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터 위치한 여의도 특성 살려 금융교육지원단장 맡아
"은퇴자 자산 80% 부동산에 묶여…차근차근 준비해야"

자신이 강의하는 '50+ 금융교실' 현수막 앞에서 포즈를 취한 유흥수 단장. / 사진=최혁 기자

 

“참 안타까워요. 노후준비 하면 5060을 떠올리잖아요. 아닙니다. 2030에 시작해야죠. 노후 자산관리를 은퇴 목전에 두고 준비하면 늦거든요. 대학 졸업하고 취직한 직후부터 생애설계와 노후계획을 세워 차근차근 준비해야 합니다.”

인터뷰 내내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감사하다”는 말을 반복한 유흥수 서울시 영등포50플러스센터 금융교육지원단장(69·사진)이 유일하게 목소리를 높인 대목이다. 40년 이상 민관에서 두루 경력을 쌓은 전문가로서 이것만은 짚고 넘어가야겠다는 열의가 느껴졌다. 

“젊어서부터 착실히. 기본 방향은 그렇게 잡아야죠. 노후 자산관리는 나이 든 사람의 전유물이 아니에요. 강의에서 늘 강조하곤 합니다. 취업 뒤 적절한 재테크와 함께 청약저축과 필요한 연금·보험에 가입하는 등 연령대별로 꾸준히 준비해야 안정된 노후를 누릴 수 있어요.”

한경닷컴과 인터뷰하는 유흥수 영등포50플러스센터 금융교육지원단장. / 사진=최혁 기자

 

그가 몸담고 있는 50플러스센터는 중장년층의 인생이모작 창조·지원을 위해 서울시가 설립한 기관이다. 하지만 자산관리 및 금융교육 타깃층을 50대 이상으로 한정할 이유는 없다고 봤다. 유 단장은 “생애설계 차원에서 20대든 30대든 나이와 상관없이 금융교육을 받는 걸 권한다”고 했다.

은퇴를 앞둔 고령층 자산이 부동산에 편중된 점도 우려했다. 그는 “자산의 80%가 부동산에 묶여있다. 노후생활을 영위할 공적 연금이 태부족한 우리나라 상황을 감안하면 이처럼 가용 자산이 적은 구조는 문제”라며 “나이가 들수록 부동산을 줄이고 최소한의 금융자산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유 단장이 센터에서 재능기부 형태 봉사활동을 시작한 것은 작년. 금융감독원, LIG투자증권(현 케이프투자증권)을 거쳐 법무법인 율촌의 고문직을 마친 뒤 그간 생각하던 ‘은퇴 후 사회환원’을 실천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지인인 강창희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교육포럼 대표의 권유도 결심을 굳히는 계기가 됐다.

 

유흥수 단장은 '조기 노후대비'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 사진=최혁 기자

 

“30년간 공직, 또 12년을 민간에서 일했어요. 국가와 사회로부터 많은 은혜를 입었죠. 의미 있는 은퇴생활을 하고 싶었습니다. 제 나름의 경력을 살려 봉사한다고 하지만 그로 인해 느끼는 보람을 감안하면 도리어 제가 혜택을 받고 있다고 생각해요. 감사한 일입니다.”

말뿐이 아니다. 센터가 서울지하철 9호선 샛강역 인근, 금융중심지 여의도에 위치한 특성을 살려 ‘금융교실’ 프로그램 개설 아이디어를 냈다. 지난해 말에는 센터 설립 취지에 걸맞은 중장기 발전방안 수립을 위해 금융교육지원단 발족을 주도했다.

수시로 개설되는 강좌는 금융투자, 자산운용, 금융사기·분쟁, 금융정보 활용, 보험·조세 등 금융 전반을 다룬다. 원하는 사람은 연령뿐 아니라 거주지역과 무관하게 수강할 수 있다. 봉사 개념인 만큼 전국투자자교육협의회, 금감원 등과 협력해 무료 교재를 보급하고 있다. 대신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등록비를 받는다. “수강생이 자칫 느슨해지는 걸 막기 위해서”라는 귀띔이다. 두 시간짜리 8개 강좌를 듣는 데 2만원이니 시간당 강의료는 1000원을 살짝 넘는다.

저금리·저성장·고령화 시대의 생애설계와 자산관리가 강의 핵심주제다. 그는 “100세 시대라고 하지만 충분히 준비 못한 상황에서 노후를 맞는 사람들이 많다. 제가 총론을 강의하고 전문가들이 보험·펀드·금융투자 등 각론을 강의하는데 확실히 관심이 높다”면서 “수요가 상당한 만큼 앞으로 원하는 곳이 있다면 어디든 찾아가는 맞춤형 강좌도 하겠다”고 설명했다.

긍정적 사고와 몸에 밴 적극성이 정력적 활동의 원천이다. 금감원 부원장보, LIG투자증권 대표까지 지냈지만 강의안 만드는 것부터 다시 배웠다. 유 단장은 “전혀 다룰 줄 몰랐던 파워포인트를 익혀 직접 강의교재를 만들고 있다. 봉사를 계기로 스스로 더 많은 걸 얻은 셈이라 기분 좋다”고 귀띔했다.

 

“이젠 나누고 베풀며 정리할 때”라고 여긴다는 그는 지난달 개인 생애기록물 130여점을 모교인 고려대 박물관에 기증하기도 했다. 1950년대 초등학교 일기장부터 학창시절 성적표, 상장, 직장생활 동안 받은 임명장과 발령장, 월급봉투에 이르기까지 평생 모아온 수집품들이다. 

갱지를 실로 묶어 만든 ‘엄마표 수제노트’를 보물 1호로 꼽았다. 유 단장은 “제 인생의 단면을 엿볼 수 있는 애장품 격”이라며 “값비싼 물건들은 아니지만 영구 보존해 후학들에게 제공하는 것으로 아름다운 마무리를 하고 싶은 마음에 기증을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은퇴 후에도 공공기관에서 봉사할 수 있어 보람도 느끼고 활기가 생겨요. 작은 봉사라도 부르는 곳이 있다면 즐거운 마음으로 달려가겠습니다(웃음).”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