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을 피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보면 위험에 노출되는 것보다 안전하다고 볼 수 없다 - 헬렌 켈러

 

어느 파산 면책자 이야기

 "선생님께서는 사업 실패로 파산하고 면책받으셨다고 하셨는데 창업자들이나 중소기업 사장님들을 위해 사업계획서 작성 코치로 큰 수입을 올리신다고요?"

본 질문은 필자가 긱 이코노미(Gig economy)에 참여하고 있는 김철수(가명) 씨와 인터뷰 시 했던 질문이다.

김씨는 90년대 말 외환위기시 하던 사업을 접고 그 후 수차례 새로운 사업을 시도 했으나 번번이 실패하고 좌절의 시간을 보냈다. 그 후 사업 실패자의 재기를 돕는 정부 지원 사업에도 도전하여 몇 차례 지원금을 받아 재기를 도모했지만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 결국 파산신고를 하고 면담 당시 불과 1년 전에 면책을 받았다고 했다. 그런 그가 현재 그의 비전은 창업자 및 중소기업 사장들을 위한 비즈니스 학원을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커리어 컨설턴트로서 직업의 세계에 대해 조사 연구하는 필자는 국내 유수의 긱 이코노미 플랫폼 회사의 소개로 동사의 우수 재능 공급자상을 수상한 김씨를 만났다. 김씨는 계속되는 사업 실패로 삶을 포기할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가 우연히 재능거래 플랫폼을 알게 되어 동 플랫폼에 사업계획서 작성 컨설턴트로 등록하였다. 그런데 의외로 반응이 좋아 불과 플랫폼 참여 1년도 되지 않아 우수 공급자로 선정된 것이다. 김씨는 필자의 질문에 비록 자신의 사업에는 실패했지만, 그 과정에서 얻은 나름대로의 통찰력을 기초로 자신과 같은 사업 실패자가 되지 않도록 중소기업 사장들을 돕기 위해 진정성을 가지고 컨설팅에 참여한 결과 우수 공급자 상까지 받게 되었다고 한다. 자신의 나이나 사무실, 얼굴을 보이지 않고도 일할 수 있는 비대면 플랫폼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우리 사회에서 파산자로서 루저로서의 삶을 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하면서 김씨는 긱 이코노미 플랫폼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표했다.

 

 

베이비부머 생애 최대 일자리 위기

 베이비부머 세대인 필자가 일자리와 관련하여 목격한 두 가지 생애 최대 사태는 90년대 말의 외환위기와 금번 코로나19이다. 외환위기 시 거대 재벌 기업이 해체되고 당시 가장 직업 안정성이 높다고 했던 은행들마저 문을 닫으면서 수많은 정규직 베이비부머들이 길거리로 쫓겨났다. 당시 정부는 위기 극복을 위해 IMF가 제시한 소위 신자유주의 체제를 적극 수용하면서 각종 규제를 완화하였고 기업은 경영 효율화의 명목으로 외주 생산을 확대하면서 정규직 일자리는 줄고 임시직 단기 근로자 일자리만 양산하였다. 그 후 소득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고 인공지능, 로봇 활용 등으로 양질의 일자리는 물론 단순 노무직 일자리마저 급속히 사라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인생 2막을 위한 재정적인 준비가 부족한 많은 베이비부머 퇴직자들은 수입이 적은 각종 임시직이나 프리랜서로 어려운 생활을 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번 코로나 19사태로 사회적 거리 두기 등 언택트가 지속 되면서 임시직, 프리랜서 일거리 마저 없어지면서 베이비부머들이 다시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받고 있다.

 

퇴직 베이비부머에게 한 줄기 빛, 긱 이코노미

 여기서 필자는 몇 년 전 만났던 김철수씨를 떠올리면서 긱 이코노미에서 한 줄기 희망의 빛을 찾았다. 최근 10여 년 전부터 새로운 노동시장의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는 긱 이코노미가 퇴직 베이비부머들에게 기회의 장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긱 이코노미는 일반적으로 스마트 폰이나 노트북 등으로 IT 플랫폼을 통해 일정한 소속 없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자유롭게 일하는 경제현상을 말한다. 긱(Gig)은 1920년대 미국 재즈클럽에서 연주자를 당일 또는 일회성 계약으로 고용하던 방식에서 유래된 용어다.

