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중부캠퍼스 개관특강 세 번째 시간은
아주대 김경일 교수의 <어른의 지능, IQ가 아닌 메타인지>로 준비됐다.
아침마당, 그것이 알고 싶다, 어쩌다 어른 등 다수 TV프로그램에 출연한 바 있는 김 교수는
자신을 인지심리학자로 소개하면서 강연을 시작했다.
메타인지(meta-cognition)란 용어로 인해 전문적이고 딱딱한 강의가 아닐까 걱정한 것이 무색하게도
감정표현에 서툰 50+세대에게서 계속 웃음을 이끌어내는 노련한 강사의 모습이 아주 인상적인 강연이었다.

 

메타인지란?
자신의 인지과정에 대해 생각하여 자신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자각하는 것과
스스로 문제점을 찾아내고 해결하며 자신의 학습과정을 조절할 줄 아는 지능과 관련된 인식
[출처 : 네이버 오픈사전]

 

다시 말해 “인지를 인지하는 것” 또는 “안다-모른다를 빠르게 판단하는 능력” 이라 볼 수 있는데
논어에서 “아는 것을 안다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아는 것이다”하는 대목이 떠오르는 단어이다.

 

 

 

스무살이 넘으면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우선 김교수는 타고난 기질에 대해 서두를 꺼내며 기질이 천성적으로 낙천적이고, 행복한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160개국민을 대상으로 아난다마이드(anandamide – 뇌 속에서 만들어지는 화학물질로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엔돌핀보다도 15배 강하다고 함)의 수준을 확인한 실험 결과를 설명한 것.

기질적인 측면에서 이 행복인자가 가장 낮은 국민이 한국인으로 14%, 북유럽과 북미 사람들은 21%,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인은 45% 수준으로 낙천적인 기질을 타고 나기 때문에 나이지리아에서 온 학생들은 시험 전 날에도 한국학생들이 시험 끝난 날 기분으로 지내는 것은 물론 성적이 안 나와도 걱정을 안 한다고 해 웃음을 이끌어냈다.
그래서 낙천적인 기질이 높은 순서로 160개 국민을 줄을 세우면 한국은 160번째인데 이 순서를 거꾸로 하면 바로 근면성실함의 순위가 된다.
한국이 낙천적인 기질은 꼴등이지만 근면성실함으로 따지면 1등 국가라는 것.
그 예로 유럽 여행자 중 렌트카 운행기록을 확인하면 곧바로 한국인을 찾아낼 수 있는데 1주일 기준으로 중국과 일본인은 1800Km정도 거리가 나오는 반면 한국인은 5000Km가 나올 정도로 경주하듯이 과속을 해 단속하는 경찰마저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과속했어요’ 한다는 에피소드까지 꺼냈다.

인지심리학은 “사람처럼 생각하는 기계를 만들 수는 없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것이다. 그것이 바로 흔히 얘기하는 인공지능(AI)으로 사람의 특성을 상수와 변수로 구분해 연구하고 있다.
이 내용을 설명하며 김교수는 또 한번 웃음을 더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주부들이 찜질방에서 얘기하는 것이 사실로 밝혀집니다. ‘내가 그 인간(남편)과 20년 넘게 살았는데 그 인간 절대 변하지 않아’라는 말이요“

20세가 넘으면 변하지 않는 것이 2가지 있는데 IQ와 성격이다.
IQ와 기억력, 연산력, 생각의 스피드 등 기초사고는 변하지 않기 때문에 20세가 넘으면 보통 IQ검사를 하지 않고 성격 또한 15세가 지나면 변하지 않는다.
이 두가지 기질은 부모로부터 물려받는 것인데 우리는 자식의 이런 기질을 나무라기도 한다며 공감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사람은 변할까?

 

김교수는 이어서 유명 심리학자 김정운 박사의 의견을 소개했다.
김정운 박사 왈 심리학 역사가 150년 정도 되는데 그 내용을 한 줄로 정리한다면 '사람은 절대 안 변한다'는 것이다.
‘낙관적’이라는 관점은 바뀔 수 있지만 ‘낙천적’이라는 성격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 절대로 바꿀 수 없는 기초사고 능력이나 성격을 바꾸려고 하지마라. 안 바뀌는 성격을 바꾸는 것은 노력해도 안되는 것이고 무리해 바꾸려다 보면 무기력(burn-out)해지므로 절대 하지말 것”이라고 강조했다는 것.

