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2막, 건강이 먼저다

흔히들 인생을 거친 바다를 항해하는 배에 비유하곤 한다. 잔잔한 물결을 만날 때는 삶의 여유를 즐기는 때와 같고, 순풍을 만나 거침없이 나아갈 때는 일이 잘 풀리는 전성기와 같다. 거친 풍랑은 위험한 고비와 같아서 시련을 헤쳐 나가는 모양새가 우리 삶과 그대로 닮았다.

 

운이 좋으면 큰 파도나 폭풍우를 피해 안전하게 항해를 마무리할 수 있겠지만, 잘못하여 암초에 부딪히거나 큰 파도에 휩쓸리면 갑작스런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다. 우리 인생길도 어떤 운이나 불행이 있을지 알 수 없기에 인생은 항해와 같다는 비유가 참 적절한 것 같다.

 

 

그렇다면 이 항해와 같은 인생을 살아갈 때, 그것도 은퇴 후 인생 2막을 앞둔 시점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가치는 뭘까?

혹자는 나이 들수록 대접받기 위해선 뭐니 뭐니 해도 머니가 최고다라고 진담 섞인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하고, 돈이 되지는 않지만 그 자체로 가치 있다 여겨 학문적 지식을 추구하는 사람도 있다. 사회적 성공이나 명예를 우선시하기도 하고, 어느 정도 부와 명예를 누려본 사람은 신앙이나 봉사의 실천을 중요하게 여기기도 한다.

직장에만 매달렸던 사람은 화목한 가족의 소중함을 최고로 삼기도 하고, 반대로 가족을 위해 모든 걸 희생하고 양보하며 산 사람은 자유, 혹은 친구와 우정을 비롯한 인간관계를 인생 2막을 행복하게 만드는 중요한 가치라고 여기기도 한다.

 

 

그 어느 것 하나 행복한 노후를 맞이하는 데 중요하지 않은 게 있을까?

하지만 이런 소중한 가치가 의미 있기 위해 꼭 필요한 전제는 바로 건강이다. 앞서 언급한 가치들은 어떤 사람에게는 중요하고 다른 사람에게는 크게 의미가 없기도 하지만 건강만큼은 예외가 없다. 모두에게 꼭 갖추어야 할 중요한 필수 가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평소에 건강의 소중함을 잘 느끼지 못하고 산다. 마치 물이나 공기처럼 우리가 누리는 소중한 것들의 가치를 잊고 사는 것처럼 내가 지금 건강하다는 것이 감사한 일이라기보다 당연한 거라고 착각하기 쉽다.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들-재산, 지식, 성공, 명예, 관계, 사랑 등-을 한 가지 이상 갖추고 있는 훌륭한 사람들만 승선할 수 있는 멋진 유람선이 있다고 가정할 때, 이 배에 승선하는 것만으로도 자랑스러울 만큼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가치는 아주 크고 묵직한 것이다. 그런데 그 큰 유람선이 타이타닉호처럼 커다란 빙산을 만나 좌초될 위기에 처해 있다면, 우리 각자가 들고 있는 무거운 가치들과 함께 바다에 빠져 생을 마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누군가가 그 가치를 버려야 건강구명보트에 탈 수 있다고 한다면 그래도 그 가치를 끌어안고 죽음을 택할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안타깝게도 현실에서는 다른 가치를 탐하는 많은 사람들이 건강 적신호가 깜박깜박 불이 들어와도 조금만 더 버티면 괜찮겠지 하는 생각에 구명보트에 오르기보다 무거운 가치를 끌어안고 허우적거리기 십상이다.

 

한때 성공한 CEO이자 청년들의 우상이었지만 암을 이기지 못해 향년 56세의 나이로 사망한 스티브 잡스는 생전에 주옥과 같은 연설을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그 중 죽음을 앞두고 그가 병상에서 남긴 말로 알려진 문구가 있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침대는 바로 병들어 누워있는 침대이다.

우리는 운전수를 고용하여 내 차를 운전하게 할 수도 있고,

나에게 돈을 벌어줄 직원을 고용할 수도 있지만,

가진 것을 다주어도 나대신 아파해줄 사람을 구할 수는 없다.

 

아무리 많은 부를 축적한다 한들 건강하게 삶을 마무리하지 못한다면, 공들여 모은 부를 모두 병원비로 써야 할 수도 있다. 인생2막에서 어떤 항로를 개척하든 가장 우선 생각해야 할 것은 바로 나 자신의 건강이어야 한다.

그리고 항해 도중 조금이라도 건강에 이상 신호가 온다면 무리하지 않고 내가 매달린 가치를 용기 있게 내려놓는 것이 중요하다.

건강할 때 비로소 또 다른 방향으로 힘차게 선박의 키를 돌리는 것도 가능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