 경험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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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플러스 세대의 관심사와 취향에 맞는 책들로 큐레이팅하여 전시하고 있다. ⓒ 50+시민기자단 강명주 기자

 

공간 한편에는 커피 등 맛있는 음료를 독서와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북카페’ 형식으로 꾸며져 있다. 자연과 어우러져 가을 정경이 아름다운 캠퍼스를 바라보며, 편한 공간에서 책과 함께 일반 카페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에스프레소 추출 커피를 즐길 수 있으니 가을날의 행복이 따로 없다.

 

여기에 덤으로 미미존 행사 전시작품을 감상할 기회도 곁들일 수도 있다. 때때로 캠퍼스 교육과정 결과물이나 커뮤니티 회원들의 멋진 작품들이 한쪽 벽면에 전시된다. 민화, 털실 수공예, 수채화 등 전문가 수준에 이른 작품들이 북카페의 즐길 거리로 풍성하게 채워준다. 가을 정경에 둘러싸인 서울시50플러스 남부캠퍼스 1층 북카페는 단풍과 독서를 함께 즐기는 멋진 장소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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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맛있는 커피 한잔 그리고 전시작품들을 함께 즐길 수 있다. ⓒ 50+시민기자단 강명주 기자

 

깊어가는 가을을 제대로 즐기기에 시간은 짧다. 단풍의 계절 가을과 독서의 계절 가을을 같은 장소에서 함께 즐기고 싶다면, ‘천왕산 책쉼터’와 ‘서울시50플러스 남부캠퍼스 1층 북카페’에 들러보자. 세상 어느 누구도 부럽지 않을 사색과 평온의 시간을 내 자신에게 선물해 보자. 가을을 온전히 누리는 두 가지 방법 모두를 놓치지 말자.

 

 

50+시민기자단 강명주 기자 (silka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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