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높이를 낮추니 비로소 보이는 일자리

중장년 경비원 양성사업수료 후 취업에 성공한 한성호 씨 인터뷰

 

한성호 씨(56)는 오늘도 오전 6시에 맞춰놓은 알람 소리에 잠에서 깬다. 부지런히 출근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서는 시간은 오전 7시 쯤, 요즘엔 발걸음이 부쩍 가볍다. 지난 2개월여 출근하던 경희궁 길의 가을 단풍도 올해처럼 아름답게 눈에 들어온 적은 처음이다.

 

지난 1년여 동안 퇴직 후 재취업을 위해 얼마나 많은 번민의 시간을 보내야 했던가? 재취업이 이렇게 어려울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한 달에 최저임금 수준인 200만 원 정도 수입만 되면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부닥쳐보니 200만 원 정도의 어떤 일도 그렇게 쉽지 않았다. 그때의 고민이 말끔히 해소되었다고 생각하니 이 길이 새삼스레 아름다워 보였던 것이다.

 

오늘도 경희궁 길을 따라 걸어서 도착한 곳은 씨티은행 본점.

한성호 씨는 이곳의 외곽 경비직으로 취업이 되어 지난 918일부터 출근하고 있다. 집에서 걸어서 30분 걸리는 거리다. 예전에는 걸어서 30분이 길다고 생각했으나, 지금은 운동 삼아 걸어 다니기에 딱 알맞은 거리다. 그만큼 마음에 여유가 생겼기 때문일까? 집에서 걸어서 다닐 수 있는 가까운 곳에 취업이 되어 더욱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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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은행 건물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 한성호 씨 시민기자단 구세완 기자 

 

 

한성호 씨는 서울시50플러스재단 중부캠퍼스에서 금년에 처음으로 모집했던 기업연계 중장년 경비원 양성사업교육을 수료하고 재취업에 성공한 분이다. 중장년 경비원 양성사업은 서울시 중장년을 대상으로 경비원으로 취업 시 필수 교육인 일반 경비원 신임교육을 실시하여 일반경비, 귀금속 운송, 기계경비 및 관제인력으로 취업지원 하는 사업이다.

 

※ 「중장년 경비원 양성사업에 대한 모집과정, 교육내용, 취업과정 등 보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https://50plus.or.kr/scc/detail.do?id=35420323

 

씨티은행본점에 경비직으로 근무 중인 한성호 씨를 50플러스재단 중부캠퍼스 박선향 주임과 함께 인근 카페에서 만나 1시간여 동안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눠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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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 잠시 포즈를 취해준 한성호 씨 시민기자단 구세완 기자 

 

 

Q. 먼저, 재취업에 성공하신 걸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기꺼이 인터뷰를 위해 귀하신 시간을 내 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간단히 자기소개부터 부탁드려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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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하는 한성호 씨와 구세완 기자 시민기자단 구세완 기자 

 

 

A. , 저는 금년에 만 56세 입니다. 20225, 한국경제신문 편집디자인 팀장으로 명예퇴직 했어요. 60세 정년이라 더 다녀도 됐지만, 비교적 이른 나이에 명예퇴직을 신청했던 이유는 부서의 인사 적체가 심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자리를 비켜줘야 후배들이 순차적으로 승진의 물꼬를 틀 수 있다고 판단해서 명예퇴직으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퇴직하고 나오게 되니 퇴직 전에 자격증 준비 등 재취업을 준비했던 것도 아니어서 많은 곳에 이력서를 내봤지만 허사였어요. 그러던 중 금년에 서울시 취업 지원 사업인 '뉴딜일자리사업' 인쇄디자인 분야에 선정되어 20234~7월까지 4개월간 작은 인쇄 기획사에서 근무했습니다. 근무하다보니 제가 제일 나이가 많았고, 저보다 젊은 사람들의 일자리란 생각이 들더군요. 제가 잘 알고,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디자인 일도 역시 다음 세대가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낮은 임금과 궂은일이라도 나이 먹어서까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모색하던 중에 서울시 50플러스재단의 '중장년 경비원 양성사업'이 눈에 띄었습니다. 교육을 마치고 운이 좋게도 씨티은행에 경비직으로 취업이 되어 근무 중에 있습니다.

 

Q. 신문사라는 좋은 직장에 계시다가 경비직으로 근무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아요.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경비원이라 하면 하대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고, 어느 아파트에서는 주민의 진상 갑질로 경비원이 자살하는 사건까지 있었던 것을 아시잖아요? 주변의 시선도 신경이 쓰이셨을 것 같구요. 경비직을 선택하시게 된 배경이 있을까요?

