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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처럼 다시 시작한 삶

법무팀장에서 게스트하우스 호스트로, 인생 2막을 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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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의 한 축에서, 나만의 길을 꿈꾸다.

는 오랫동안 한국의 한 식품 가공·유통 회사에서 법무팀장으로 근무했다. 그 시절. 그의 손에 달린 거래처만 해도 약 5천 개, 대리점과 슈퍼의 신용을 관리하고 담보를 챙기며, 문제만 생기면 곧장 법적인 대응을 해야 했다.

 

제 지시에 수백 명이 움직이곤 했습니다. 그리고 그 움직임이 곧 시장에 반영되는 걸 볼 때면 솔직히 말해 뿌듯했죠. 내가 커다란 톱니바퀴 안에서 분명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었거든요.”

 

그러나 성취감의 그림자는 의외로 빨리 찾아왔다. 시간이 흐를수록 마음 한편에 의문이 스며들었다.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결국 내가 하는 일이란 게 물건을 이쪽에서 저쪽으로 옮기는 걸 돕는 것에 불과한 건 아닐까?”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곱씹듯 덧붙였다. 식품 유통이라는 거대한 기계는 나 혼자가 아니라도 굴러갑니다. 내가 아니어도 누군가는 똑같이 그 일을 할 수 있었죠. 처음엔 성취감이 컸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정말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는 건지 자꾸만 되묻게 되더군요.”

 

돌이켜보면, 그 질문이 마음속에 오래 남아 새로운 길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게 한 씨앗이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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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동반자에서 창업의 길잡이로

이 필요할 때마다 그는 아내와 함께 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그의 곁에는 늘 아내가 있었다. 낯선 도시의 골목을 함께 거닐었고, 세계 곳곳의 게스트하우스에서 호스트들의 따뜻한 환대를 함께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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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가족 해외여행

 

우리가 머무른 그곳들처럼, 언젠가 우리도 누군가를 맞이하며 살아가면 좋겠다.”  여행길에서 스쳐간 대화는 두 사람의 마음속에 오래 남아 작은 씨앗처럼 자라났다

 

그가 퇴시를 고민할 때도 먼저 손을 내민 건 아내였다. 당신, 게스트하우스 해보는 게 어때요? 우리 둘 다 좋아하는 일이잖아요.” 

 

그 말 한마디에 그의 머릿속은 조금씩 정리되기 시작했다. 아내는 늘 그렇듯 그의 망설임을 가장 먼저 읽어내고, 또 가장 먼저 길을 가리켜 주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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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 시작은 쉽지 않았다. 그는 관련 책만 50권 넘게 사들였다. 그러나 책 속 정보만으로는 현실의 불안이 해소되지 않았다. 강의도 들어봤지만, 대부분 한 사람의 경험담에 불과했다. “과연 이 길이 맞을까?” 주저하던 순간, 아내가 다시 길을 내어주었다.

 

내가 먼저 들어봤는데, 이건 달라요.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서 운영하는 창업과정이에요. 여러 명의 검증된 강사들이 함께하고, 서울시가 보증하는 프로그램이니까 믿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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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서 진행하는 창업과정 수업

 

그렇게 부부는 함께 창업 과정을 수강했고, 게스트하우스라는 새로운 삶의 문을 두 손 맞잡고 열어젖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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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 않았던 시작, 함께라서 버틸 수 있었던 준비 과정

스트하우스를 시작하기까지의 길은 생각보다 훨씬 험난했다. 건물을 매입하고 인테리어 공사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건물이 기울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그는 눈앞이 막막해졌다. 안전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대적인 보수를 진행해야 했고, 당초 두 달이면 끝날 거라던 인테리어 공사는 무려 열 달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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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게스트하우스 인테리어 및 보수 작업 

 

눈 내리던 겨울에 철거를 시작했는데, 뜨거운 여름을 지나 다시 가을 바람이 불 때까지 공사가 이어졌습니다. 그 시간들을 견디는 게 쉽지 않았죠.”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러나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곁에는 늘 아내가 있었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함께 발품을 팔아 인테리어 업체를 알아보고, 수없이 변경되는 공정 계획에도 서로를 다독이며 버텨냈다.

 

막상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면서도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은 끊이지 않았다. 도어락이 잠겨버려 들어가지 못하는 손님, 한국 온돌 난방을 이해하지 못하는 외국인, 예약 인원을 초과해 찾아온 여행자, 한국어가 서툰 게스트의 갑작스러운 병원 동행까지. 그때마다 두 사람은 빠르게 상의했고, 최선의 결정을 내렸다.

 

게스트하우스는 흔히 말하는 것처럼 비대면, 손 놓고 부수입 300만 원같은 일이 아니에요. 수많은 변수가 있고, 결국 사람이 직접 부딪히고 풀어가야 합니다. 하지만 아내와 함께였기에 그 모든 상황을 헤쳐 나올 수 있었죠.

