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같이 드실래요?” 며칠 전 학습지원단 선생님 세 분이 퇴근 준비를 하면서 말을 건넸습니다. 사무실에 혼자 남은 사람에게 배려의 맘으로 건넸을 그 말이 그날따라 정겨웠어요. 1초쯤 망설이다 따라나섰습니다. 제 근무일과 같은 날 디지털 기초상담소를 열어 가르치는 모습을 봐 온 까닭에 통성명은 없었지만 편하게 느껴졌거든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올 한 해 했던 캠퍼스 활동과 활동으로 맺어진 관계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지난 화요일(11월 22일)엔 서부캠퍼스 4층 두루두루 강당에서 커뮤니티 프로젝트 성과공유회가 열렸습니다. 2022년 열심히 활동한 커뮤니티 프로젝트 대표와 총무들이 모여 팀의 활동을 공유하고 알아가는 시간인데 진행을 맡은 ‘재미사마’ 서하경 대표와 신미정 이사가 마이크를 잡나 했더니 뜬금없이 제 이름을 불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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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부캠퍼스 3층 학생회관 입구에 있는 크리스마스트리 ⓒ 50+시민기자단 정용자 기자

 

서부캠퍼스 이민정 팀장님이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들고 있는,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선명하게 찍힌 감사패(얼마 전 재단 성과사례집에 커뮤니티 지원단 사진이 들어간다고 해서 드린 제 상반신 사진이 예쁘게 프린트된)의 글을 전선영 선임님이 읽어 내려갔습니다. 알고 보니 행사 전, 올해 활동한 커뮤니티 지원단을 위한 깜짝 이벤트였어요. 해마다 지원하기를 올해로 네 번째. 4년째 해온 커뮤니티 지원 활동이 마지막일 수 있다는 게 실감 났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화장이라도 예쁘게 하고 옷도 좀 신경 써서 입고 올 것을 하며 너스레를 떨었지만, 이 좋은 날 눈물이 찔끔 나오려는 걸 참느라 애쓴 건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을 겁니다. 차례로 이름 불린 지원단 세 분의 놀란 표정도 저와 다를 바 없었죠. 서부캠퍼스는 말할 것도 없이 참 따뜻한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사람들. 이게 바로 사람 냄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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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뮤니티 지원단 허성희 선생님과 ⓒ 박일호

 

올해 서부캠퍼스 커뮤니티 프로젝트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20팀이 선정됐어요. 대개 2~3년은 기본으로 활동하며 성장해온 팀들이라 낯익은 분들이 많았습니다. 커뮤니티 플러스로 아이디어를 모아 프로젝트 활동으로 가능성을 확인한 후 단체설립까지 확장하는 팀들을 봐 온 터라 성과공유회에 참석한 한 분 한 분이 허투루 보이지 않습니다.

 

생각나는 대로 적어봅니다. 날꽃뺀드(오타 아님), 오플밴드, 어울림닷컴, 오플남성중창단, 오플캘리서각, 히스토리밴드, 마블라이프, DTS, 재나공, 산들애오카리나, 극단은평, 글로벌라이프, 막독극, 포시즌밴드, 에어로폰세상, 동행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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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캠퍼스 3층 학생회관 앞 소품 인형 ⓒ 50+시민기자단 정용자 기자

 

적어놓고 보니 주로 공연(음악, 연극) 커뮤니티네요. 꿈이라는 단어가 떠오릅니다. 캠퍼스 강좌 수료생으로 만나 각자의 사정으로, 혹은 사느라 바빠 포기한 어릴 적 꿈들을 현실로 끄집어내어 봉사활동 등으로 선배시민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사람들. 동그랗게 원을 만들어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 활동을 소개하며 알아가는 시간을 갖다 보니 두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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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뮤니티 성과공유회 현장 ⓒ 50+시민기자단 정용자 기자

 

성과공유회가 끝난 후 1층 모두의 카페에서 ‘오플밴드’ 공연이 있었습니다. 지난 기사에서 안내한대로 ‘50+와글와글 페스티벌’의 첫 번째 공연팀이거든요. ‘오플밴드’에서 기타와 보컬을 맡은 김대현 님은 까까머리 중학생일 때 기타를 배웠대요. 부모님의 조언으로 직업에 유리한 전공을 택했는데 정말 하고 싶던 일은 음악이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을 통해 꿈을 이룬 거죠. 그래선지 기타 치며 노래할 때 너무 행복해 보입니다.

