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의 안전, 시니어가 지킨다!
2025년 「낙상안전지도 강사」 최종 선발 현장 취재기
글·사진 윤종환
더위가 한풀 꺾이고 가을 문턱에 들어선 9월 15일 아침, 기자는 서울시니어일자리지원센터를 찾았다. 이날은 「낙상안전지도 강사」 최종 선발전이 열리는 날이었다. 강의실 안은 이른 시간부터 팽팽한 긴장감과 설레는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교육생들은 지난 한 달간 30시간에 걸친 이론과 실습 과정을 되새기며, 마지막 강의 시연에 온 힘을 쏟고 있었다.
이번 과정에는 무려 100여 명이 지원했으며, 이 중 30명이 교육 대상자로 선발됐다. 이들은 낙상 예방의 기초 이해부터 가정·시설 안전 점검, 시뮬레이션 실습까지 다채로운 훈련을 받았다. 그리고 이날, 그중 단 15명만이 최종 낙상안전지도 강사로 선발된다. 떨리는 표정 속에서도 교육생들의 눈빛은 오히려 또렷했다. 자신감과 책임감이 묻어났다.
고령사회와 낙상 안전의 중요성
우리 사회는 이미 초고령 사회로 접어들었다. 고령층 안전사고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낙상’이다. 한국소비자원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간(2018~2021) 고령자 안전사고의 62.7%가 낙상이었다. 특히 65세 이상에서 발생하는 고관절 골절은 매년 약 30만 건에 달하며, 이로 인한 의료비와 사회적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낙상은 단순한 넘어짐이 아니다. 자칫 장기간 와상(臥床) 상태를 초래하거나 삶의 질을 급격히 떨어뜨리는 위험한 사고다. 예방만 잘해도 막을 수 있지만, 한번 발생하면 돌이키기 어렵다는 점에서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따라서 낙상 예방은 고령사회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중요한 사회적 과제다.
서울시니어일자리지원센터는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2025년 「시니어 잡 챌린지」 사업의 일환으로 「낙상안전지도 강사」 과정을 기획했다. 단순히 일자리를 제공하는 차원을 넘어, 시니어가 직접 시니어를 돌보는 ‘안전망의 주체’로 나서도록 돕는 새로운 모델이다.
교육생 인터뷰-육삼무氏
“개인적 경험이 참여 계기가 됐습니다”
“어머니가 낙상 사고로 크게 다치신 후 회복하지 못하고 돌아가셨습니다. 장모님 또한 계단에서 넘어져 다치셨고요. 현재 시니어 지역상담가로 활동하고 있는데, 복지관과 경로당을 다니다 보면 낙상 위험에 놓인 어르신들을 너무 자주 보게 됩니다. 그래서 이번 과정은 제 자신을 위한 배움이 아니라, 지역사회를 위한 작은 실천이라 생각하고 참여했습니다.”
육삼무 교육생은 인터뷰 내내 진중한 태도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의 말에는 개인적 경험에서 비롯된 절실함과 책임감이 배어 있었다.
“낙상은 길거리보다 집 안에서 더 많이 발생합니다. 문턱이나 계단, 조명 부족, 손잡이 부재 같은 작은 요소들이 큰 사고로 이어집니다. 이번 교육을 통해 생활 속 위험 요인을 점검하고 개선하는 방법, 낙상 이후 2차 사고를 막는 대처법까지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는 특히 생활환경 개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교육이 실질적이고 전문적인 지식을 제공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경로당에는 80~90대 어르신들이 많습니다. 이 연령대는 한 번 넘어지면 회복이 어렵고, 급격히 건강이 악화되기도 합니다. 저는 이번 과정에서 배운 낙상 예방 운동과 안전 점검법을 복지관과 경로당에서 적극 알리며, 어르신들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육 교육생의 다짐처럼, 이번 과정은 지식 습득을 넘어 시니어가 스스로 지역사회의 안전망을 세우는 의미 있는 시작이 되고 있었다.
맺음말
낙상은 단 한 번의 사고로 고령자의 삶 전체를 뒤흔드는 무서운 위협이다. 그러나 시니어가 직접 강사가 되어 예방 교육을 전한다면, 사고를 줄일 뿐 아니라 본인들의 자존감과 사회적 역할까지 확장할 수 있다.
「낙상안전지도 강사」 양성 과정은 단순한 훈련 프로그램이 아니다. 시니어가 주체가 되어 지역사회를 지키는 새로운 일자리 모델이며, 더 나아가 안전과 돌봄의 문화를 확산시키는 소중한 첫걸음이다.
서울시니어일자리지원센터의 이 시도가 가까운 미래, 우리 사회 곳곳에서 ‘안전’과 ‘희망’이라는 두 가지 열매로 맺어지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