 

컴퓨터의 생각 VS 인간의 생각

 

인공지능(AI)을 연구하며 인간의 종말을 예고하는 사람도 있지만 심리학자의 관점으로는 반대의 의견이 있다고도 설명한다.
1977년엔 체스왕이 컴퓨터에 패했고 2011년엔 미국의 최다 퀴즈왕이 수퍼컴퓨터에 패했으며 작년엔 우리나라의 이세돌 기사가 알파고에 졌다. 하지만 이러한 점을 바탕으로 심리학자들은 인간이 왜 위대하고 신기한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김교수는 갑작스레 한국의 수도 이름을 아느냐고 청중에게 질문을 던졌다.
모두들 “예”라고 답하자 이어서 과테말라에서 일곱 번째로 큰 도시이름을 아냐고 묻는다.
이 질문에는 모두 아니오라고 답했는데 이 답을 듣자마자 김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이것입니다. 인간은 모른다는 점을 즉시 인지할 수 있습니다. 컴퓨터는 모른다는 답을 하기 위해서는 모든 시스템을 찾아 본 뒤에만 답을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모른다는 답을 낼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인간이 영원히 컴퓨터를 이길 수 있습니다. 혹시 지금 자기의 뇌를 다 뒤져 본 뒤에 과테말라의 도시가 어딘지 모른다고 하신 분이 있으면 손들어 보세요”

바로 이것이 메타인지 때문인데 자기의 생각(인지)을 바라보는 생각(인지)이 있다는 것.
이러한 메타인지가 작동하는 방식은 ‘친한가’ ‘안친한가’에 따라 아주 간단한데 실제는 안 친한데 친하다고 생각하거나, 친하기만 하고 아는 게 없을 때는 그 간단한 작동이 실패한다.
실제로 매일 5회~8회를 메타인지에 속는다며 그 예로 자가용이 고장 났을 때 보통 운전자는 고치지도 못하면서 본네트를 열어 그 안을 들여다보는 경우가 많은데 제주도에서 렌트카로 운전하다가 차가 고장 나면 바로 신고를 하고 기다리는 현상을 든다. 바로 렌트카는 친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
또 다른 예로 ‘꽃사슴’을 5회~10회 말하게 한 후에 산타클로스는 무얼 타고 다니냐고 물으면 대부분 루돌프나 순록이라 답하지만 정답은 썰매이다.

 

 

설명의 힘? 메타인지의 힘!

 

그러면서 EBS에서 방영한 다큐멘터리 “학교란 무엇인가“에서 상위 0.1% 학생과 평범한 학생이 무엇이 다른 지를 알아보기 위해 한 실험을 설명했다.
학생들에게 각각 단어 25개를 보여준 후 기억하는 단어를 적기 전에 기억한 단어의 “개수”를 확인했을 때 평범한 학생은 자신이 외웠다고 한 단어 개수와 실제로 외운 개수의 차이가 컸고 상위 0.1% 학생들은 전혀 차이가 나지 않았다.
또한 공부를 잘하는 학생은 다른 친구들의 질문에도 잘 설명해 준다. 이들은 타고난 성격에 이타성이 있다. 꼴찌가 물어봐도 그들이 이해 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데 그것은 본인에게 별 도움이 안 될 것 같은 질문 혹은 한 번도 받아 보지 않았던 질문이 내가 가진 지식이나 기술의 출발점이나 본질에 관한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부 잘하는 학생의 집에는 칠판이 있어 가족들에게도 설명해 주며 생활하는 식으로 질문 속에서 모르는 분야를 알아가는 계기로 삼기도 한다.
심리학자들은 이타적인 사람이 이런 방식을 통해 폭넓은 지식을 쌓기도 하고 지혜로워지기도 한다고 판단했다.

