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의 연예오락 프로그램 <신박한 정리2 : 절박한 정리>처럼 생활공간이 확 바뀐 곳이 있다.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한 아파트 경로당이 환골탈태했다. 평소 정돈되지 않아 불편하고 지저분했던 주방과 식당이 말끔해졌다. 어수선한 가구도 재배치됐다. 

 

이 모든 게 강동50플러스센터의 ‘우리 집 신박한 정리단 양성과정’ 수강생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난 10월 11일, 현장실습에 나선 수강생들은 경로당의 모든 물건을 꺼내 분류했다. 사용하지 않거나 불필요한 것은 버리고 공간을 재배치했다. 가구와 가전제품, 주방 물건들은 필요한 곳, 있어야 할 곳에 있도록 정리 정돈해서 편리성과 쾌적함을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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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집 신박한 정리단 양성과정’ 수강생들이 10월 11일 고덕동 경로당에서 현장실습을 하고 있다. ⓒ 50+시민기자단 김석호 기자

 

이날 현장실습에 참가한 수강생 임모 씨(59, 전직 교사)는 살아가면서 정리의 중요성을 느끼고 있었는데, 이번 봉사활동으로 실제 보람과 성취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평소 집안에서 제일 힘든 게 정리하는 것이라서 퇴직 후 정리의 한 수(팁)를 배우기 위해 교육을 신청했다고 한다. 강사의 설명과 지도를 받으며 정리 팁을 차근차근 파악했다. 어지럽게 널려진 물건이 잘 정리 정돈되면 기분이 좋고 스트레스가 날아간다고 말한다.

 

“처음으로 내가 아닌 남을 위해서, 그것도 어르신을 위해서 잘 마무리하고 정돈한 게 가슴 뿌듯해요. 경로당을 찾고 싶은 곳으로 인식하게 하고, 공간 활용을 위해서는 누군가 잘 정리 정돈해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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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간 재배치와 물건 정리 정돈 전후 모습을 비교하면 확연히 다르다. ⓒ 50+시민기자단 김석호 기자

 

봉사활동을 지켜보던 경로당 어르신들은 “내 집같이 살림을 정리 정돈해 주니 고마울 뿐”이라며 수강생들의 봉사활동에 감사를 표했다. 현장 교육을 담당한 최태희, 한희정 두 강사는 이번 현장실습이 힘들었지만 제대로 수납 정리된 것을 보면서 보람과 아쉬움이 교차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전 교육이 더 필요했어요. 현장서 일일이 지시하는 건 문제가 있죠. 비협조적이거나 다른 사람에게 불편과 지장을 초래하고 무관심 하려면 차라리 일 안 하는 게 나아요. 짧은 시간에 다 가르칠 수 없어서 앞으로 개선점을 고민해 봐야겠어요.”

 

“내 일처럼 정리해서 말끔한 거 보고 어르신이 좋아해 주시니까 보람을 느낍니다. 이 일을 할 때 취미가 아니라 책임감을 갖고 해야 합니다. 팀워크가 중요해요. 다른 사람 물건 만지는 거를 소중하게 생각해야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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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희 강사가 강의실에서 공간의 역할과 가구, 가전제품 배치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강동50플러스센터, 새삶 아카데미

 

강동50플러스센터가 지난 9월부터 두 달간 진행한 ‘우리 집 신박한 정리단 양성과정’ 프로그램은 사회공헌 활동가 양성 차원에서 기획됐다. 고용노동부의 신중년 사회공헌사업과 연계한 것이다. 강의는 매주 1회 2시간씩 모두 8회에 걸쳐 실시됐다. 교육과정은 이론 강의와 강의실 실습을 병행하고 난 뒤 경로당 현장실습으로 구성됐다.

 

교육은 공간전문가 ‘공간 크리에이터’ 양성기관인 새삶 아카데미의 협조를 받아 진행됐다. 단순한 정리수납을 넘어 공간과 사용자에 대한 이해와 욕구를 반영하며 공간을 재구성한다는 취지다. 공간을 재구성하듯 강의 일정은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핵심적인 내용은 크게 네 가지로 요약된다.

 

tip① 좋은 공간이란… 공간의 역할 정하고 재배치와 정리수납 

1차시 강의는 좋은 공간의 개념을 터득하는 시간이다. 좋은 공간은 편하고 행복한 느낌이 들어야 한다. 똑같은 공간도 구성하기 나름이다. 기존의 답답한 공간을 재구성해야 한다. 공간의 역할을 정하고, 가구와 가전 재배치, 물건 정리수납 순으로 이뤄지는 게 재구성의 순서다.

