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플러스 세대: 오십 이후 삶이 즐거운 도시

 

남경아 (서울시50플러스재단 서부캠퍼스 관장)

「50플러스 세대: 오십이후 삶이 즐거운 도시」의 저자 

 

「50플러스 세대: 오십 이후 삶이 즐거운 도시」는 서울연구원에서 출간하고 있는 ‘서울을 바꾸는 정책’ 시리즈 중 하나이다. 이 시리즈는 민선 6기 중간 지점을 통과하는 현 시점에서 박원순 시장이 주도하는 서울시 정책이 서울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 정리하기 위해 주제별로 기획되었다. 막 시작단계임에도 불구하고, 50플러스 정책과 사업이 서울시의 주요 성과로 선정되어 책으로 출판된 것은 무척 고무적으로 보인다.

 

 

루거 로이케(Rudger Reuke)를 만난 건 2004년이었다. 당시 나는 프리드리히 에버트(Friedrich Ebert)재단의 초청으로 독일여행을 하고 있었다. 루거 로이케는 35년간 정부기관인 독일개발원조기구(DED)에 근무하다 은퇴 후 해외원조 민간단체 저먼워치(German Watch)에서 일을 시작했다. 정부 연금을 받고 있으므로 이 단체에서는 1유로(Euro)만 받고 일을 하고, 그래서 자신을 스스로 ‘1유로 맨’이라고 부른다. 자신은 매일 출근해서 일할 곳이 있고, 세상을 위해 봉사할 수 있으며, 좋은 젊은이들과 함께할 수 있어 대만족이라고 행복해한다.

나는 이 ‘1유로 맨’에게서 매우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내 친구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언젠가부터 내 학교 동창들은 매주 일요일 오전 10시면 북한산 입구에서 모여 함께 등산하는 그룹을 만들었다. 최근에는 회원이 너무 많아져 한 번에 모여 등산하기가 힘들어졌다고 한다. 아직 50대 초반인데 직장에서 밀려나 등산 다니는 친구들이 무척 많아진 것이다. 그때부터였다. 외환위기를 계기로 40대 중반이면 회사에서 물러날 걱정을 해야 하고, 물러나면 할 일 없이 지내야 하는 한국 직장인의 삶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구체화되었다. 한국사회에서 새로운 신 노년층 운동을 구상하게 되었다.

- 2007년 박원순 서울시장(당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강연 내용 중 -

 

서울시 50플러스 정책의 시초는 2013년 2월에 문을 연 ‘서울인생이모작지원센터’로 거슬러 올라간다. 별다른 대책 없이 은퇴를 맞이하고 있는 베이비붐 세대의 인생후반전 준비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설립한 이 센터는 베이비붐 세대 지원 정책의 국내 최초 사례이자 선도적 모델로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서울시는 2014년 2월 10일 서울시 베이비부머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고, 이후 50대 베이비붐 세대를 위한 보다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같은 해 4월 22일 ‘서울시 베이비부머 응원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한강의 기적을 이룬 이 땅의 시니어가 인생의 후반전에도 기적을 이루게 도와야 한다’는 시장의 오랜 열망이 서울시 정책으로 실현된 것이다.

 

박원순 시장이 서울시 정책으로 베이비붐 세대를 지원하고자 하는 확고한 의지를 갖게 된 배경에는 그가 시장 취임 전 상임이사로 재직했던 민간연구소 (재)희망제작소에서의 경험이 자리 잡고 있다. 당시 (재)희망제작소는 ‘해피시니어’ 사업을 성공적으로 시행해 베이비붐 세대 지원 사업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재)희망제작소가 개발한 교육 과정 ‘행복설계아카데미’는 국내 최초의 베이비붐 세대를 위한 사회공헌 일자리 입문과정이다. 2007년 9월 1기 수료생을 배출한 이후 총 19기의 수료생을 배출했으며, 전체 수료생이 700여 명에 이른다. 절반가량의 수료생이 지역 풀뿌리단체, 사회적기업, 국제구호단체, 복지기관 등 다양한 제3섹터 조직에서 새로운 삶의 모델을 만들었다. 수료생이 직접 설립한 사회적경제 조직, 비영리민간단체도 13개에 이른다. 이러한 행복설계아카데미의 사업 성과는 이후 서울시 베이비붐 세대 지원 정책 수립의 밑거름이 되었다.

