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불패 신화는 지속될 것인가?

 

88년에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우리 부서의 5년 차 대리가 13평 전세, 10년 차 과장이 18평 전세, 20년 차 차장이 25평 자기 집, 하늘 같았던 그 위의 부장은 32평 자가에 살고 있었다. 굴지의 재벌 기업이어서 구성원들이 모두 이른바 SKY 출신인데도, 그때는 다들 그렇게 살았다. 

 

93년에 처음 마련한 아파트에서 지금도 산다. 첫 집치고는 큰 편인 32평을 분양받았는데, 재주가 없어 넓혀가지도 못하고, 이사만 몇 번 하다 지금도 그 집에서 산다. 처음 분양받았던 가격 대비 대체로 10배 정도 올랐다. 수익률을 계산하면 연 8% 정도이다. 지금 금리로 보면 엄청 높아 보이지만, 당시 재형저축 금리가 12%였던 걸로 미루어, 전체적으로는 시장 금리 수준의 수익률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수십 년간 부동산 불패 신화가 대한민국을 지배했다. 주기적으로 부동산은 이제 끝났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말을 믿고 집을 사지 않거나 심지어 살던 집을 판 사람들은 바보가 되었다. 기다리기만 하면 부동산은 한 번도 우리를 배신한 적이 없었다. 앞으로도 그럴까?

 

 

앞의 예에서 보듯 부동산의 수익률은 시장 전체 수익률과 비슷한데 어째서 부동산은 대박 느낌이 강할까? 이유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지역성이고, 다른 하나는 leverage 즉 빚을 내서 투자하기 때문이다. 지역성은 쉽게 말해 강남 불패이다. 도시별로 지난 30년간 부동산 상승률은 천차만별이고, 같은 도시 내에서도 개발 지역과 아닌 곳의 상승률 역시 하늘과 땅 차이이다. 입소문을 타는 곳은 많이 오른 지역들이다. 누구도 부동산 투자 10년에 수익률이 제자리라는 얘기에는 귀 기울이지 않는다. 10년 만에 수십 배가 뛰었다는 얘기에는 다들 혹하기 마련이다.

 

두 번째는 부동산 투자를 100% 자기 돈으로 하지 않는다 점이다. 3억 아파트가 10년 후에 6억이 되면 수익률은 연 7% 정도이다. 이 아파트를 전세 2억을 안고 사두었다면, 1억을 투자해 4억이 되었으니 수익률은 두 배가 된다. 실제로는 중간에 전세가 인상되어 초기 투자금을 이미 회수했을 터이니 수익률은 무한대가 된다. 대신 leverage 투자는 가격이 내리는 경우 손해도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게 된다. 단지 지난 30년간 부동산이 길게 조정받은 적이 없기에 다들 이 위험은 무시하는 편이다.

 

앞으로는 어떨까?

 

일단 넓고 길게 보면 부동산의 수익률은 다른 위험 자산(주식) 대비 그다지 높지 않다. 다만 이른바 핵심 지역은 평균대비 상승률이 높기 마련이다.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NY이건 London이건 핵심 지역의 부동산은 빠질 줄을 모른다. 문제는 이제 이 지역에의 최소 투자 규모가 너무 커졌다는 점이다. 강남 아파트를 전세 끼고 매입하려면 얼마의 현금을 가지고 있어야 할까? 

 

 

다음으로 leverage 투자의 경우, IMF나 금융위기 같은 상황이 재연되면 가격 하락만큼의 전세금을 돌려줄 수 있어야 한다. 차입을 많이 한 경우라면 자칫 원리금 상환에 문제가 생겨 경매를 당할 가능성도 있다. 

 

장기적으로 좋은 지역의 부동산은 꾸준히 상승할 것이다. 부동산은 주식과 함께 대표적인 위험 자산이다. 위험 자산의 수익성이 높은 이유는 그만큼 위험이 크기 때문이며, 여기서 위험이란 가격의 급격한 변동 가능성이다. 그래서 위험 자산일수록 장기 투자가 필요하다. 단기적으로 손실을 본다 할지라도 장기적으로는 위험 자산 고유의 수익률이 나오기 때문에 버티면 승리하게 마련이다. 승리를 위한 또 하나의 무기는 어려울 때 나가떨어지지 않을 여력이 있어야 한다. 여기서 여력이란 현재 가지고 있는 자금 더하기 앞으로 벌어들일 수 있는 미래의 자금을 합한 개념이다. 넘어질 수는 있지만, 다시 일어날 수만 있으면 최후의 승리를 차지할 수 있다.

 

50+ 세대는 일단 시간이 부족하다, 지금 투자해서 5년, 10년, 20년 고난의 시간을 겪어 영화가 온들 무슨 소용인가? 또한 자금 면에서 앞으로의 신규 미래 현금 유입은 0으로 보아야 한다.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승부를 보아야 하는데, 실패할 경우의 댓가가 너무 크다. 

 

결론적으로, 지역 불문하고 부동산이 상승하는 시대는 저물었다. 국지적인 부동산 신화는 계속될 것이나, 그것은 마치 상장 주식 500개 중에서 10년 후에 대박 날 종목을 지금 고르는 것과 비슷하다. 삼성전자에 30년 전에 투자했더라면 100배의 수익을 올릴 수 있었겠지만, 그것은 삼성전자의 신화이지 한국 주식의 신화는 아니다.

 

 

50+ 세대의 부동산은 투자 목적이 아닌 거주 목적의 한 채이면 족할 것이다. 수십억의 아파트를 보유하면서 현금이 없어 종부세를 내지 못하겠다고 불평하는 것은, 정신 건강에 해로울 뿐만 아니라, 지켜보는 누구도 공감하기 어렵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전체적으로 위험 자산의 비중을 줄이고 이자 소득 자산의 비중을 늘려가야 한다. 다음 원고에서 마지막으로 50+ 세대의 자산 배분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살펴보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