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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하루 │ 마음을 열어주는 골목 투어, 시나미 명주나들이 


강릉하루 여행을 다녀왔다. 처음 타본 강릉행 KTX는 서울에서 불과 두시간만에 매력 가득한 강릉에 여행자를 내려놓았다. ‘소나무도 이렇게 잘 생길 수 있구나!’ 새삼 느낀 대관령 치유의 숲 힐링 체험 후 본격적인 강릉 탐험이 시작되었다.

내가 갈 곳은 시나미 명주 나들이분명 한국말인데 무슨 뜻인지 생경했다. 시나미는 천천히 느리게라는 강릉 사투리이며 하슬라는 삼국시대 강릉의 옛 지명인데 이를 훈차 표기한 것이 명주란다. 결국 강릉 시나미 명주나들이프로그램은 관광객들이 현지 주민들과 함께 천천히 명주마을을 돌아보며 체험해 보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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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주나들이는 파랑달 협동조합에서부터 시작된다. 이곳에서는 두 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 , , 일 오전 10시부터 진행되는 명주읍성 코스와 오후 2시부터 시작되는 명주마실 코스이다.

명주읍성 코스는 옛 읍성 흔적이 남아 있는 명주동과 조선 시대 관리들이 일을 보던 칠사당, 대도호부관아를 둘러보며 미디어 트레킹 명주애가체험을 할 수 있다. 명주마실 코스는 개화기 시대 근현대 의상을 대여해서 입는 명주노리체험과 함께 오래된 적산가옥, 한옥, 빨래터 등 명주동 곳곳의 골목을 둘러볼 수 있다.

우리 일행은 명주마실 코스를 선택했다. 1만 원의 참가비를 내면 명주동 일대 카페나 공방, 식당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명주쿠폰 1만 원이 지급된다

여기에 개화기 의상 대여도 무료, 골목 사진사의 폴라로이드 인생샷 이용권과 마을 해설사와 함께 40분 동안 골목 투어를 할 수 있다니 강원도의 엄청난 인심이 느껴진다.

명주마실 코스 투어는 햇살 박물관에서 진행된다. 스탬프 북에 도장을 받고 골목 해설사와 함께 실내 박물관에 들어서니 명주동 주민들이 직접 기증한 물건들이 빼곡히 전시되어 있다. 1920년대부터 기록된 명주동 골목의 연대기 속에 손때 묻은 오래된 TV와 전화기, 정감 가는 고가구들을 둘러보니 잠시 추억여행을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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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곳곳의 이야기는 이제부터이다. 화사하게 도색 된 무지개 복개길은 예전에 남대천이었지만 현재 주민들이 살고 있고 지금도 그 아래에는 물이 흐르고 있다. 인스타에서 핫한 카페가 되어버린 오래된 적산가옥, 빨래터의 흔적이 남아있는 담장, 강릉 최초의 병원, 낡은 벽 곳곳에 새겨진 아름다운 글귀들을 보며 골목을 돌다 보니 어느새 40분이 훌쩍 지나버렸다. 마을 해설사는 정겨운 해설을 하는 중간 중간 주민들이 직접 예쁘게 꾸민 화단에서 그리고 골목 곳곳의 인생샷 포토에서 감사하게도 열심히 사진을 찍어 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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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에서 특히 인상 깊은 것은 마당여는 집’. 마당여는 집에는 예쁜 비치 파라솔과 의자가 마련되어 있어 지친 여행길들에게 마음편한 쉼터를 제공하고 있다

마지막 하이라이트는 골목 사진사가 찍어주는 인생샷 폴라로이드 사진. 칠순이 넘은 마을 사진사들이 조금이라도 롱다리로 찍어주시느라 무릎 꿇기도 마다하지 않으신다. 민망하고 죄송하지만 그 덕에 최고의 인생샷을 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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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어가 마무리되면 지급받은 명주쿠폰으로 래트로 감성이 풍부한 멋진 카페에서 강릉의 유명한 커피를 마실 수 있다. 또한 간판만으로 벌써 내공을 알 수 있는 60년 넘은 장칼국수집에서 식사도 할 수 있다. 물론 공방에서 예쁜 액세서리 같은 기념품도 살 수 있다. 그래도 명주쿠폰이 남아 있다면 마을 경로당에 기부도 가능하다.

시나미 명주나들이는 경포대나 오죽헌, 유명 휴가지로만 알고 있던 강릉의 색다른 경험을 선사해주었다. 진짜 강릉을 제대로 만난 느낌이 들었다.

 

 

 

삶이 너무 당연하고 뻔하게 느껴지거나 남들 다 가는 여행지에 지쳤다면 명주동 골목 나들이를 추천한. 천천히 걷는 강릉의 골목과 우연히 쳐다본 강릉의 하늘이 그 어느 때보다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글쓴이 : 전민정(50+남원에서 살아보기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