 

하지만, 민선 5기 시절 야심차게 추진했던 서울시의 ‘인생이모작’ 사업은 대부분의 혁신정책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도전과 도약을 요구받았다. 박원순 시장은 이러한 비판을 냉정하게 받아들이는 한편, 지원 정책을 축소하거나 조정하기보다는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과감한 조치를 시행하는 방안을 선택했다. 박원순 시장은 민선 6기 서울시장으로 재선된 후 2015년 1월 1일 자로 시 행정조직을 개편해 서울시 복지본부 내에 ‘인생이모작지원과’를 신설했다. 같은 해 4월에는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인생이모작지원단’을 발족했다. 베이비붐 세대, 시니어, 중장년층 등 다양한 용어로 불리던 정책 대상을 새로이 50+세대(50~64세)라 명명하고 지원 체계를 정비하기 시작했다. 민선 6기 서울시장 선거 당시 주요 공약 사항이었던 50플러스캠퍼스의 전문적인 경영을 담당할 ‘서울시50플러스재단’ 설립에도 박차를 가했다.

 

시 산하에 새로운 출자·출연 재단을 설립하는 일에는 대단히 지난한 과정이 요구된다. 서울시는 서울시50플러스재단 설립을 위해 단계별 연구·조사 계획을 수립하고, 다양한 전문가와 50+세대 당사자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여러 차례 간담회와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 50+지원 사업의 정체성, 기존 정책과의 차별성 등을 이유로 여러 이해관계자와 갈등을 빚었고, 시 의회 및 중앙정부와의 조율에도 난항을 겪었다. 그렇게 꼬박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수차례 논의와 협의를 거쳐 마침내 2016년 6월, ‘서울특별시50플러스재단’이 설립되었다. 재단이 직접 경영하는 1호 캠퍼스인 ‘서울시50플러스 서부캠퍼스’는 조금 앞서 같은 해 5월부터 수강생을 모집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민선 6기 서울시 50+지원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올해 3월에는 두 번째 50+캠퍼스인 중부캠퍼스가 공덕동에 문을 열고 50+세대들을 만나고 있다.

 

이 책에서는 민선 6기 서울시 50+정책의 수립과 서울시50플러스재단 설립 이전의 전사(前史)(3장)와 함께 현재 서울50플러스재단이 주축이 되어 실행하고 있는 서울시 50+사업의 주요 내용(4장)을 소개한다. 서울시 50+정책 패러다임의 주요 키워드인 ‘앙코르 커리어 운동’과 ‘당사자 운동’에 관한 설명도 곁들였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전반부에서는 50+세대를 둘러싼 현실과 이들의 잠재력(1장), 해외 50+지원 정책 사례(2장)를 소개한다. 서울시 50+정책의 남은 과제(5장)도 정리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과 50플러스 캠퍼스가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 뒤 불과 1년 남짓한 시간이 흘렀다. 아직 사업의 공과를 판단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한발 앞선 서울시의 체계적인 준비 덕분에 재단의 활동에 전례 없이 많은 시민이 관심을 두고, 다양한 50+세대가 캠퍼스에 모이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과 50플러스캠퍼스를 중심에 둔 서울시 50+지원 체계를 실현하기까지 수많은 의견과 비판과 격려를 접했다. 그만큼 많은 실무자가 고민하고, 울고 웃고, 땀 흘려야 했다. 이 모든 과정을 직접 겪고, 때론 지켜봤다.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는 생각도 들지만, 이제 시작이다. 50+세대는 아무도 가보지 않은 새로운 삶의 길을 개척해야 한다.

 

서울시의 50+세대 지원 정책도 마찬가지이다. 한국 사회에서 아직 누구도 다져놓지 않은 길을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 다행히 서울시의 50+지원 사업 모델이 다른 지방자치단체에까지 확산되어 부산광역시, 울산광역시, 광주광역시 등에서 유사 사업을 준비하거나 이미 시행하는 중이다. 그 동안 서울시에서 어떤 비전을 갖고, 어떤 시행착오를 거쳐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 궁금해 하는 분들에게, 새로운 인사이트를 원하는 50+세대에게 이 책이 좋은 가이드가 되기를 바란다.

 

 

 

「50플러스 세대: 오십 이후 삶이 즐거운 도시」는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