 

커뮤니티 활동으로 꿈을 이루는 분들을 볼 때마다 이십여 년 전, 신문에서 읽은 60대 의사의 말이 떠오릅니다.

“부모님 뜻에 따라 60이 넘도록 의사로 살았지만, 지금부터는 제가 하고 싶었던 천문학 공부를 하려고 합니다. 아내와 다 성장한 아이들도 자랑스럽다며 제 꿈을 응원해주었어요.”

어릴 적 꿈이었던 천문학자가 되기 위해 유학을 준비 중이라는 60대 의사의 인터뷰는 30대 중반이던 제게 충격(시간이 많이 지났어도 또렷이 기억날 만큼)으로 다가왔거든요. 당시에는 60이 꿈꿀 수 있는 나이라는 걸 짐작도 못했으니까요. 확실히 그 나이 되어야 알아지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분은 꿈을 이뤘을지 가끔 궁금합니다. 이름이라도 기억해뒀으면 좋았을 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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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캠퍼스 3층 학생회관 정수기 옆 두 개의 크고 작은 화분. 캠퍼스 입문으로 막 걸음을 뗀 50+세대 누군가가 큰 나무로 성장한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찰칵 ⓒ 50+시민기자단 정용자 기자

 

오늘은 인생학교 동문들로 구성된 윤독(여러 사람이 돌아가며 낭독하기) 모임에 참여했어요. 오플쿱 사회적협동조합의 조합원 독서모임(오도독)에서 읽은 책 ‘카페에서 공부하는 할머니’를 쓴 심혜경 작가 북토크가 있던 날, “책에 언급한 윤독 모임을 우리도 해보자”라는 의견이 나와 바로 실천하는 중이거든요. 일주일에 한 번 모여 돌아가며 책을 읽는데 지난 시간에 막 한 권을 끝내고 오늘 두 번째 책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아르놀트 하우저 지음, 백낙청 옮김, 창비’ 목차 1장까지 마친 상태입니다. 열린 모임이라 벌써 회원이 열두 명이나 되고요. 매주 회원이 느는 걸 보면 머지않아 인생학교 전체 동문 대상으로 확산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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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부캠퍼스 1층 모두의 카페에서 공연 중인 ‘오플밴드’ ⓒ 50+시민기자단 정용자 기자

 

다가올 11월 29일엔 ‘오플밴드’와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제가 활동하는 ‘오플난타장구’의 난타장구 공연이 예정되어있어요. 12월 1일에는 50+시민기자단 해단식이 있고요. 12월 7일은 커뮤니티 지원단 전체회의로 각 캠퍼스와 센터의 성과를 공유하는 시간이 있습니다. 12월 15일로 커뮤니티 지원단 활동도 끝나는군요. 그밖에 개인적인 소소한 활동들은 지속되겠지만요. 

 

그동안 다양한 활동, 다양한 만남으로 많이 성장한 걸 느낍니다. 한 분 한 분 고마운 분들도 셀 수 없이 많습니다. 늘 어딘가를 청소하고 마주칠 때마다 환하게 인사를 나눴던, 캠퍼스 환경지킴이 여자 선생님 두 분, 함께 하는 동안 끈끈했던 커뮤니티 지원단 선생님들과 PM이란 호칭이 더 친근했던 전선영 선임님, 박창영 선임님, 기자단으로 똘똘 뭉쳤던 이은지 선임님, 김인수 선생님, 커뮤니티 지원단 회의가 있던 날, 재단 본부 홍보팀에서 서부캠퍼스로 넘어온 이민정 팀장님이 저를 알아보고 반가워하신 그 마음이 진심임을 알기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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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층 학생회관 신주시작 전시 사진 앞에 놓인 꽃다발 ⓒ 50+시민기자단 정용자 기자

 

오며 가며 안부를 묻던 캠퍼스 모든 선생님들과 올해 50+시민기자단으로 함께했던 선생님들, 매 기사마다 따뜻한 언어로 피드백을 주신 재단의 시민기자단 운영사무국 선생님들께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한 해의 끝에서 돌아보니 지나온 걸음마다 고마움이 주렁주렁 걸려있네요. 시상식에서 상을 받은 분들이 고마웠노라 미용실 원장까지 정신없이 내놓는 마음을 조금 알 것도 같습니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라는 영화 제목이 떠오릅니다. 돌아보니 그러네요. 참 고마웠습니다.

 

 

50+시민기자단 정용자 기자 (jinju1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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