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무엇을 위하여, 왜 사회공헌활동을 하려는지 명확히 하자

인간은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을 떨치지 못하는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30여 년이 넘는 기간 동안 나의 정체성은 직장 내 직책 및 지위와 동일체였다. 주된 일자리에서 떠난다는 것은 오랜 회사형 인간으로 살아온 생활을 돌아보고 진정한 삶의 목적과 방향에 대하여 고민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칼 융(Carl G. Jung)은 “인생의 전반부는 사회적, 경제적 성공을 위해 살았다면 나머지 후반부는 소중한 삶의 의미를 성취해야 한다.”라고 했다. 그런 고민의 결과 자연스럽게 만난 것이 사회적경제와 사회공헌활동이었다. 이 두 분야는 하나처럼 여겨졌다. 로버트 프로스트가 그의 시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에서 말했던-훗날 걸으려고 남겨 두었던- 그 길 같은 것이었다.


2018년 7월부터 12월까지 새로운 해외사업을 계획 중인 사회적기업에게 해외사업의 기초부터 멘토링하는 신중년 사회공헌활동에 참여했다. 2017년 말부터 2018년까지 참여한 예비 사회적기업에 대한 순수한 프로보노 활동 역시 해외 거래를 위한 영문계약서 작성, 협상전략 등의 멘토링 활동이었다. 두 번의 사회공헌활동에서 사회적기업들이 겪는 경영상의 여러 어려움에 대하여 직접 이해할 수 있었다. 


2019년에는 ‘작은도서관 활동가’, ‘사회적기업 성장지원센터경기’의 프로보노 위원 활동과 함께 50+세대를 고용하여 사회취약계층이나 공공기관 등의 집이나 사무실에 대한 잔손보기사업을 수행하는 ‘협동조합’에서 일을 하고 있다. 이 역시 50+ 세대의 고용창출과 사회적 가치 추구라는 광의의 사회공헌활동에 종사하고 있는 것이다. 50+세대에게 사회공헌활동은 단순히 공헌활동이라는 가벼운 의미에 한정되지 않는다. 공헌활동을 위한 사전 준비 작업, 좀 더 내실 있는 도움을 줘야 한다는 일종의 압박감 등이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부담감은 비단 나만의 인식이 아닐 것이다. 이것은 50+세대의 일반적인 특성으로 에릭 에릭슨(Erik H. Erikson)이 8단계 발달이론에서 말한 *Generativity(생성감 혹은 생산성)로 이론적 설명이 가능하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5월 고령층 55~79세 부가조사 결과’ 에 따르면 고령층 중 일하기를 원하는 비율이 64.9%이며 근로 희망 사유는 ‘생활비에 보탬(60.2%), 일하는 즐거움(32.8%)’으로 나타났다. 일자리 선택 기준도 ‘일의 양과 시간대(28.4%), 임금수준(23.8%), 계속 근로 가능성(16.6%)’으로 조사되었다. 현재 사회공헌활동에 참여하는 다수의 50+세대 또한 위의 통계 범위 안에 있다고 가정하면 사회공헌활동도 생계 목적의 일환으로 사업에 참여하는 ‘생계형’과 일과 생활의 균형을 추구하는 ‘안정지향형’으로 나눠서 분야, 공헌활동의 범위, 보상 수준, 시간 등을 세분화하는 것이 공헌활동 참여자 및 참여단체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고 본다. 아울러 안정지향형 사회공헌활동은 참여자와 참여단체 간의 활동 시간 및 근무 형태에 대한 자율성과 유연성을 부여하면 만족도 제고와 공헌활동 종료 후에도 서로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본다. 또한 50+재단에 등록된 여러 커뮤니티와 참여단체와의 사회공헌활동을 연계하면 개인의 부담감은 줄이면서 공헌활동의 질과 활동의 지속가능성도 증가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와 같은 다양한 방법의 모색을 통하여 사회공헌활동이 우리 사회의 공공재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누구를, 무엇을 위하여 그리고 왜 사회공헌활동을 하려는지 참여하는 50+세대 스스로 명확한 개념정리를 해야 기대한 만큼의 성과와 성취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생성감이란 후세대를 양육하고 지도하는 일에서 느끼는 보람을 말하며 후손에게 더 좋은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 뭔가 가치 있는 것을 만들어 냈다는 자부심과 세상을 위해 내가 어떤 형식으로든 기여한다는 느낌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