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무릇, 모여서, 좋아서, 오래하는 독서모임으로

 독서가 필요한 이유, 책은 도끼다.’

 

책은 우리 내면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꽁꽁 얼어붙은 바다를 깨부수는 도끼가 아니면 안 되는 거야.”

 

1904년 카프카는 친구인 오스카 폴락에게 이렇게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도끼를 독서에 비유한 카프카는 독서가 깨우기이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며 주체적 독서하기를 강조한다. 우리가 믿는 당연하다고 보편적이라 절대적이라고 믿는 그 사고의 바다를 도끼로 깨부숴.’라고 주문하고 있다.

 

카프카가 남긴 독서의 정언대로 그의 대부분 작품은 카프카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무수히 깨져야 하는 얼어붙은 사고의 바다를 내려칠 도끼질이 필요한 이가 많을까? 도끼질이 무슨 의미가 있는데? 책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어서? 맙소사, 책이 없더라도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지 않나?

 

이러한 이유로 굳이 얼어붙은 사고를 도끼질할 필요가 없는 손이 쉽게 가는 책들이 잘 팔린다. 물론 쉽게 읽히는 책들과 독자 역시 존중한다. 그럼에도 책모임에 나가 다른 이의 생각을 들을 결심을 한다면, 얼어붙은 사고를 깨는 독서를 준비한 이라면 카프카적인 독서를 권유한다.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의 두개골을 주먹질로 쳐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 책을 읽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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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의 독서 정언 출처 : 민음사 

 

 

모여서, 좋아서, 오래하는 독서모임

 

진정한 독서란, 자신을 찌르고 상처를 줄 수 있는 오직 그런 류의 책을 읽는 것이다.’라고 한 카프카의 독서는 평범하지도 대중적이지도 않다. 한마디로 어렵다. 혼자서는 책은 도끼다.’ 하며 읽어야 하는 역경을 이겨내기 힘들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혼자 읽을 결심을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하여 강서50플러스센터의 이층 한켠에 마련한 독서모임을 소개하고자 한다.

 

2021년 온라인(비대면) 독서포럼으로 시작하여 2023년 오프라인으로 전환되어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이 모임의 회원은 스무 명. 팀 마샬의 <지리의 힘>으로 시작하여 알랭드보통의 <여행의 기술>,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를 지나고 있었다. 포럼으로써의 독서모임이기에 제시된 과제가 있고 토의를 위한 재료가 주어졌다.

물론 토론의 재료는 책 속에서 건져 올린 것이기에 토론을 잘 끝내기 위해서는 책의 행간을 꼼꼼히 읽어내어야만 가능하다.

 

한 권의 책으로 얼어붙은 바다, 사고를 깨는 작업이 쉽지 않은 이유는 길들여져 있는 생각을 깨우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중년이 되면 이미 묵은 경험으로 사고가 말랑말랑한 십대나 이십대와는 다른 견고한 나만의 아집이 인생에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여러 길이 있음을 부정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명백한 사실은 우리는 무수히 깨져야 할 얼어붙은 사고의 바다를 가졌다는 사실이며, 얼어붙은 사고를 깨우기 좋은 방법은 독서를 통해서이다.

 

한 권의 책에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단어와 문장이 이어지는 행간을 탐색하는 일을 모여서, 먹으며, 웃으며 할 수 있다면 할 만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강서50플러스센터 송은섭 작가가 이끄는 독서포럼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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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포럼의 목적 시민기자단 최미진 기자 

 

 

송은섭 작가와 함께, 그리스인 조르바

 

