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의  퇴직 후 삶으로의 징검다리 놓기

인생 후반기를 맞이한 이들은 ‘제3의 커리어’를 가져야 한다. 제3의 커리어란 제3기 인생의 커리어를 말한다. 즉 30년~40년 동안 일을 하고 은퇴한, 퇴직한 사람들이 다시 갖게 될, 가져야 할 인생 후반기의 새로운 일이다. 퇴직만 하면 곧잘 빠지고 마는 은퇴자라는 의식, 사회복지 대상자에 불과하다는 소심함, 일 없는 늙은이라는 패러다임에서 자발적이고 역동적인 전환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퇴직 후에도 지속적으로 사회에 기여하고, 자신의 삶의 영역을 활동적으로 영위할 수 있는 커리어를 가져야함은 물론, 그것을 내 인생의 일부로 유의미하게 작동하게 만들어야 한다.

제 3의 커리어를 갖는다는 것은 앙코르 커리어 즉 다시 내 앞에 놓여있는 30년을 위한 여가를 의미하기도 한다. 한 예로 젊어서 기업가이자 투어리스트 가이드로 일하던 한 사람이 은퇴를 앞두고 시가를 1달러에 팔아 보는 일을 해보고 있다고 하자. 실제로도 그 사람은 ‘은퇴 후에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에 대한 흥미 있는 변화를 지켜보고자 징검다리를 건너는 것처럼 그 일을 해보고 있다.

 

 

오르후스: 700년도에 바이킹이 설립한 덴마크 시

현재 오르후스는 덴마크 제 2의 도시로서 인구가 30만 명이다. 2017년 현재 오르후스는 문화적 중심지라고도 할 수 있다. 여기 오르후스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 연금만 타고 살면서 노후를 맞고 싶지 않다.

  • 계획적으로 일하고 싶다.

  • 의미 있는 인생을 살고 싶다.

  • 새로운 커리어를 갖고 싶다.

 

오르후스 시에서는 이런 생각을 가진 인생후반기의 사람들의 퇴직 후 새로운 커리어를 위해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새로운 아젠다를 마련했다. 일단 현재 우리 현대인의 삶이 그야말로 ‘장수’ 한다는 것. 예전에는 50대, 60대라면 삶을 마치고 이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그 나이에 맞이하는 노년의 삶을 그다지 염두에 두지 않아도 되었다. 나이가 들면 곧바로 삶이 끝났으니 남아 있는 삶을 도모하지 않아도 되었다는 말이다. 그러나 오래 산다는 것, 오래 살아 있다는 것은 각 개인이 이제 인생의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차리고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각 개인이 그냥 나이를 먹어 죽음을 맞는 것이 아니라, 계속 살아 있다는 것, 그러나 일하고 돈을 벌어 생활하는 삶은 어쩔 수 없이 은퇴, 퇴직이란 이름으로 마감해야 한다는 것. 그것은 사실 힘겨운 전환점을 돌아가야 한다는 뜻이다. 아직 남아 있는 삶. 퇴직 후에도 의미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 퇴직 준비는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오르후스 시 프로젝트를 만들어 진행하게 된 이유이다. 활력 있는 노후를 향한 지름길로 퇴직준비 워크숍을 열고 참여하게 한다. 나이가 들어도 사회에 어떤 의미로도 지속적인 기여를 하게 만들고 퇴직생활의 새로운 규범을 인식할 수 있도록 비디오를 제작한다. 우리 앞에 놓인 기대수명이 점점 길어지고 있는 이즈음, 이런 준비는 피할 수 없는 일이다.

 

단지 오래 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기대수명은 점점 길어지고 있으나 그냥 오래 살아 있기만 한다는 것이 무슨 축복이 되겠는가. 장수는, 축복이 아니라 재앙일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니 인생 후반기에도 ‘산다!’는 것은 인생의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는 것을, 이전 기대수명이 짧은 시절 살았던 이들과는 판이하게 다른 인생의 단계로 진입하고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아이에서 젊은이로, 그리고 성인으로, 일하고 살 수 있는 완전한 성인으로 산 다음 노인이 되어 거의 곧바로 죽음으로 가는 것이 예전 사람들이 삶이라면 지금은 기대수명의 증가로 완전한 성인에서 노년 곧 죽음의 단계에서 새 전환이 일어난다.

