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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 일상에 가장 많이 영향을 주고 있는 사회 이슈는 코로나19와 기후위기라 할 수 있다. 2019년 말 중국 우한에서 폐렴이 발생하여 도시가 봉쇄됐다는 뉴스를 접했을 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급속도로 전 세계에 퍼져 사망자가 속출하고, 국경이 봉쇄되고 학교와 직장이 폐쇄되고 가족 간, 지인들 간 모임이 금지되는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측을 못했을 것이다. 1년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을 완전히 바꿔놓았고, 세계를 변화시켰다. 국가 간 봉쇄 조치와 경제활동 금지로 세계 경제는 큰 충격을 받았고, 시민들은 재택근무와 비대면 활동이 일상화되며 준비되지 않은 채로 언택트 시대로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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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몸살을 심하게 앓았던 2020년, 우리는 전 세계적인 기상이변 현상도 동시에 겪어냈다. 세계 곳곳에서 폭염, 홍수, 호우, 산불, 폭설 소식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었고,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작년 여름 유례없이 길었던 장마와 연이어 발생한 태풍으로 전국 곳곳에서 입은 피해가 적지 않다. 이제는 누구도 기후변화가 우리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세계는 지금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침체를 겪고 있고, 경제적 불평등과 소득분배 악화로 양극화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 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세계 경제는 2019년 대비 7.9% 감소한 –5.1%의 성장률을 기록하였으며, 유럽은 2020년 잠정 경제성장률이 –6.4%를 기록하여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역성장을 경험하고 있다. 미국은 작년 한 해 약 3조 달러의 재정 부양에도 –3.5%의 역성장을 하여 제2차 세계대전 이후 74년만에 최악의 경제침체를 겪고 있으며, 빈곤율이 급증하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러한 예기치 못했던 급격한 변화와 충격은 그간 우리가 추구해왔던 경제발전과 풍요로움이 사회·경제 구조와 시스템의 변화 없이는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이것이 최근 각국에서 그린 뉴딜 계획을 수립하는 이유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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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뉴딜 정책은 1930년대 대공황 극복과 경기 회복을 위해 미국에서 추진했던 정책으로, 사회적 합의(Deal)에 기반하여 대규모 재정 투입을 통한 구제(Relief), 회복(Recovery), 개혁(Reform)을 기본 방향으로 한다. 구제는 빈곤과 대량실업으로부터의 구제를, 회복은 대공황 이전의 소득 수준과 산업 질서를 살려 경제를 회복하는 것을, 개혁은 사회적 불균형과 시장 시스템의 모순을 개혁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테네시강 유역 개발 등의 대규모 인프라 구축 사업, 은행과 금융개혁, 노동제도·사회보장 제도 개혁, 시장 활성화 및 농업 지원을 위한 사업들이 추진되었다. 이 뉴딜 정책으로 미국은 경기 회복뿐 아니라 자유방임주의 종언, 독점자본주의 모순 시정과 미국 복지제도의 토대를 형성하여 철학·이념·제도의 대전환을 이룰 수 있었으며, 대공황이 지난 이후 미국을 초강대국으로 만드는 토대가 되었다.

 

