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TQ시대 

지난 편에서는 신중년이 건강하고 아름답게 나이 들기 위해 새롭게 감당해야 할 사회적 역할을 생각해 보았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IQ(intelligence quotient) 중시 시대와 EQ(emotional quotient) 중시 시대를 거쳐 TQ(transition quotient) 중시 시대에 와있다. 즉 지성과 감성을 중요하게 여기던 시대를 지나 변화 능력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시대가 된 것이다. 우주에 시간이 생긴 이래로 시간과 물질과 생명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변화해 왔다. 특히 생명을 가진 존재는 발생한 뒤부터 지금까지 오직 생존을 위해 변신을 거듭해 왔다. 생존 환경에 맞추어 변신에 성공하면 살아남았고 실패하면 도태되었다. 너무 딱딱하고 서글픈 표현일지 모르지만 지금 우리 신중년도 새로운 생존 환경에 놓여있다. 생존하기 위해 변신을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된다.

 

신중년 변신의 시작은 생각

아주 오래전에 다른 생물들이 생존하기 위해서 날카로운 발톱이나 송곳니 혹은 빠른 다리를 선택했을 때 인간은 생각과 언어를 선택했다. 그 슬기로운 선택 덕분에 인간은 소통하며 살 수 있었고 오늘까지 번성해왔다. 지금도 인간의 언어는 더불어 살아가는 데 필수적이다. 이 언어의 뿌리가 바로 우리의 생각이다. 생각을 나누려는 사람은 그 생각을 언어로 바꾸어 전달한다. 그러면 상대는 언어를 듣고 생각을 이해한다. 한편 인간은 언어를 통해서 생각하고 창의하며 생각을 정리한다. 이런 관계 속에서 언어는 인간의 모든 생각과 행동을 지배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언어의 중요성과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고 언어학자 데이비드 크리스털은 지적한다. 그의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여 신중년은 언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언어를 이해하며 언어를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그래서 관계를 새롭게 설정하고 새로운 사회적 역할을 감당함으로써 급변하는 세상에 적응하도록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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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과 언어의 관계 ⓒ <내 생각처럼 되는 스피치> 강의 자료 중에서. 50+시민기자단 장승철 기자

 

생각을 정리하자

신중년이 자신이 놓인 상황을 인식하면 그 인식이 곧 생각이 된다. 그 생각은 언어와 태도 그리고 행동으로 이어진다. 생각을 언어로 바꾸려면 먼저 생각을 정리해야 한다. 언어에는 몸짓 언어와 음성언어 그리고 글로 쓴 언어가 있다. 그리고 언어가 구사되는 방식으로는 생각을 바로 입으로 옮기는 말하기와 그것을 귀 기울여 듣는 경청이 있다. 그리고 생각을 약속 기호로 바꾸어 담아두는 쓰기와 기호를 다시 말로 꺼내는 읽기가 있다. 이 네 가지 방식 가운데 쓰기를 이용하면 생각을 잘 정리할 수 있다. 글로 적어 놓으면 자기 생각과 말의 모양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거울을 보며 자기 모습을 바로 잡듯이 자기 눈으로 자기 생각을 보면서 정리하고 고치며 발전시키는 것이다. 가장 먼저 생각과 일치하는 어휘를 선택해야 한다, 될 수 있는 대로 쉽고 사용 빈도가 높은 어휘가 좋다. 선택된 어휘는 문장으로 구성되어 말이 된다. 문장을 만들 때 처음에는 간결체 문장과 단문으로 시작하기를 권한다. 문장을 만들고 배열할 때는 반드시 문법과 논리에 맞게 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말을 듣는 상대가 그 말을 말로 여기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논리 없음’이라는 표현 대신 우리는 곧잘 “말도 안 돼!”라고 내뱉는다. 그 소리는 곧 상대의 말이 자기가 생각하는 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뜻이니 적어도 우리의 듣기만큼은 논리에 익숙해져 있다고 해도 좋겠다. 그러므로 하려는 말의 논리를 살피려면 듣는 처지에서 자기의 말을 살펴보는 것이 좋다. 사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사람이 자기 논리로 생각하고 듣는다. 다만 글로 쓰거나 말할 때 생각과 일치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표현하도록 개선과 발전이 필요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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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과 마음을 표현하는 언어들 ⓒ <내 생각처럼 되는 스피치> 강의 자료 중에서. 50+시민기자단 장승철 기자

 

생각 표현하기

글에 담긴 생각은 시각언어와 음성언어로 되살려낼 수 있다. 시각언어는 화자의 몸짓과 표정, 자세 등을 사용하는데 이 모두 글의 뜻과 듣는 사람에게 맞게 표현해야 한다. 즐거운 내용의 글은 즐거운 표정으로, 분노를 나타내는 부분은 노한 표정으로 표현해야 한다. 실제로 시각언어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음성언어가 크게 영향을 받는다. 사람의 음성은 몸의 다양한 근육을 이용해 만들어진다. 그중 표정에 따라 조음기관을 움직이는 근육의 모양도 달라지므로 표정과 자세는 바로 음성언어를 위한 발성과 발음 등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생각을 음성언어로 표현하는 방식에는 낭독과 스피치가 있다. 둘 다 화자의 생각을 입으로 표현하는 것인데, 낭독 표현이 전적으로 글에 의존한다면 스피치는 글의 본뜻이 훼손되지 않는 선에서 글을 추려내거나 애드리브를 추가하며 표현한다는 차이가 있다. 좋은 문장으로 이루어진 글을 낭독하는 것은 자기 언어의 모양을 바로잡는 아주 좋은 방법이다. 그래서 실무 스피치 교실에서는 필수적으로 낭독 과정을 거친다. 