 

이제 우리에겐 50대 좀 더 길게 잡아 60대 이후의 삶, 즉 25년 정도의 보너스 인생이 놓여 있다. 준비하지 않으면, 새로운 전환을 마련하지 않으면 살아 있으나 죽어있는, 리빙 데드의 삶을 살 수도 있다. 보너스가 아니라 재앙일 수 있다. 무의미하고 지루한 반죽음의 삶을 살 수는 없지 않은가. 현재 사람의 기대수명을 77세 정도로 잡는다면 이전 기대수명인 52세 정도에서 25년 정도가 보너스 기간이 된다. 그저 추가의 삶이 아닌 새로운 인생의 시기로 생각해야 한다.

 

인생의 새로운 단계를 맞은 수많은 시니어들에게 주어진 25년 정도의 삶을 새롭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사회적으로는 20~30년 동안 수많은 능력 있는 사람들의 자원의 손실을 불러올 것이고, 개인적으로는 일이 없는, 일하지 않는 ‘영원한 휴가’ 즉 ‘지옥’의 삶을 살 수도 있다는 걸 의미한다. (버나드 쇼의 말, 영원한 휴가는 사실 지옥의 삶과 같다. 지옥을 좋은 의미로 규정한 말이 영원한 휴가라는 말이다.)

자, 앞으로 25년의 휴가가 당신에게 주어졌다면!!! 당신은 그 휴가를 원하겠는가?

 

 

55~75세의 인생 단계에서 사회적 역할의 변화

보너스처럼 주어진 20여 년의 삶. 성인이 된 후 부모, 연인, 직원, 파트너의 다중 역할을 담당하며 살아온 개인은 고령이 되면서 모든 사회적 역할은 점점 축소되어간다. 직원의 역할, 남편의 역할, 애인, 부모의 역할은 차차 줄어들고 소멸된다. 예전처럼 집으로 돌아와 여가를 즐기며 조부모가 되어 자원봉사 활동이나 하면서 노후를 보낸다는, 나이듦에 대한 규범적 인식은 현재 와해 중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퇴직을 준비해야 한다.

 

먼저 퇴직을 준비하면서 당신이 퇴직 후에 얻을 수 있는 것들을 알아보기 위하여 자유 시간 및 40시간을 활용해 보자.

 

여행과 여가를 활용해보고, 파트너, 손주, 가족관계를 되돌아보자. DIY 프로젝트도 생각해보고 휴식도 취해보자. 그런 과정 중에도 과거를 돌아보는 것을 잊지 말자. 앞으로 당신이 ‘잃을 수 있는 것’을 알아보기 위하여 지난 40년 동안의 당신의 정체성과 활동을 돌아보자. 동료와 중요한 네트워크와 이별하게 될 것이다. 삶의 구조도 매일에서 매주로 바뀌어 갈 것이다. 생활비는 줄어들 것이다. 변화 자체를 도전과제로 받아들이고 이전의 삶의 의미와 목표에서 변화된 삶의 모습을 새로 짜야 할 것이다. 앞으로 잃어버리게 될 것들을 어떻게 되찾을 것인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것들을 어떻게 잃어버릴 것들과 결합할 것인가,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퇴직이 막다른 절벽으로 다가오는가. 또는 퇴직이 새로운 다리로 놓일 것인가. 당신이 가진 은퇴, 퇴직의 느낌을 깊이 생각해보면서 새로운 동료, 새롭게 중요한 네트워크를 맞이하자. 새로운 의미와 목표를 발견하는 노력은 근로 생활을 마무리하는 모든 이들에게 중요하다.

 

 

25년의 보너스 인생-인생의 새로운 단계를 맞이한다.

자, 이 새로운 단계에서 어떻게 나만의 방법을 찾아야 할까? 여러 갈래의 길이 놓여있다. 모두가 가는 길을 따라 갈 수도 있고 나만의 길로 뚜벅뚜벅 걸어갈 수도 있다. 어떤 방법을 선택하든 염두에 둘 것은 단 하나다.

죽음을 앞둔 이들이 반드시 하는 후회가 있다고 브로니 웨어가 말했다. 그들은 죽음이 가까워질 때 이런 말을 한다고 한다.

“타인의 기대치에 부응하는 삶이 아닌, 나 자신에게 진실한 삶을 살 용기가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어떤 길을 찾아 걸어가든 나의 삶을, 나 자신에게 진실한 삶을 살 용기를 갖고 살아가야 한다는 알려주는 진지한 충고의 말이 아닐 수 없다.