10월 둘째 주 토요일 <그리스인 조르바> 독서포럼에 참석하였다. 수원에서 오시는 교수 부부, 작가, 선생님, 기자 외 다양한 직업의 독서회원들이 비오는 아침에도 열심히 참석해 주셨다. 밝고 우렁찬 목소리의 송작가님과 스무 명 정도의 독서회원들이 음식을 나누며 인사를 건네는 모습에서 건강한 독서모임을 느낄 수 있었다. 송은섭 작가의 <그리스인 조르바> 책에는 포스트잇 플래그로 책 내용에서 중요한 부분이 표시되어 있었는데, 독서회원들 역시 그들의 <그리스인 조르바> 책 페이지 중간중간 플래그로 색색이 나부끼고 있었다. 책의 행간을 정독하고 독서토론을 준비한 흔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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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강서센터 50+독서포럼 선정도서 그리스인 조르바 시민기자단 최미진 기자 

 

 

독서 수업의 앞부분, 짧게 책 줄거리와 저자소개가 이어졌으나, 두 시간에 이어진 독서포럼의 대부분은 자유토론이었다. 자유토론의 논제는 세 가지로 조별로 주어져 선택 논제를 구성원들과 논의해야 한다. 자유토론의 논제 1. 조르바의 자유관에 관해”(예를 들어 조르바가 결혼에서 벗어나자라는 사랑의 자유나 갈탄광에서 횡령하는 재물에서의 자유와 같은), “2. 현재 자신의 입장에서 조르바의 삶을 자신의 삶에 적용한다면 어떤 것을 버리고, 어떤 것을 취할 수 있을까?”, “논제 3. 결혼을 경멸하던 조르바가 류바라는 과부와 결혼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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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 저자 소개 및 자유토론 조별 발표 시민기자단 최미진 기자 

 

 

카프카의 독서론처럼 고통을 감내해야 할 만큼의 도끼를 든 독서는 아닐지라도 토론하며 타인의 생각에 가슴을 열고 듣고 있는 이 순간, 귀여운 도끼질을 하고 있다고 본다. 이십대 대학시절 ‘그리스인 조르바'라는 책 제목에 이끌려 책을 잡았다가 가보지도 못한 그리스에 대한 묘사로 띄엄띄엄 읽었던 기억의 <그리스인 조르바>가 “카르페디엠”(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라)을 충실히 이행하는 인물임을 깨닫게 되는 순간, 인생에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여러 인물과 길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토론의 주제처럼 조르바라는 인물을 어떻게 받아들일까?”를 고민하는 순간 내 바다에 도끼질이 시작되었음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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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포럼 토론 자료 출처 : 강서50플러스센터 

 

 

11월의 ‘단순한 열정’을 기다리며

 

송은섭 작가에게 가을 4060에게 도서를 추천한다면에 대한 질문의 응답으로 도서 두 권을 소개하였다. 10월의 도서 <그리스인 조르바>가 오십대 남자가 가장 많이 선택한 남성의 도서였다면, 이어 11월의 도서 프랑스 작가 아니 에르노가 쓴 <단순한 열정>은 사랑과 욕망에 잠식된 여성의 솔직한 감정을 담고 있는 여성의 도서로 추천하였다.

 

노벨문학상 수상작인 <단순한 열정>은 한 남자를 기다리는 일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열병 같은 사랑에 빠진 엘렌을 그리고 있으며, 서술의 사실성과 선정성으로 출간 당시 충격적인 작품이었다. 통제되지 않는 자신의 욕망 그리고 육체적 탐닉을 그린 은밀한 경험담은 호기심을 자극한다.

 

만약 책을 읽고 싶지만 어려운 독서 초보에게 권하는 독서하는 방법이 있다면?”에 송작가님이 알려주는 팁은 영화나 영상자료를 최대한 활용해서 독서하라였다. 그리스인 조르바만큼이나 평이하지 않은 캐릭터를 열린 가슴으로 맞이할 준비된 독자라면 자극적이지만 경박하지 않은 <단순한 열정>의 엘렌과 마주해보시길 바란다.

 

“우리 내면의 얼어붙은 바다가 깨어질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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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센터 50+독서포럼 수강생과 함께 시민기자단 최미진 기자 

 

 

 

 

시민기자단 최미진 기자(marmara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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