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ID-19, 방역, 변이, N차 접종, 백신, 공포, 확진자, 거리두기, 격리……. 

살아본 적 없는 삶이지만, 2년여 동안 낯선 단어들에 익숙해져 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모두 잘 견뎌내고 있다. 그리고 다행스럽게 우리가 살아온 평범한 날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아버렸다.

 

서울시50플러스 서부캠퍼스가 작년에 이어 ‘온라인백일장’을 열었다. 코로나19로 달라졌던 일상을 조금씩 회복해가는 요즘, 여러분의 ‘다시 만난 일상’을 짧은 글과 사진 또는 영상으로 전해달라며 지난 9월 28일부터 10월 20일까지 개최했다. 2021년보다 높은 경쟁률 6:1. 장원 상금이 미미해 낮은 응모율을 염려했는데 높은 관심에 감사해하며 10월 25일 장원 10명을 선정·발표했다. 그리고 11월 둘째 주말에 선정된 10인의 사진을 출력해 서부캠퍼스 1층 커피숍 벽면에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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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층 커피숍 벽면을 장식한 2022 온라인백일장 선정작 10점 ⓒ 50+시민기자단 김인수 기자

 

작은 것에 감사하는 쌤들을 만나다

11월 15일, 50+보람일자리 지원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한영심 쌤, ‘오늘을 경매하다’(자갈치 시장 시인 신진련 시집)를 들고 온 윤병응 쌤, 그리고 공모전을 개최한 이은지 선임을 그곳에서 만났다. 필자는 서둘러 도착해 만나기로 한 한영심 쌤의 ‘인생 2막, 우아한 일상’과 윤병응 쌤의 ‘소확행’ 사진을 미리 살펴보았다. 물론 필자 사진도.

 

이은지 선임은 이번이 두 번째인 사진 공모전의 주제가 ‘다시 만나는 일상’인 만큼 코로나19로 변화된 삶이 느리지만 조금씩 일상으로 돌아오는 모습 속에 크고 작은 감동을 담아낸 사진이 선정되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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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은지 선임과 한영심 쌤 ⓒ 50+시민기자단 김인수 기자

 

한영심 쌤은 지난 5월 18일부터 현재까지 양천구 50+보람일자리 지원사업으로 방아다리문학도서관에서 사서 업무를 지원하고 있다. 작게나마 다양한 프로그램 기획 단계부터 피드백에 이르기까지 사서 쌤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느낌도 받고, 본인의 일상에 활력 충만과 주어진 행운에 감사하며 활동하고 있단다.

 

특히 “제 이름이 불리는 공간에서 존재 자체가 의미를 지녔던 보람일자리 경험은 그동안 멀리했던 바깥세상의 문을 활짝 열어젖힐 수 있게 용기를 주었다”라는 그는 이번 공모전의 공고를 보는 순간, 즐겁고 보람 있던 방아다리문학도서관 활동이 바로 떠올랐다며 “이게 나의 인생 2막 시작이지! 도서관에서의 우아한 일상이라니… 행운이야^^”라고 스스로에게 말하는 자신을 발견했단다. 수상 소감은 미팅 끝 무렵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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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 2막, 우아한 일상 작품과 한영심 쌤 ⓒ 윤병응

 

윤병응 쌤의 사진 설명글은 ‘소확행-소소한 일상을 즐기는 게 얼마나 소중한 일상이었는가…!’다. 그는 “가족이나 친구들과 산책하고 산에 오르고 함께 여행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상이었는지 그동안 모르고 살아왔구나. 코로나19 대유행을 겪으며 조금씩 회복되는 과정에서 소소한 일상을 즐기며 행복한 시간을 공유하는 사람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이러한 사진 작업을 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나의 소확행이다”라고 적힌 작업 노트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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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확행 사진을 보는 한영심 쌤과 윤병응 쌤 ⓒ 50+시민기자단 김인수 기자

 

한 권의 책을 소개

도서관에서 행복하게 활동하는 한영심 쌤은 어떤 책을 읽을까? 궁금해서 물었다.