 

음성언어 표현법

음성언어의 기본은 당연히 음성이다. 예전에는 방송용 음성으로 예쁘거나 멋있는 목소리를 선호했지만, 요즈음은 말이 잘 전달되는 발성과 자연스러운 발성을 선택하는 경향이 짙다. 그러니 좋은 소리를 만든답시고 성대에 힘을 주어 어색한 소리를 만드는 일은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한다. 대신 밝고 분명한 음성을 가지고 싶으면 가장 먼저 밝고 또렷한 표정으로 발성해야 한다. 가장 좋은 목소리는 가장 편안하고 가장 잘 들리는 목소리다. 

힘과 울림이 있는 발성의 출발점은 깊고 넉넉하며 고른 호흡이다. 허리를 세우고 앉아서 목과 어깨에 힘을 뺀다. 횡격막 아래 위장이 있는 자리에 풍선이 있다고 상상하며 천천히 풍선을 부풀리고 숨을 빼는 연습을 되풀이한다. 이런 호흡이 실제 낭독과 스피치로 이어지도록 꾸준히 훈련해야 한다. 넉넉하고 고른 호흡은 지속해서 울림 있는 음성을 만들어 준다. 이때 반드시 목과 몸통 부위에 힘을 빼야 한다. 그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크기와 모양의 소리가 나도록 호흡을 조절해야 한다. 넉넉한 성량은 깊은 울림과 공감으로 이어진다. 호흡이 모자라면 넉넉해질 때까지 연습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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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확하게 발음하는 법 ⓒ <내 생각처럼 되는 스피치> 강의 자료 중에서. 50+시민기자단 장승철 기자

 

모두의 발음법

낭독과 스피치를 배우는 사람은 거의 전부 발음이라는 산 앞에 잠시 멈추어 서서 숨을 고른다. 한국어 발음규칙을 일부러 공부하는 일도 거의 없는 데다가, 규칙에 예외도 적지 않고, 자기가 원하는 대로 발음하지 못하는 경우도 제법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기본적으로 정확하게 발음하기 위한 도움말 몇 가지를 소개한다. 

정확하게 발음하려면 우선 글에 적힌 대로 소리 내려고 노력해야 한다. ‘내가’와 ‘네가’를 대충 비슷하게 소리 내는 식의 일상 발음으로는 절대로 정확하게 발음할 수 없다. 다르게 적혔으니 다르게 발음해야 한다. 이 경우 모음삼각도가 도움이 된다.

다음으로는 호흡을 넉넉히 사용해야 한다. 호흡이 적으면 발성도 발음도 부정확해진다. 힘있게 내쉬는 숨이 정확한 발음의 기본조건이다. 

그리고 조음기관의 공간을 넉넉히 확보해야 한다. 입을 다물고는 콧소리밖에는 낼 수가 없다. 입을 크게 열면 모음이 소리 나는 위치의 차이를 뚜렷하게 만들어 모음을 분명히 발음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혀가 움직일 공간도 넉넉해지므로 혀와 입천장이 부딪치며 소리를 만드는 자음도 명확하게 만들 수 있다. 발음은 한 가지 소리만 내지 않는다. 이어지는 다른 음을 발음하기 위해서는 부지런히 턱과 입술, 혀 등을 움직여야 한다. 게으른 입놀림으로는 좋은 발음을 할 수 없다. 그리고 비강이 넉넉히 공명하여 콧소리 나지 않도록 건강을 유지해야 한다. 끝으로 ‘가갸표’ 등을 이용해서 많이 연습하는 것이 최선의 발음 공부법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말을 말답게 하는 억양법

마지막으로 억양은 말을 말답게 만드는 필수 요소이다. 좋은 소통을 하려면 억양을 공유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억양과 관련해서 가장 먼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읽기를 위한 억양을 따로 두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읽기 억양은 대화나 연설할 때의 억양과 같지 않다. 글과 말이 사용하는 어휘나 어체가 다르니 억양도 그를 따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읽기 억양이 말의 억양과 멀면 멀수록 어색하고 이질적이며 공감하기 어렵게 된다. 심하면 신뢰를 잃을 수도 있다. 그런 이유로 면접장에 나간 수험생이 자기소개서를 열심히 외워 읽기식 억양으로 자기를 소개한다면 필시 실패한 면접이 되고 말 것이다.

