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설계 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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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학교 숲속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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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에 있는 여러 숲을 함께 걸으며 다양한 삶의 주제를 깊이 있게 생각하고, 숲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며 자신이 원하는 삶을 찾기 위한 '인생설계아카데미 숲학교' 다섯 번째 과정인 '백사실 계곡'을 동행 취재하였습니다.

 

 

 하늘빛 좋은 가을날, 숲학교 배움이들은 백사실 계곡 입구인 현통사 앞에 모여, 강사님으로부터 생태경관보전 지역인 백사실 계곡과 숲에 관한 이야기를 듣습니다.

 강사님은 숲속에서 자연을 세심하게 들여다보면 숨어 있는 수많은 의미를 발견할 수 있게 된다며, "숲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세요, 더 넓은 시야로 세상을 보며,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지혜를 얻을 수 있습니다."라고 강조합니다.

 

 

 백사실 계곡은 한양도성 북악산 자하문을 나온 북쪽에 있답니다.

 한양도성 지도를 펼쳐 놓고 보면, 북악산과 인왕산 그리고 북한산 탕춘대 능선 사이에 끼어있는 도심 속의 첩첩산중입니다.

 문화유적인 '백석동천'이 있으며, 아는 사람만 안다는 경치가 빼어난 청정 계곡으로 깨끗한 물에만 산다는 도롱뇽의 서식지이기도 합니다.

 숲을 따라 이어지는 오솔길과 걸음을 어렵게 만드는 크고 작은 계곡들의 정취는 이곳이 서울인가를 의심케 하는 자연 생태가 참 멋진 곳입니다.

 

 

 숲을 함께 걷다가 잠깐 멈춰 서서, 강사님은 자연과 교감하는 방법을 하나 추천해 주십니다. 자연 생태적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위하여, 주변의 벌레 먹은 나뭇잎을 하나 따서 벌레가 갉아먹어 뻥 뚫린 나뭇잎의 구멍을 통해 숲의 세상을 관찰하라고 알려주십니다.

 

 

 다른 산행에서는 볼 수 없는 이색적이 광경이기에, 기자도 벌레 먹은 나뭇잎 구멍 사이로 알록달록 단풍 숲과 파란 하늘을 둘러봅니다.

바야흐로 지금 숲은 한해 살아온 것을 완성하는 아름다운 시간이자, 누군가를 위하고 또 자신을 위한 열매들로 풍성한 계절입니다.

 

누군가 예쁜 시 한수 낭송해 주십니다.

 

 

벌레 먹은 나뭇잎

나뭇잎이

벌레 먹어서 예쁘다

귀족의 손처럼 상처 하나 없이 매끈한 것은

어쩐지 베풀 줄 모르는 손 같아서 밉다

떡갈나무 잎에 하늘이 보이는 것은 예쁘다

상처가 나서 예쁘다는 것은 잘못인 줄 안다

그러나 남을 먹여 가며 살았다는 흔적은

별처럼 아름답다

 

- 이생진 시인 -

 

 

 

 나무는 가지가 하늘을 향해 뻗은 만큼 땅속의 뿌리도 그만큼 뻗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가지를 보면 뿌리를 짐작할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네 인생도 이같이 눈에 보이는 면과 눈에 보이지 않는 면이 함께 바로 서야, 자신의 삶이 온전하게 완성될 수 있음을 강사님은 알려주십니다.

 

 

 여기는 조선시대의 별서 터라고 하는데요, 별서란 세속의 벼슬이나 당파싸움에 야합하지 않고 자연의 귀의하여 전원이나 산속 깊숙한 곳에 유유자적한 생활을 즐기려고 따로 지은 집이라고 별서를 안내하는 표지판에 쓰여 있습니다.

 

 

 이곳은 별서에 속해있는 연못 터라고 하는데 지금은 물이 사라진 상태입니다. 우리는 일렬로 줄지어 연못을 한 바퀴 돌아보고 숲속으로 들어갑니다.

 

 

 자연 경관이 수려한 백사골에 조성된 동천(洞天 : 산천으로 둘러싸인 경치 좋은 곳)의 의미로 주변에 흰 돌이 많고 경치가 아름답다고 하여 “백석동천”이라 불린다고 전해집니다.

 

 

참으로 복 없는 기구한 운명의 나무들입니다. 어쩌다 씨가 바위에 떨어져 험난한 생을 살고 있지만, 자연으로부터 무언가 도움을 받으며 바위를 찢고 일어서는 강인한 생명력을 보여줍니다. "태어난 환경은 내 탓이 아니지만, 일어서지 못하는 건 내 탓이다"라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 보입니다. 

 

숲 바닥에 떨어져 있는 도토리 두 알을 주워들고, 강사님이 시 한 수를 읊습니다.

 

 

도토리 두 알 ​

 

산길에서 주워든 도토리 두 알

한 알은 작고 보잘것없는 도토리

한 알은 크고 윤나는 도토리

나는 손바닥의 도토리 두 알을 바라본다

너희도 필사적으로 경쟁했는가

내가 더 크고 더 빛나는 존재라고

땅바닥에 떨어질 때까지 싸웠는가

진정 무엇이 더 중요한가

크고 윤나는 도토리가 되는 것은

청설모나 멧돼지에게나 중요한 일

삶에서 훨씬 더 중요한 건 참나무가 되는 것

나는 작고보잘것 없는 도토리를

멀리 빈 숲으로 힘껏 던져주었다

울지 마라, 너는 묻혀서 참나무가 되리니

 

- 박노해 시인 -

 

 

 긴 시간 쓰고 있던 마스크를 벗고, 손바닥 위의 낙엽을 입으로 불어 멀리 날려 보내기를 합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가벼운 게임이었을 텐데, 지금은 일상이 되어버린 마스크를 벗는 것이 무슨 종교의식 같은 엄숙함을 느낍니다. 빨리 마스크 안 써도 되는 세상으로 되돌아갈 수 있기를 갈망합니다.

 

 

 땅에 떨어진 나무 가지들 중에서 맘에 드는 것으로 하나 골라 들고서, 앞에 서있는 큰 나무의 가지 사이로 던져 통과시키며 이렇게 외칩니다.

"나 OOO은 앞으로 타인을 위하여 OO 하게 살고, 나 자신을 위하여 OO 하며 살겠노라!"라고 이 번 산행의 주제인 숲에서 새로운 삶의 시작을 선언합니다.

 

 

더불어 살아가는 다 함께 행복한 세상을 위하여, 타인을 배려하고 적당한 힘으로 버텨줌으로써 일상의 삶 속에서 서로 믿고 의지하며 균형을 깨지지 않도록 노력한다는 의미랍니다.

 

 

일상의 산행 같으면 그냥 스쳐 지났을 숲의 생태를 좀 더 깊이 있게 살필 수 있도록 알려주고, 그것을 통해 삶의 지혜를 깨우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인생설계아카데미 숲학교' 배움의 현장을 동행하면서, 기자는 그저 즐기기만 했던 숲에 대한 인식에서 벗어나 힐링과 지혜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음을 배운 멋진 경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