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점심은 없다 .”이건 만고불변의 진리다. 무엇인가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무엇인가를 내놓아야 한다. 그것이 돈이건, 시간이건, 땀이건 간에.

어떤 사람이 간절히 조상에게 빌었다. “제발 로또 1등 당첨되게 도와주세요.” 그 정성이 하늘에 뻗쳐 드디어 조상께서 꿈에 나타나셨다. 반색하는 후손에게 준엄히 꾸짖으신다. “이눔아, 최소한 복권은 사놓고 빌어야지.” 운으로 결정되는 로또에서조차 당첨되는 사람들은 대체로 꾸준히 복권을 사는 사람들이다.

세상은 심지어 훨씬 가혹하다. 열심히 노력한다고, 대가를 지불했다고 반드시 보상이 있는 것도 아니다. 돈을 냈는데 빈 도시락통을 받는 경우도 종종 있다. 확실한 것은 돈 안 내고 알찬 도시락을 받기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금융 시장은 세상 다른 곳이 비하면 덜 잔인하다.

 

 

투자 시 부담하는 위험(리스크)이 내가 지불하는 대가이고, 최종 수익률이 내가 받는 도시락이다. 내가 투자하는 금액이 대가는 아니다. 10억 투자하는 사람이 1억 투자하는 사람보다 더 큰 위험을 부담하는 것이 아니다. 10억 투자하면서 1% 수익을 기대하는 사람보다, 1억 투자 하며 10% 수익을 기대하는 사람이 훨씬 큰 위험을 부담하는 것이다.

1) 위험은 수익률의 변동 가능성이다. 위험이 큰 투자를 한다고 반드시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니라, 손실이건 수익이건 일단 크게 발생한다는 뜻이다.

2) 위험은 수익과 손실 모두를 포함한다. 결과적으로 이익을 내고 투자를 마무리 지었다 해서 위험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

3) 위험은 사전적이다. 즉 돈을 집어넣는 순간 이미 위험을 부담한 것이다. 호랑이 아가리에 머리를 넣었다가 무사히 빼냈다 해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 차이를 인지하지 못하기에 다음에 또 호랑이 아가리에 머리를 들이미는 일이 생긴다. 다시는 무사히 머리를 빼내지 못할 때까지.

 

 

젊었을 때는 실패해도 재기할 시간이 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실패를 만회할 시간이 없다. 사실은 젊을 때처럼 돈을 많이 벌 기회가 없다. 그래서 더 조심해야 한다. 위험한 투자에는 눈을 돌리지 말아야 한다. 높은 수익률을 아예 기대하지도 말라는 말이다. 그러면 어쩌란 말이냐, 금리는 자꾸 떨어지고, 가진 돈은 충분하지 않고.

 

30년 전에 대기업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 월급이 40만 원이 채 되지 않았다. 당시 은행 이자율이 12% 정도였다. 속으로 생각했다. ‘1억 원만 있으면 은행 이자가 한 달에 1백만 원이니 일 안 해도 평생 먹고 살겠구나.’ 그때 하늘에서 1억이 떨어져서 회사 그만두고 은행에 넣어두었으면 평생 잘 먹고 잘살았을까?

 

이자율과 인플레는 비슷하게 움직인다. 당시 12%의 이자율과 12%의 인플레가 1년에 1%씩 하락한다고 가정하자. 생활비를 1년에 이자와 같은 12백만원을 썼다면 1억 원으로 9년을 채 버티지 못했다. 1년 생활비 6백만 원(월 50만 원)이면 14년, 3백만 원(월 25만 원)이면 20년을 버틸 수 있었다. 투자 수익은 점점 줄어들지만, 생활비는 계속 증가하기 때문이다.

1억 원을 은행에 넣어두고, 당시 월급 정도로 생활했다면 14년 후에 빈털터리 백수가 되어있었을 것이다.

 

 

지금 신입사원 월급이나 생활비로 보면 당시보다 10배 정도 올랐다. 이자율과 인플레는 현재 1%에서 앞으로 변동 없다 가정하자. 10억 원을 지금 가지고 있다. 생활비로 월 1천만 원을 쓰면 9년을 버티지 못하는 것은 같다. 월 5백만 원을 쓰면 25년, 월 250만 원을 쓰면 33년을 버틸 수 있다. 금리는 떨어졌는데 인플레도 낮게 유지되니, 같은 금액을 소비한다면 오히려 더 오래 생활할 수 있다.

아이들을 키우고 교육시킬 때에는 한 달에 1천만 원을 벌어도 모자랐다. 이제 우리 나이가 되면 아이들 교육에서 대체로 손을 떼고, 주택 담보 상환도 얼추 끝나갈 때가 되었다. 많은 경우 부부 단둘이서만 생활하게 되는 것도 이즈음부터이다. 즉, 전처럼 생활비가 그렇게 많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산 증가 요소는 1) 근로 소득과 2) 투자 수익이 있다.

재산 감소 요소는 인플레이다. 1) 근로 소득이 인플레보다 빠르게 증가(감소)하면 재산은 증가(감소)한다. 2) 투자 수익률이 인플레보다 높으면(낮으면) 재산은 증가(감소)한다.

통상적으로 이자율이 높은 상황은 젊은이들에게 유리하다. 이자율보다 소득 상승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 소득이 오히려 감소한다. 투자 수익률은 원천적으로 인플레보다 높을 수가 없다. 중간에 새는 곳(운용사, 증권사, 은행, 보험 등등)이 많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저금리 상황은 소득보다는 자산이 많은 나이 많은 계층에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최근 사모펀드 환매 정지 피해자 중에는, 퇴직금 10억 원을 넣었는데 묶여버려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는 사연도 있다. 그 정도 금액이면 은행 정기 예금(1%)에 넣어두고 월 5백만 원씩 생활비를 써도 17년을, 월 3백만 원을 쓰면 28년을 살아갈 수 있다. 수익률을 올리는 데에만 신경 쓸 것이 아니라, 생활 규모를 적정 수준으로 절제하는 것도 투자 의사 결정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