당시의 뉴딜 정책이 지금의 그린 뉴딜과 다른 점은 환경문제라 할 수 있다. 최근 기후변화가 가속화되며 세계는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저탄소 사회, 친환경 경제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라는 데에 뜻을 같이 하고 있다. IPCC1는 2018년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를 채택하여 지구 기온상승을 1.5℃ 이내로 제한해야 할 당위성과 이를 위해 2050년까지 탄소중립(탄소 배출량을 줄이면서도 남은 잔여 배출량을 흡수하여 순 배출량은 제로가 되는 상태)을 달성해야 함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온실가스 배출의 급속한 증가로 지난 100년간 1℃ 정도 상승한 지구의 평균 기온은 최근 들어 10년에 0.2℃씩 오르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대로라면 2015년 파리협정에서 약속된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모두 달성한다 해도 금세기 말에 3℃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세계 각국이 탄소중립과 지속가능한 경제로의 전환을 위해 그린 뉴딜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처음 그린 뉴딜을 제안한 것은 미국의 민주당 하원 의원들이었다. 2019년 2월, 미국 하원에서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20%를 차지하는 미국이 녹색경제로의 전환을 통해 향후 10년간 온실가스 순 배출 제로를 달성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그린 뉴딜 결의안을 통과시켰으나 상원을 통과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최근 당선된 조 바이든 대통령이 2050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 인프라 구축에 2조 달러 투자 계획을 담은 그린 뉴딜을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바가 있어 향후 추진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선도하고 있는 EU에서는 2019년 12월 유럽 그린딜(European Green Deal)을 발표했다. 2050년 탄소중립 목표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에너지, 산업 및 순환경제, 건축, 수송, 친환경 농식품, 생물 다양성 관련 정책을 제시하였으며 이를 위해 2030년까지 최소 1조 유로를 투입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일자리 창출, 경쟁력 향상, 공정 전환을 포함하여 기후와 양립 가능한 지속가능 경제로의 전환을 지향하는 새로운 성장전략을 담고 있으며, 그린딜의 법적 구속력 확보를 위해 유럽 기후법(European Climate Law)까지 제안한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그린 뉴딜은 2020년 7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극복과 경제·사회 구조 전환을 목표로 수립된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의 일환으로, 디지털 뉴딜과 함께 발표되었다. 여기에는 경제기반을 저탄소·친환경으로 전환하고 탄소중립 사회를 지향한다는 방향성과 함께, 2025년까지 총 73.4조 원(국비 42.7조 원)의 대규모 투자 계획과 65.9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목표가 담겨있다. 그리고 2020년 10월,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였으며, 이후 국회에서는 그린 뉴딜 기본법이 발의되고 있어 이 법이 통과된다면 탄소중립과 그린 뉴딜이 앞으로 변화되는 우리 사회의 밑그림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린 뉴딜에서 제시된 대표과제를 살펴보면 그린 리모델링, 그린 에너지,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가 있으며, 융복합 과제까지 확대하면 그린 스마트 스쿨, 스마트 그린 산단까지 포함될 수 있다. 세부 추진과제로는 도시·공간·생활 인프라의 녹색전환과 저탄소·분산형에너지 확산, 녹색산업 혁신 생태계 구축의 세 가지 분야에 총 8가지 과제가 제시되어 있다. 이를 요약하면 에너지 생산은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하고, 지능형 시스템을 통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전달하고 수요처인 산업·가정·수송·공공 분야에서 에너지효율을 높이는 내용을 담고 있어, 에너지전환과 혁신이 그린 뉴딜의 핵심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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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에너지는 역사적으로 사회적·경제적 변혁을 이끌어온 원동력으로, 에너지전환과 사회변화는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3차례에 걸친 산업혁명을 겪는 동안 석탄에서 석유와 전기, 그리고 신재생에너지까지 새로운 에너지원이 등장하며 산업발전과 시대 전환을 이끌어왔다. 그러나 지금의 전환은 인류의 생존과 지속가능성을 위해 근현대 산업발전과 경제성장을 이끌어왔던 화석연료를 버리고 환경 친화적인 청정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이며, 기존에 겪어왔던 전환과는 그 변화의 정도와 파급효과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기존의 비용 효율적이고 양적 성장을 최우선으로 했던 경제성장 논리를 버리고 비용이 더 소모되더라도 질적인 성장을 우선시하고 사회적 포용과 환경과의 양립이 가능한 사회로 전환되는 것이다.

 

이러한 전환은 정부의 일방적이고 단발적인 정책 수립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책이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하며, 산업과 국민 모두가 동참하고 삶의 방식과 가치관이 함께 변화해야 한다. 과거 전환의 시기마다 많은 어려움이 있었겠지만, 지금까지의 에너지전환 정책만으로도 주민 수용성 문제와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던 점을 생각하면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을 목표로 하는 지금, 앞으로 더 큰 난관이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 50+세대는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우리나라의 압축 성장과 경제발전을 주도해온 기존 사회 시스템의 형성 책임자이자 앞선 시대를 경험해온 사회의 어른으로서 새로운 경제·사회 시스템을 구축하고 전환하는데 기여할 필요가 있다. 서울대학교 연구결과에 따르면 50+세대는 단순한 취미 활동보다 사회적 기여 등에 대한 동기가 강하고, 자원봉사나 지역사회 모임 등과 같은 사회참여 성격의 활동에 참여하는 비율이 다른 세대보다 높다고 한다.

이러한 50+세대가 먼저 그린 뉴딜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장기적인 정책 이행에 동참한다면 현 세대가 직면한 기후변화, 경제적 불평등, 사회적 갈등 문제와 같은 시대적 유산이 다음 세대에 대물림 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1   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기후 변화와 관련된 전 지구적 위험을 평가하고 국제적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공동으로 설립한 유엔 산하 국제 협의체.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참고문헌

관계부처 합동(2020.7.14.).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 

안준호(2021.2.4.). “그린뉴딜의 명(明)과 암(暗)”, 전기저널 http://www.keaj.kr/news/articleView.html?idxno=3890

윤순진(2021.1.7.). “한국판 그린뉴딜의 현재와 과제”, 전기저널 http://www.keaj.kr/news/articleView.html?idxno=3838 

최순식(2020). “4차산업혁명시대의 시니어 비즈니스 모델에 관한 연구”, e-비즈니스연구, 21(5), 21-37.

한성호·박일호·진경배(2020). 「포스트 코로나 사회에서 50+세대의 실천 과제와 역할」, 서울시50플러스재단 50+당사자연구 연구보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