 

A. 제가 크게 욕심이 없는 사람입니다. 퇴직 전부터 생각한 것이 최저임금 수준의 200만 원 정도만 벌 수 있으면 단순노동도 좋고, 택배 분류하는 일도 좋고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성실하게 하는 스타일이라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는 일만 있으면 체면이고 궂은일이고 크게 개의치는 않았어요. 그리고 생계를 위해서 재취업을 하겠다는 것 보다는 일을 해야 한다는 목적이 더 컸으니까요. 일을 하지 않으면 삶이 흐트러질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낮은 임금이라도 오래 할 수 있는 일이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마침 지금 이 곳이 잘 만하면 70세까지 일을 할 수 있다고 해서 근무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주변에 친구들은 벌써 경비일을 한다고?” “그래, 뭐라도 일을 하는 게 좋지....(하지만 안쓰럽다는 듯)” 이런 시선으로 바라보지만, 저는 신경 쓰지 않아요. 열심히 해 보려고 합니다.

 

Q. 경비직에 취업하는 과정도 쉽지 않다고 얘기 들었어요. 취업 과정을 소개해 주세요.

 

A. 제 경우에는 비교적 나이가 젊은 편이라 그런지 경비직 취업이 어렵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어요. 물론 강남 같은 곳은 더 젊은 사람들을 선호한다고도 하던데, 제가 면접 본 곳들에서는 어렵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어요. 주로 아파트 쪽이 많아서 아파트 3군데, 현대차건물, 씨티은행빌딩 이렇게 면접을 보았고, 최종적으로 씨티은행 경비직으로 결정했지요. 먼저 선발된 아파트 쪽에서 2개월 정도 근무도 했었어요. 그런데 같이 근무하는 분이 술을 좋아해서 맞춰주기가 쉽지 않았는데, 씨티은행 쪽에서 연락이 왔어요. 그래서 바로 결정을 했지요. 경비직종이 자의 반 타의 반 이직이 많은 곳이라 해요. 그만큼 자리가 많다는 얘기도 되겠지요. 재취업의 눈높이만 낮추면 어렵지 않은 직종인 것 같아요.

 

Q. 씨티은행본점 외곽 경비직으로 근무를 시작하셨는데 하루 일과를 소개해 주세요.

 

A. 근무방식은 21조로 2개 조가 24시간(10시간 휴게시간 포함) 격일제로 맞교대 합니다. 근무가 있는 날은 보통 아침 730분쯤 출근해서 제일 먼저 은행 직원들의 출근차량 의전 및 주차 안내로 하루 일과를 시작합니다. 출근 시간대가 지나면 건물 주변을 돌면서 흡연자를 단속하고, 건물 내 출입하는 오토바이 주차 단속, 외부차량 주차 안내 및 정산도우미, 입 반출 물건 및 출입 인원 체크 등의 업무를 수행합니다. 오후 530분 직원들 퇴근 무렵에는 건물 1층 로비의 안내데스크로 근무지를 옮겨 철야근무를 하면서, 수시로 층별 근무 부서를 순찰하면서 소등과 문 잠금 상태를 점검하고, 안전 상태를 확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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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안내 포즈를 취한 한성호 씨 시민기자단 구세완 기자 

 

 

Q. 하루 24시간 근무 중에 휴게시간 10시간이 있다고 해도 근무가 체력적으로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힘들지는 않으신지요?

 

A. 하루 근무하고 하루 쉰다고는 하나, 24시간 근무라 피로는 누적이 되는 것 같아요. 그래도 할만은 합니다. 퇴직 후의 생활이 일정한 일이 없으면 자칫 흐트러질 수 있는데, 적당한 긴장과 규칙적인 생활이 이런 흐트러짐을 잡아주는 것 같아서 좋아요. 그리고 제가 좀 무뚝뚝한 성격에 무표정의 사람이었는데, 이 일을 하면서부터는 밝은 표정과 목소리로 내가 먼저 다가가 반갑게 인사를 건네고, 미소를 짓게 되었습니다. 제가 이 동네에서 나고 자라서 덕수초등학교 졸업생인데 아침이면 어린 후배들이 이 앞을 지나며 등교를 해요. 그러면 반가운 마음에 격려와 응원의 말을 빼놓지 않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 되었어요.

 

Q. 실례가 안 된다면 월 급여 및 계약조건을 여쭤봐도 될까요?

 

A. 월 급여는 220만원(세전) 정도 돼요. 4대 보험 다 적용해 주고요. 계약은 1년 단위지만, 정년이 70세 까지로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고, 본인의 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연장계약이 가능하다고 해요. 70세까지 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Q. 경비보안 직무에 관심 있는 4060중장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A. 앞으로 경비보안의 중요성은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합니다. 남은 인생 사회에 봉사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재취업의 눈높이를 낮추어 낮은 자세로 임한다면 큰 어려움 없이 재취업에 성공할 수 있는 분야가 경비직이라고 생각해요. 이 일 할까 저 일 할까 망설이지 말고 과감하게 도전해 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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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한성호 씨의 표정과 자세에서 전해지는 느낌은 당당함 그 자체였다. 현재 하고 있는 일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 그리고 만족도도 높아 보였다. 같이 근무하고 있는 동료들과의 관계도 좋다고 한다. 한성호 씨가 바라는대로 이곳에서 70세까지 건강하고 무탈하게 근무할 수 있게 되기를 열렬히 응원한다,

 

 

 

 

 

시민기자단 구세완 기자(swkoo02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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