이런점을 놓고 봤을 때 나와 전혀 상관이 없는 사람의 질문에는 전문용어와 약어를 사용하지 않고 설명해야 하는데 어려운 것을 풀어 설명 할 수 있어야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카메라 필름 회사인 코닥에서 근무하던 직원이 견학 온 어린이가 필름이 뭐냐고 질문했을 때 이세상의 모든 이미지를 담는 그릇이라고 답했는데 이것을 계기로 카세트 테이프를 필름 대용으로 한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했다는 설도 있다.
아인슈타인과 리차드 파인만 같은 최고 학자들도 연구가 막히거나 풀리지 않으면 대학교 1학년 수업(완전 초보의 시점에서 질문 받기)을 하거나 시민 강좌(전문용어 없이 설명 할 수 있어야 하는)를 개설했다며 스스로 통찰 하고 내 언어를 바꾸는 변화를 위해서는 일과 무관한 사람을 많이 만나고 대화 주제를 넓혀야 한다고 청중에게 권했다.

 

 

애인을 잃었을 때와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의 아픔은 같다.

 

다음은 메타인지의 긍정적인 착각 두 가지를 설명했다.

사람이 교통사고로 허리를 다쳐 아프면 진통제를 먹는데 사실 허리가 아픔을 아는 것이 아니라 뇌가 아는 것이다. 따라서 진통제를 먹으면 허리가 아닌 뇌에 작용을 해서 통증을 완화한다는 것.
이런 것처럼 친구나 가족을 잃었을 때도 그 고통은 같은 것이기 때문에 사람 때문에 고통을 받더라도 마치 신체를 다쳐서 아픈 것과 같이 치유를 해야 하고 심지어 진통제를 먹어도 효과가 있다. 사람 때문에 아파하거나 힘들 때 교통사고 당한 환자와 같이 배려하고 똑같은 방식으로 대하면 신기하게도 메타인지가 ‘나를 진정으로 돌보아 주는 구나’ 하는 긍정적인 착각이 있어 치료효과가 있다.

그리고 사람들이 보통은 싫어하는 사람과 용건 없이 대화하는 것을 가장 힘들어 하는데 그것은 용건 없이 대화하는 건 진짜 가깝거나 친한 사람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인 것. 이것은 바로 행복하니까 웃기도 하지만 웃으니까 행복해진다는 말과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김 교수는 가끔 안부전화만 하는 친구가 있는데 동창생 모두가 그 친구를 자기와 가장 친한 친구로 생각하고 있다며 용건 없이 안부를 묻는 사람을 기억하는 기간이 50년이 넘으니 용건과 안부를 분리해서 전화해 보라는 추천도 했다.

  

 

50+세대의 지혜로운 삶을 위해

 

타고난 성격을 바꾸거나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되는 건 되지도 않을 뿐더러 한계가 있다. 하지만 끝까지 성장하고 향상 시킬 수 있는 능력이 바로 메타인지라고 설명했다.
김교수는 메타인지의 향상을 위한 실천방식으로

 

1. 나와 차이가 많이 나는 사람과 대화하기
2. 나의 일을 잘 모르는 사람과 대화하기
3. 용건이 없는 전화하기
4. 육체적인 고통과 사람으로 인한 고통을 같은 방식으로 치유하기
를 추천하며 이렇게 향상된 메타인지를 통해 50+세대가 좀 더 지혜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쾌한 웃음과 공감이 가득한 강의가 끝난 후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
나이가 들어서도 연산력이나 기억력이 변하지 않는다는 내용에 대한 근거나 자료가 어떤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김교수의 답변을 소개하는 것으로 세 번째 서울시50플러스 중부캠퍼스 개관특강 후기를 마무리 하려고 한다.

 

치매 발병 등 한 케이스씩 골라보면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큰 샘플을 놓고 보면 별 차이가 없다.
예를 들어, 미국인들에게 총에 맞아 죽을 확률과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죽을 확률 중에 무엇이 더 높을까?라고 질문하면
대부분 총에 맞아 죽을 확률이 높다고 하는데 실제론 그렇지 않다.
이것은 바로 상상이 쉽게 되는 경우는 그 빈도가 높은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나이가 들면 인지능력의 손상보다는 감정능력이 많이 떨어지는데 이렇게 되면 결정장애가 나타난다.

따라서 감수성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알아내야 하고
특히 크게 기쁜 것보다는 작게 기쁜 일들이 많아야 한다.
삶에서는 100점짜리 행복 한번보다는 10점짜리 행복 열번이 더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행복하려면 작은 행복을 자주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 이계복 50+모더레이터 · 사진/ 바라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