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중요한 변화를 결심하는 시작

 

퇴직 이후, 내가 제일 먼저 찾은 곳은 보건소 건강증진센터였다. 대사증후군 검사를 받고 고혈압, 혈당 등에 심각한 문제를 인지하고 운동과 균형 잡힌 식사를 처방받았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무작정 운동부터 시작했다. 하지만 3개월이 지나도록 몸이 조금 가벼운 듯한 느낌 외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그러다보니 운동에 대한 의욕도 점점 사라져 결국 운동을 포기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그러다 구로구 보건소에서 진행하는 '슬기로운 감량생활'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다. 운동과 영양교육을 함께 실시하는 이 프로그램에 대한 참여자들의 반응은 매우 상반됐다. 운동 프로그램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반면 영양교육은 별로 인기가 없었다. 아무래도 평생 먹어온 밥과 떡, 커피가 죄다 나쁜 영향을 주는 것이니 가까이 하지 말라는 말에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식습관이라는 건 쉽게 고치기 어려웠다. 하지만 영양교육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수강할수록 식습관의 중요성에 대해서 깨달을 수 있었다.

 

현대인들의 건강문제는 대부분 칼로리 과잉섭취에서 온다고 한다. 달고 짠 음식들과 탄수화물의 과잉 섭취는 영양가 저하와 당질 과다로 이어져 질병을 불러일으키고 도미노처럼 우리 몸을 차례차례 무너뜨린다. 따라서 더 늦기 전에 나의 식습관과 함께 내 몸을 돌아보는 기회를 갖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시켜야 한다는 것이 '슬기로운 감량생활'의 중요 포인트였다.

 

 

그래서 첫 번째로 식사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식사일기를 쓰면서 내가 참 많이 먹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달았다. 나는 빵, 국수, 밥 등 탄수화물로 이루어진 음식을 주로 먹으며, 간식과 과일을 시도 때도 없이 먹고, 폭식과 불규칙적인 식사습관을 갖고 있었다. 식사일기 덕분에 내 식습관의 맨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다.

 

두 번째로 적게 먹는 소식(小食)을 실천했다.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은 그의 저서 <무엇이 인생을 바꾸는가>에서 소식이 인생을 바꾸는 한 덕목으로 소개하기도 했었다. 소식과 더불어 조식(粗食), 검소한 밥상은 장수는 물론 인생이 개선된다고 알려져 있다.

 

이 같은 생활습관의 변화와 함께 내 몸에도 작은 변화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먹거리에 대한 고민 없이 운동만 죽어라 했을 때는 변하지 않았던 몸이 조금씩 개선되어가는 것을 느끼는 요즘이다. 보건소에서도 운동과 식사는 3:7 정도의 비중으로 신경 써야 건강 및 비만개선에 효과가 있다고 강조한다. 즉, 아무리 열심히 운동을 한다고 해도, 음식조절을 하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 되는 것을 이제야 깨달은 거다. 

 


은퇴 후, 50+를 맞이하며 우리들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은 많이 바뀌었다. 우리의 건강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그동안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온 습관 때문인지, 여전히 50+세대들은 자신의 몸을 돌보기보다는 당면한 일에 속도내기에 급급한 것 같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가 일상에서 놓치고 사는 것들을 되돌아봐야 할 시기가 아닌가 싶다. 식습관 개선을 통한 건강증진은 그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까지 소홀했던 나를 위해 몸에 좋은 먹거리를 선택하고, 몸이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것을 지켜본다는 것은 오히려 50+세대가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