 

자신의 보너스 인생을 어떻게 찾을 것인가, 를 돕는 덴마크 오르후스 시의 워크숍 모델을 소개한다.

워크숍의 목표는 60세 이상 연령층이 잘하는 것을 하고 노후에도 지속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장려한다는 것이다. 워크숍은 45차레 동안 열렸고 800명이 참가했다.

95%의 참가자가 퇴직 후 삶을 더 잘 준비하게 되었다고 답변했고 65%의 참가자가 인생의 새로운 단계에 관한 계획 자체를 변경하게 되었다고 했다. 40%의 참가자는 노후에 자원봉사자가 되어 사회에 기여하기로 결정했고 33%의 참가자가 직장생활을 연장하기로 마음먹었다.

 

워크숍 진행방법은 회의(발표, 논의), 그룹별 모임(서로 간의 컨설팅, 예제 연습), 개인의 사색, 문서화 작업(노트 및 계획안, 배포용)으로 이루어졌다. 워크숍의 성공 비결은 상담과 대화 그리고 ‘크게 웃기(a good laugh)’에 있다.

 

참가자들에게 당신들은 사회에 지속적인 기여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워크숍을 통해 격려했다. 또한 이전 직장생활의 가치, 즉 동료와의 교류, 중요한 네트워크와 정규적인 생활패턴, 삶의 의미와 목표는 자원봉사를 통해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왔다.

 

워크숍 연구 결과는 괄목할 만 했다. 자원봉사활동을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라이프 스타일로 받아들이고 장수한다는 것의 의미를 찾음으로서 우울증을 줄일 수 있었다.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을 유지할 수 있었고 지속적인 활동으로 치매를 예방할 수 있었다. 이들의 이후 활동은 일주일에 2~3시간이 적절하다는 것을 도출해냈고 새로운 인턴십으로 활동할 수 있게 했다.

 

 

 

새로운 삶을 향한 가교 구축

노후라고 일컫는 기간의 삶의 목적을 찾기 위해 퇴직과 새로운 단계를 건너가기 위한 다리(가교)를 구축해내는 패턴을 살펴보자.

기업의 사업가는 곧 나 자신이다. 기업가로 일할 때의 기업가도 나이고 기업가라는 직업이 사라진 후도 나 자신이다.

기업가라는 정체성을 가졌을 때의 방법대로 노후 삶의 나 자신에게 대입해서 생각해 보면 된다.

 

경제 관리부문: 나 & 소득: 일자리는 정규직에서 파트 타임 일로, 연금은 얼마, 역모기지는 얼마... 식으로 관리한다.

생산 관리부문: 나 & 현재: 나의 능력, 나의 활동, 나의 환원방법과 크기 등을 관리한다.

공급자 및 고객과의 협업: 나 & 타인: 가족은? 친구는? 기타 관계는? 달라진 후 관계는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인사 관리 부문: 나 자신: 나의 신체적 조건을 살펴본다.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위해 어떤 습관을 갖고 있는가.

전략적 계획: 나 & 미래: 인생 목표를 점검한다. 변화를 살펴본다.

 

노후 인생의 목적을 발견했다면, 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건강 및 보건, 일자리, 네트워크, 활동, 경제 부분을 나누어 각 부문에 맞는 주목표와 부차적인 목표를 설정하자. 어떤 목적과 목표를 설정할지라도 사실 노후 인생의 목표는 이제껏 사회와 관계에서 받은 것들을 돌려주어야 할 때, 환원해야 할 때라는 것을 잊지 않으면 좋다.

 

 

한 번도 경험할 수 없었던 날들이 우리에게 오고 있다.

제 3의 커리어, 제 3의 삶을 살기 위해 우리는 지금 가장 힘겨운 전환기에 서 있다. 다수의 50+ 세대는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매우 새로운 인생의 단계를 맞이해야 한다. 덴마크에서는 오르후스 프로젝트로 현재 전환의 삶을 준비하고 있는 이들에게 워크숍을 열어 비디오를 보여주고 교육을 하는 반면 노년의 삶의 준비를 위한 홍보를 하고 있다.

 

서울시는 50+ 정책을 통해 50+ 세대가 개인과 사회에 어떤 이익을 얻고 공헌을 할 수 있는지 에 대한 모색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는 모두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노년의 삶들을 앞에 두고 있다. 서울은 가파른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은 인구변화에 대처하는 데 있어 아주 선구자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글 권혁란 l 사진 김영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