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보는 생활 속 『음악이 흐르는 명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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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심 가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듣고 싶은 강의를 들어보는 게, 시민기자로서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건 자명하다. 그래서 수시로 서울시도심권50플러스센터 홈페이지에 들어가 어떤 사업과 강좌가 열리는지 살피곤 한다. 6월 프로그램 중 관심권에 들어온 강좌는 <음악이 흐르는 명화 이야기>였다. 당사자가 기획한 당사자 지원 강의라서, 초보 강사의 가벼운 수업이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있었지만, 35년째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원고를 써온 데다 서울시립미술관 큐레이터니, 이 수업은 마땅히 들어야 할 것 같았다.

  6월 17, <음악이 흐르는 명화 이야기> 수업을 들으러 모처럼 서울시도심권50플러스센터를 찾았다. 온라인 수업이 많아진 상황이라 센터가 조용할 거라 여겼는데, 의외로 활기가 넘쳤다. 인테리어나 차 대접 도구 등이 깔끔하게 바뀌고 책상 칸막이가 설치된 건 좋았지만, 낯익은 직원이 줄어 다소 서먹했다. 사람도 장소도 자주 찾아야 정이 가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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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흐르는 명화 이야기수업 현장

 

 

  지하 열린마당에 들어서자 수업 준비 중이던 김미영 강사가 반갑게 맞아준다. 수강생들 한 명 한 명 이름을 확인하며, 시간 내준 것에 거듭 감사 인사를 건넨다. 여성 수강생 4명에 남성 수강생도 3명이나 되었다. 음악과 그림 수업에 남성 수강생이 있다니! 그림 사진을 찍으며 조용히 귀 기울이는 모습에, 음 이제 문화 향유에 은퇴 남성도 관심을 보이는구나, 나의 편견을 바로잡아야겠다.

  김미영 강사는 2002년부터 음악 치료 수업을 했고, 2020년부터 363스튜디오갤러리 큐레이터로서 그림 설명을 하고 판매도 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지난 주 수업은 여류 화가와 명화 이야기로 프리다 칼로, 수잔 발라동, 나혜석과 윤심덕의 생애와 작품을 살피고, 이와 연관된 음악을 들었다고 한다. 첫 강의라 너무 욕심 내다보니 수업이 빡빡했다고 자평하신다. 오늘 수업은 광고 속의 명화.

  고디바 초콜릿 광고에 쓰인 존 콜리어의 그림 고디바 부인 Lady Godiva’을 보면서 고디바부인의 희생과 연관하여 노래 위대한 사랑을 들었다. 호안 미로는 마드리드 축구장 벽화,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로고와 은행 로고 등에 자신이 즐겨 그렸던 별, , 해의 밝은 추상 이미지를 반영했다. 우리나라 진 라면 발매 30주년 기념 에디션 포장에도 호안 미로 그림이 들어갔다. 별 성애자라고 불릴 정도였던 호안 미로이기에 음악으로는 모차르트의 반짝반짝 작은 별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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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속 명화] 진라면 포장 속 호안미로의 그림 / 초콜릿 브랜드 고디바 로고 속 "레이디 고디바" (출처 : 고디바 공식 홈페이지)

  아기 분유 앱솔루트 명작과 앤젤리너스 커피에 라파엘로의 천사 그림이, 츄파춥스와 립톤 티 포장 디자인엔 살바도르 달리가 참여했고, 몬드리안의 기하학 구도는 가구와 의상에 반영되었으며, 마리 로랑생 그림은 와인에, 구스타브 카유보트의 비오는 파리 거리는 김희철이 광고했던 안주야에, 자크 루이 다비드의 마라의 죽음은 나이키 광고에 활용되었다. 에드워드 호퍼의 모던하고 고독한 그림은 공유와 공효진이 출연했던 SSG 영상 광고에 차용되었다. 20여 명 작가와 광고를 연결해보며, 광고장이의 기발한 아이디어에 감탄했다. 관련 음악 파일 오류로 나머지 음악을 들을 수 없어 아쉬웠는데, 강사님이 무척 당황하며 사과를 거듭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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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Room in New york" (출처 : 위키피디아) / 2015년 쓱 SSG.COM CF (출처 : 유튜브 SSG.COM 영상 캡처)

 

  세계적인 작가 작품이 국내외 광고에 쓰일 수 있는 건 70년이 지나면 판권 문제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이란다. “음악과 그림을 종횡하니 혼란스러운데요, 무엇을 얻어가라는 건가요?”라는 수강생 질문이 있었다. “명화는 미술관이나 갤러리에 가야만 감상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우리 일상에 이미 들어와 있으며, 어렵고 먼 것이 아니다, 라는 점을 알리고 싶었습니다.”라는 수업 목적을 모두에 밝혔으면 좋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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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 CF 속 명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김미영 강사

 

  수업 후 김미영 강사로부터 간단한 이력, 음악 치료와 그림 연결 수업 제안 과정을 들어보았다. “2002명지대 대학원 음악치료학과를 졸업한 후 음악 치료사로서 어린이, 장애인, 어르신, 정신질환자 등 다양한 계층 사람들을 만나 봉사했습니다. 사람을 상대로 한 일이기에 사람 공부를 많이 해야 합니다. 따라서 음악 치료에 관심 있다면 단기 과정이 아닌 정규 과정 학위를 따면 좋겠어요. 돈 많이 벌리는 일도 아니고, 사람이 돈으로 보이면 할 수 없는 일이니 사명감, 공익성, 보람으로 임했으면 합니다. 코비드19로 인해 강의가 줄어든 차에, 363스튜디오갤러리 큐레이터가 되었습니다. 젊은 작가 작품을 사는 젊은이가 늘고 있는데, 작가에게도 구입자에게도 도움 되는 일을 하니 기쁨이 큽니다. 친구가 음악과 그림 양쪽 일을 하는 제게 서울시50플러스 재단을 알려줘 기획안을 내게 되었습니다. 짧은 동영상 강의를 찍은 게 좋은 평가를 받아서, 이번에 두 개 강의를 했고, 하반기에 6개 정규 강좌를 열 예정입니다. 그 때도 관심 갖고 와주세요.”

명화도 클래식 음악 감상도 얼마나 시간을 투자하고 공부하느냐에 따라 내 것이 되고 위안이 된다. 가장 쉽고 품격 넘치며 효과적인 정서 함양은 명화와 클래식 음악 감상이라고 자신 있게 권한다

 

 

50+시민기자단 옥선희 기자 (eastok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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