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일자리 혁명: '디지털 긱 워커'가 뜬다!
시간과 장소에 얽매이지 않고 일할 수 없을까?
글·사진 고영숙
고용 환경이 급격히 변하는 시대. 시니어 세대가 새로운 일자리 형태로 눈을 돌리고 있다. 바로 디지털 역량을 무기로 삼아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일자리, 비대면 업무를 수행하는 ‘긱 워커(Gig Worker)’다. 이제 시니어들에게도 정해진 출퇴근 시간과 장소에 묶이지 않고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다.
서울시50플러스 동부캠퍼스 컴퓨터실에는 ‘이지태스크 비대면 사무 보조원 인턴십’에 참여한 시니어들의 배움의 열기가 뜨겁다. 인턴십에 참여한 교육생들은 열정 가득한 표정으로 모니터와 씨름하고 있었다. 이 과정은 ‘시니어 잡(Job) 챌린지’의 일환으로 새로운 일자리의 가능성을 찾고 싶은 시니어들에게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현장을 찾은 기자는 배움에 몰입한 세 분의 이야기를 통해, 시니어 일자리의 또 다른 미래를 조명해 본다.
"AI맹은 안 돼!" 공직 경험을 디지털 무기로
작년 공직에서 퇴직한 김현래 선생님은 이번 과정을 알게 된 것을 ‘큰 행운’이라 표현했다. 그는 오랜 공직 생활의 경험을 살려 유연한 방식의 일, 즉 긱 워커로 일할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꼈다. 하지만 동시에 “젊은 세대의 속도를 따라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솔직히 털어놓았다.
그런 그에게 수업은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챗GPT에게 효과적으로 질문(프롬프트)하는 방법을 배우면서 ‘AI’를 잘 활용하는 것이 핵심‘임을 깨달은 것이다.
“처음엔 AI 쓰는 게 조금 두렵고 부정적이었어요. 그런데 배우다 보니, 이제는 안 쓰면 안 되는 시대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옛날에는 '컴맹'이라는 말이 있었잖아요? 이제는 'AI맹'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지원했어요.”
그는 같은 세대의 시니어들에게 이렇게 조언한다.
“도전이 반은 성공입니다. 겁내지 말고 한번 시작해 보세요.”
38년 보안 전문가, 근무의 ‘유연함’에 반하다
2022년 정년퇴직 후에도 보안 강의와 유튜브 활동을 이어가는 하윤수 선생님은 흔히 말하는 ‘액티브 시니어’다. 퇴직 3년 차임에도 끊임없이 배움과 활동을 즐기는 그는 이번 과정에 도전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집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게 정말 매력적이었어요. 무엇보다 재미있을 것 같았죠.”
처음엔 다소 막막했지만, 강사가 직접 들려주는 실습 경험담을 접하면서 “나도 할 수 있겠다”라는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디지털 기기에 친숙하거나 AI에 호기심이 있는 시니어라면, 주저하지 말고 꼭 시도해 보기를 권한다.
“늦지 않았으니 꼭 도전해 보세요. 지금 시작해도 충분해요.”
40년 금융맨, 디지털 감각으로 새 길을 열다
오랜 세월 금융계에 몸담았던 김형석 선생님은 퇴직 후 불과 몇 개월 만에 새로운 길을 찾기 시작했다. “돈보다는 배움과 사회 경험을 이어가고 싶다”라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던 중 서울시니어일자리지원센터를 알게 되었고, 이번 인턴십 과정에 참여하게 됐다. 그는 특히 유연한 근무 형태의 ‘긱 워커’라는 일 방식이 시니어들에게 최적화된 모델이라고 확신한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일하고, 또 부족한 부분은 새로 배우면서 성장할 수 있다”라는 점이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는 이미 광고업에 종사하는 아들을 통해 일찍부터 챗GPT를 접한 경험이 있었다. 심지어 유료 버전까지 활용하며 디지털 적응력을 키워온 만큼, 수업도 거뜬히 소화해 나가고 있다.
“너무 좋습니다! 할 수 있는 건 하고, 모르는 건 배우면 되죠. 지금은 시작 단계니까 기대와 긴장을 안고 열심히 해보려 합니다.”
그의 자신감 가득한 말 속에서, 은퇴 이후에도 계속 이어질 ‘제2의 현역 생활’이 선명히 보였다.
이제 시니어들에게 일자리는 자기 성장을 위한 도전이자 사회와의 연결 고리가 되고 있다. 특히 디지털 기술은 시니어들이 시간과 장소의 제약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식으로 경제 활동을 이어갈 수 있게 해준다.
‘이지태스크 비대면 사무 보조원 인턴십’과 같은 시도야말로 고령화 사회에서 시니어 일자리 혁명의 성공 모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디지털 긱 워커로서 새로운 길을 걷는 시니어들의 도전을 응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