서슴없이 요즘 ‘슈테판 츠바이크(Stefan Zweig)’에 꽂혀 산다고 말한다. 오스트리아 작가로 전기소설로 유명하단다. 예전에는 ‘감정의 혼란(지성 세계를 향한 열망, 제어되지 않는 사랑의 감정)’을 좋아했고, 지금은 ‘천재 광기 열정’을 읽고 있단다.

한 발 더 내디뎌 추천 도서를 주문하니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을 권한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존경하는 인물이라는 첨언을 해준다. 볼 사진뿐 아니라 읽을 책까지 소개받으니 생산성 높은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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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을 경매하다’(신진련) 시집을 보고 있는 이은지, 한영심, 윤병응 쌤 ⓒ 50+시민기자단 김인수 기자

 

윤병응 쌤도 도서관 프로그램에 박식하다. 한영심 쌤에 이어 희망 도서 프로그램을 이야기하며 신진련 시집을 가방에서 꺼낸다. 읽어보라고 편 페이지를 필자가 읽다가 소름이 돋았다.

 

오늘을 경매하다’ 중 ‘창 밖’

 

… 독에 올려 진 아픈 어선 한 척 / 흔들리지 않는 바닥이 낯선지 / 식은 땀 흘리듯 녹물을 뱉고 있다 /… / 이름이 지워져가는 저 배도 / 한 때는 움직이는 섬이었을 것이다 / … / 바다를 실어 나르느라 / 몸에 낀 물때도 벗기지 못한 채 늙어버린 / 아버지처럼 / 아파서야 겨우 뭍에 올라온 / 배 / …

시인은 어느 날 ‘열심히 살아간 내 삶의 흔적이 상처가 되어 돌아오는구나’라는 생각에 글을 쓰기 시작했고 마음의 상처도 치유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단다. 그래서 낸 책이 바로 ‘오늘을 경매하다’다. 시를 쓰기 전보다 훨씬 행복해졌다는 시인. 

어쩌면 오늘 만난 이 쌤, 한 쌤, 윤 쌤도 각자의 위치에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며 소소한 행복에 감사하며 살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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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병응 쌤, 이은지 쌤, 한영심 쌤 눈빛이 닮았다. ⓒ 50+시민기자단 김인수 기자

 

함께 할 수 있어 감사하다

선정된 사진 만큼이나 따스한 감정을 갖고 세상을 보는 윤병응 쌤. 빨간 ‘박대기’ 나무와 메타세쿼이아 길이 어우러진 곳을 발견하고 행인을 기다렸단다. 필자 눈엔 손잡고 걷는 친구도 좋지만 두 사람이 함께 내디디려는 신발 밑바닥이 보이도록 촬영한 순간이 더 좋아 보였다. 같이 걷고 있음을, 함께 같은 속도로 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어 좋다.

 

“혹시 지면에 여유가 있으면 방아다리 사서 선생님들과 봉사자님, 청소아주머님, 이용자분들 그리고 함께 활동한 파트너 정 샘께 제가 감사한 맘 한가득이라는 멘트 부탁드리겠습니다. ㅎㅎ” 빼 버리면 안 될 한영심 쌤의 마음 글을 받았다. 작은 것에 감사하고 고마움을 표현하는 50+ 쌤, 아름답다.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서 손예진이 그랬다.

“바람이 왜 부는 것 같아요? 지나가려고 부는 거예요. 머물려고 부는 게 아니고….”

기억하자, 다 지나가는 거라고. 

당연한 것들! 속에서 지냈다. 지금은 낯선 것들이 당연하게 된 세상이다.

서울시50플러스 서부캠퍼스 1층에 있는 사진을 낯설게 보아주길 기대한다.

 

56회 백상예술대상 특별무대에서 이적 원곡의 ‘당연한 것들’을 아역 배우들이 불렀다. [들어보기]

이 노래를 들으며 2022년도 서울시50플러스 서부캠퍼스 기자단 활동을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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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라인백일장에 출품하여 선정된 필자의 사진 ‘곁에 있는 산, 삶’ 앞에선 필자 ⓒ 윤병응

 

 

50+시민기자단 김인수 기자 (kisworl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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