 

집 정리의 출발은 공간의 역할을 정하는 데서 시작된다. 누구를 위한 공간인지, 무엇을 위한 공간인지 이 두 가지만큼은 제대로 짚고 넘어가야 한다. 공간의 목적을 정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쓸데없는 공간을 쓰임새 있는 공간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공간의 역할을 정할 때는 먼저 사람의 필요와 욕구, 성향, 관계 등을 관찰한 후 현재 공간의 기능과 특이점, 동선(動線) 등을 파악해 사용자 맞춤 공간으로 바꿔야 한다. 또 ‘머물고 싶은 최적화된 새 공간 만들기’를 위해 고정관념을 깬 주거 공간 사례를 제시했다. 자투리 공간에 역할을 줘 나만의 공간 만들기를 시도해야 한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tip② 가구와 가전제품 재배치는 쓰임새와 동선(動線)을 고려해야   

2차시 강의 내용은 가구와 가전제품 재배치다. 공간의 역할에 맞는 가구와 가전을 쓰임새와 사용자의 동선에 맞춰 편리하게 위치를 바꾸는 것이다. 같은 동선을 묶어서 동선을 최소화하라는 것이다.

 

가구와 가전을 재배치할 때 주의할 점은 시선이나 창문을 가리지 않고, 다른 가구나 가전의 기능을 방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물건의 용도와 높이, 색깔, 재질 등을 고려해 균형과 조화를 이루도록 유념할 것을 주문했다.

 

tip③ 정리수납의 순서… 꺼내고 비우고 분류하고 수납하기

3차시 강의는 정리수납이다. 강사는 정리가 잘 안되는 집에는 공통점이 있다고 했다. 그 이유는 물건의 종류와 양이 굉장히 많은 데다, 마구 섞여 있고 정리를 미루는 습관 때문이라고 명쾌하게 설명했다. 먼저 물건을 꺼내고 비운 후에 물건을 분류해서 수납해야 한다. 그게 정리수납의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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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희정 강사가 정리수납과 옷장 정리의 필요성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 강동50플러스센터, 새삶 아카데미

 

정리수납을 할 때 현재 사용 중인 물건, 필요한 물건은 남긴다. 불필요한 물건은 버린다. 우선 버려야 할 물건은 기한이 지난 물건, 앞으로 사용하지 않을 물건, 고장이 난 물건 순이다. 꼭 필요하지는 않지만 버리지 못하는 물건들이 있다. 추억의 물건이나 선물 받은 물건 등이 그것이다. 나에게 필요한 것만 남기고 비우는 게 정석이다.

 

tip④ 옷장 정리의 필요성… 입지 않는 옷 버리고 분류해서 정리수납

4차시 강의는 옷장 정리다. 옷은 분류해서 수납한다. 옷장에 분류가 되지 않은 옷들이 다른 물건들과 섞여 있기가 일쑤다. 입지 않는 옷이나 장기간 보관 중인 옷으로 인해 옷장 수납 공간이 부족하다. 옷장 정리가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따라서 옷장에 들어갈 옷과 소품만 남기고 나머지는 다른 곳으로 이동하거나 비워야 한다. 

 

그렇다면 어떤 옷을 비워야 할까? 구멍이 나거나 지퍼가 고장 난 낡은 옷은 버려야 한다. 사이즈가 맞지 않거나 취향이 맞지 않아 입지 않는 옷도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 

 

드레스 룸에 여러 명의 옷을 보관할 경우엔 가족 구성원에 따라 옷을 분류하고, 공간이 부족하면 상자를 활용해 계절별로 바꾸면 된다. 자주 입는 옷은 옷장 입구에서 가까운 쪽에 걸고, 가끔 입거나 두꺼운 옷은 안쪽에 걸도록 한다. 행거에 걸려 있는 옷은 외관상 지저분하거나 빛에 노출되어 색깔이 변할 수 있으니 보관할 때 주의해야 한다.

 

붙박이장이나 장롱에 수납하는 경우는 옷을 계절과 종류별로 분류하여 걸거나, 접어서 보관한다. 붙박이장은 침구도 보관하는 공간이므로 옷장의 공간이 부족하면 계절에 맞게 옷을 구분해서 수납하고 보관하도록 한다. 

 

정리수납의 해법 터득… 봉사를 넘어 취업으로

이번 프로그램을 수강한 50+세대들은 공간 재배치와 정리수납의 해법을 터득하고 앞으로 내 집 안 정리를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또 교육 기간에 강사들이 ‘신박한 정리’를 체계적으로 전달하고 끝까지 완벽하게 마무리하는 헌신적인 열정에 감동했다. 문제 발생 시 현장에서 바로 시정조치하고 서슴없이 조언해 준 데 대해서는 경의와 감사를 표할 정도다.

 

프로그램을 진행한 두 강사는 수강생들이 이번 교육을 계기로 봉사를 넘어 취업까지 연결되기를 희망한다. 전문적인 직업인으로서 교육 이수 후 팀을 꾸려 창업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삶의 공간을 재구성하는 50+세대의 ‘신박한 정리’가 즐겁고 쾌적한 내 집을 만들고 내 삶을 바꾸는 데 좋은 활력소가 되길 기대해 본다. 

 

 

50+시민기자단 김석호 기자 (ks08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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