결론적으로 낭독의 억양은 말의 억양에 가깝게 하여 자연스럽게 들리도록 해야 하고, 말의 억양은 모범적 낭독 억양의 깨끗하고 변화가 적은, 잘 정돈된 특성을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바른 억양을 위한 두 가지 제언

말의 억양은 강세나 길이를 이용해 문장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을 강조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러므로 꾸밈말과 꾸밈을 받는 말 중 꾸밈말을 강조하는 것이 맞다. “예쁜 아이네요.”에서는 ‘예쁜’에, “인상하기로 했습니다.”에서는 ‘인상하기로’에 강세를 두어야 말다운 말이 된다. 말의 끝에서는 묻는 말이면 음을 올리고, 아니면 내린다. ‘했습니다.’는 서술형 어미이므로 ‘했’부터 ‘다’까지 순차적으로 음의 높이를 낮추어야 한다. 하지만, ‘했’보다 ‘습’을 높이고 ‘니’를 낮춘 다음 다시 ‘다’를 높여서 마무리하는 잘못된 억양법을 좀처럼 고치는 못 하는 이들도 많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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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청의 유익 ⓒ <내 생각처럼 되는 스피치> 강의 자료 중에서. 50+시민기자단 장승철 기자

 

좋은 스피치의 마지막 단추 ‘경청’

말하고 듣고 쓰고 읽는 인간의 언어 행위 가운데 가장 어려운 것이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그러나 이 질문에 ‘듣기’라고 대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듣기를 가볍게 생각해서라기보다 듣기를 ‘경청’과 연관 지어 생각하는 데 익숙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귀와 마음을 기울여 듣는 행위가 경청이다. 경청은 잘 들어서 이해하고 공감하는 행위이자 상대를 존중하는 행위이다. 경청하지 않고 자기 얘기만 하면 소통할 수 없다. 많은 사람이 본능적으로 듣기보다 말하려고 든다. 경청은 그 본능을 누르고 끝까지 참으며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존중하고 상대의 말을 잘 이해하기 위해 마음을 다해서 듣는 행위이다. 그래서 경청은 익숙하지 않고 어렵게 느껴진다. 좋은 들음은 좋은 깨달음이 되고 이 깨달음이 반드시 자신의 말로 이어진다. 그러므로 경청하지 않고는 절대로 좋은 대화와 소통을 이어갈 수 없음을 꼭 기억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말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버릇도 그렇다. 그래서 ‘말버릇’이라고 표현하기도 하지 않는가? 좋은 언어 표현을 위해서 그만큼 노력할 것이 많다는 뜻이다.

정리하자면,

첫째, 슬기로운 언어생활을 위해 가장 먼저 슬기로운 생각을 슬기롭게 정리해야 한다.

둘째, 정리된 생각을 언어로 잘 표현하려면 노력해야 한다. 먼저 생각을 표현할 어휘와 문장을 수집해야 한다. 세상은 더불어 사는 것이고 더불어 살기의 첫 조건은 생각을 공유하는 것이다. 다른 세대들과 생각을 공유하자면 상대의 생각을 이해하도록 그들이 즐겨 쓰는 어휘 공부도 해야 한다. 그리고 자기 생각이 다른 세대원들에게 받아들여지도록 상대에 맞는 어휘를 사용해야 한다. 그러니 가끔 신조어 사전도 들여다보자. 간단히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무수한 신조어를 만날 수 있다.

셋째, 특별히 음성언어 표현에 힘써야 한다. 호흡과 발성, 발음, 억양을 잘 사용하도록 익힘으로써 음성언어로 정확하게 생각을 표현할 수 있게 된다.

넷째, 말은 정확한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말의 정확함보다 깊은 경지는 효과적으로 말하는 것이다. 말에는 온도가 있다. 그리고 표정이 있으며 감정이 있다. 이것들이 말을 효과 있게 만든다. 따뜻한 관계를 위해 따뜻한 어휘와 문장을 준비하고 따뜻한 표정으로 따뜻하게 음성 표현하는 경지에 모든 이들이 이르기를 기대한다.

다섯째, 잘 말하려면 잘 듣고 쓰고 읽는 언어기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 모든 언어기능을 함께 길러가도록 힘쓰기를 권한다.

 

연재를 마치며

좋은 생각이 좋은 언어를 낳고, 좋은 언어가 좋은 관계와 삶을 낳는다. 그러므로 신중년이 건강하고 아름답게 나이 들기 위해서는 먼저 통념에서 벗어난 진취적 생각과 언어생활이 앞서야 한다는 신념으로 연재를 이어왔다. 신중년의 언어는 또렷하되 밝고, 따뜻하되 당당한 모습으로 늘 깨어있어야 한다. 그러한 언어와 태도가 급변하는 세상에 슬기롭게 대처하도록 신중년을 이끌리라 확신하며 연재를 마친다.

 

 

50+시민기자단 장승철 기자 (cbsanno@naver.com)

 

 

 

[슬기로운 신중년 생활] 


① '나이 듦'을 마주하는 신중년

② 아름다운 나이 듦을 위한 과제

③ 신중년의 새로운 사회적 역할

④ 신중년의 슬기로운 언어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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