 

그에게 게스트하우스 창업은 단순히 일터를 만드는 과정이 아니었다. 수많은 난관을 함께 헤쳐 나가며, 서로에 대한 신뢰가 더 단단해지는 시간이기도 했다. 여행의 동반자에서 창업의 동반자가 된 거죠. 결국 우리가 같이 한다는 사실이 제일 큰 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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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원덕상님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

 

손 내밀며 환대하는 호스트로

장을 다니던 시절, 그의 하루는 분 단위로 쪼개져 있었다. 아침 9시 출근, 저녁 6시 퇴근. 이른 아침 지하철에서 쏟아지는 사람들과 함께 출근하고, 해가 지기 무섭게 사무실을 나서던 그 시간들. 반복되는 일상은 안정적이었지만, 마음속 어딘가는 늘 공허했다.

 

그렇게 시간만 흘러가던 어느 날, 그는 결심했다. 조금 느려도, 조금 불확실해도, ‘내 삶의 속도로 살아보기로. 그가 선택한 새로운 일은 게스트하우스 운영’. 공유숙박업이라는 이름 아래, 그는 전혀 다른 삶의 리듬을 살고 있다.

 

이제는 아침이 다릅니다. 체크아웃은 오전 11, 체크인은 오후 4시예요. 덕분에 아침엔 커피 한 잔 여유롭게 마시고, 저녁에는 해 지기 전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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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행복한 순간을 함께하는 기쁨

지금 그의 하루는 게스트의 체크아웃과 체크인 시간에 맞춰 하루가 흘러간다. 무엇보다 달라진 건 사람을 만나는 기쁨이다.

 

그는 되도록 직접 지하철역으로 게스트를 마중 나간다. “처음에는 게스트를 직접 픽업한다는 것이 부담일까 봐 고민했어요. 그런데 막상 해보니 그 시간이 가장 소중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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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짐을 든 채 낯선 거리를 걸어오는 여행자에게 길을 안내하고, 맛집과 동네 이야기를 들려준다. 자신도 처음 외국을 나갔을 때, 비슷한 두려움을 느꼈으니까. 그래서 그는 누구보다 따뜻하게 맞이하고, 누구보다 자세히 설명하려 한다.

 

게스트들은 우리나라에 큰 기대를 품고 와요. 예쁘게 꾸미고, 설레는 마음으로요. 그런 분들을 처음 마주하는 사람이 바로 저라는 사실이, 참 감사해요. 여행은 결국 사람을 만나러 오는 일이에요. 저는 그 만남의 문을 여는 사람이고요.

 

게스트의 눈에서 반짝이는 기대감을 볼 때, 그는 이 일이 가진 가치를 다시금 느낀다. 그리고 생각한다. 이 사람의 한국 여행이 좋은 기억으로 남도록, 나의 작은 친절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그는 오늘도 문을 열고, 누군가의 가장 빛나는 순간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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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하우스, 돈보다 사람을 남기는 일

 

게스트를 만나지 않아도 돈은 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게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에게 있어 게스트하우스는 단순한 수익 창출의 수단이 아니다. 오히려 사람을 만나는 공간’, ‘마음을 나누는 시간으로 자리 잡았다. 그래서 그는 지금까지도 가장 중요한 운영 원칙으로 직접 만남을 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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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게스트하우스 방문한 여행객들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를 가진 사람과 웃으며 인사를 나누고, 짧은 시간 동안 함께 공유할 게 있다는 거

그것이야말로 이 일의 진짜 매력입니다.”

 

앞으로도 그는 같은 방식으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할 계획이다. 더 많은 게스트를 더 빨리 받는 것보다, 한 사람, 한 사람과의 만남을 지키는 일에 집중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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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을 바꾼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오랫동안 한 업에 몸담아온 중장년에게는 더 그렇다. 익숙한 환경을 떠나 새로운 세계에 발을 딛는다는 건 누구에게나 막막하고 두려운 일이다.

 

저도 처음엔 많이 당황스러웠어요. 내가 잘할 수 있을까? 과연 이 길이 맞을까? 생각이 많았죠. 그럴수록 신뢰하고 의지할 곳이 필요했어요.”

 

KakaoTalk_20250916_155158328.jpg▲사진) 게스트하우스 방문한 여행객들

 

그가 선택한 길은 게스트하우스 창업. 하지만 그는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보다 먼저 그 길을 걸어본 사람들, 그리고 검증된 시스템에 귀를 기울였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창업과정을 통해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실질적이고 실현 가능한 교육이었어요. 덕분에 막막하던 미래가 조금씩 구체적인 그림으로 그려지기 시작했죠.”

 

그래서 그는 지금도 그때의 선택에 깊은 감사함을 느낀다. 그리고 그와 같은 고민을 하는 이들에게 따뜻한 조언을 건넨다.

 

직업 전환은 특별한 일이 아닙니다. 언젠가는 누구나 맞이하게 될 아주 자연스러운 변화예요. 너무 두려워하지 마세요. 나만 그런 게 아니니까요. 중요한 건, 그 변화의 순간에 믿을 수 있는 손을 잡는 거예요. 지금 새로운 길을 준비하는 모든 분들께 행운이 함께하길 바랍니다. 그 길 끝엔 분명, 예상하지 못한 기쁨이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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