 사실 긱 이코노미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플랫폼을 이용한 외국어 레슨, 번역, 웹 개발, 디자인, 사업계획서 작성 컨설팅 등의 재능거래가 이미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구체적인 거래 아이템은 인터넷에서 ‘재능 거래’로 검색하면 알 수 있다. 긱 이코노미가 기존의 프리랜서와 일하는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으나 IT 기술을 활용한 플랫폼을 통해 거래가 이뤄지는 일하는 방식이 다르다. 긱 이코노미는 비용 절감을 원하는 기업의 수요와 정규직 일자리를 잃은 실직자와 각종 재능 보유자들에게 새로운 거래의 장을 마련하면서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거래가 확산되면서 플랫폼 거래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필자는 긱 이코노미가 재취업이나 창업이 힘든 우리나라 퇴직 베이비부머들이 새로운 일거리를 찾는데 하나의 돌파구가 되리라 생각한다. 퇴직 후 베이비부머들은 자신의 기술과 경험을 살려 재취업을 하고자 하나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취업하기가 매우 어렵다. 더욱이 함께 일하게 될 밀레니얼 세대나 Z 세대들은 꼰대질(?)을 우려하여 그들을 기피하게 된다. 그런데 비대면 거래가 특징인 플랫폼에서는 서로 필요로 하는 서비스만 제대로 제공하면 된다. 따라서 나이를 묻지 않고 주름진 얼굴을 보일 필요도 없고 더욱이 꼰대질할 기회도 없다. 퇴직자로서 전문직 기술보유자나 독특한 재능 보유자는 새로운 일거리 기회를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최근 국내에서는 다양한 재능거래 플랫폼이 설립되고 있다. 긱 워커 또는 플랫폼 노동자로 활동하려면 재능거래를 중개하는 인터넷 플랫폼에 가입하면 된다. 재능거래 수요자는 플랫폼을 통해 공급자를 탐색하여 서비스를 이용하고 공급자가 제시한 서비스 이용대금을 지급하면 된다. 거래 종료 후 수요자와 공급자는 각각 플랫폼에 수수료를 지불하고 거래를 종료한다. 국내 거래에서는 플랫폼에 대한 수수료는 대부분 서비스공급자만 지불하고 있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 재능 거래

 일반적으로 재능거래는 특별한 사람들만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재능거래 플랫폼에 들어가 보면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대부분의 재능들이 이미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 앞으로 이들 서비스는 더욱 늘어 날 것이고 대부분의 재능 서비스는 긱 이코노미 플랫폼에서 거래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 내가 공급자로 참여할 수 있는 재능거래 서비스는 무엇이 있을까? 우선 인생 1막에서의 업무 경험과 그동안 쌓은 지식, 기술을 점검하고 자신의 취미도 함께 고려하여 시장에서 거래될 만한 대상을 찾아본다. 그리고 이를 상품화하기 위해 일부 보완 과정을 거쳐 과감하게 인터넷 플랫폼이나 스마트 폰 웹에 서비스 공급자로 등록을 해 본다. 그 후 시장 반응을 보아 가며 필요한 수정 보완을 거쳐 제대로 된 거래 서비스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다. 그런데 독자 중에는 내가 관심 있는 분야는 이미 전문가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성공할 수 있을까 하고 의심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물론 당연한 의구심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거래되는 재능은 제조물처럼 획일적으로 찍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각자 자신만의 개성과 장점이 있으므로 이를 홍보하면 나의 서비스를 원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예를 들면 러시아어 번역을 하면 당연히 번역자마다 다를 것이고, 책 커버 디자인을 의뢰하면 디자이너마다 다를 것 아닌가? 당신이 해야 할 것은 일단 자신의 재능 중 잘하는 것이 있으면 시장에 내놓아 보는 것이다.

 

긱 이코노미 시대 어떻게 대응할까?

 최근 모 포탈에서 시행한 조사에 따르면 구직자의 76.1%가 비정규직이라도 취업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3년전 조사 시의 57.7%에 비해 18%p가 증가한 것이다. 이런 증가 추세로 보면 앞으로 새로운 일거리를 찾으려면 좋든 싫든 플랫폼을 통한 긱 이코노미에 참여하는 것이 현실이 될 것 같다. 그렇다면 이러한 긱 이코노미 시대에 우리 50플러스 세대 베이비부머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첫째, 인생 2막을 위한 새로운 꿈과 비전을 설정해야 한다, 인생 2막은 학교 교육, 남자의 경우 군 입대, 취직, 결혼, 퇴사 등 사회적 제도적으로 형성된 생애 프로그램이 제시되고 있어 자신의 비전이 없어도 살아갈 수 있었다. 그러나 긱 이코노미 시대 인생 2막을 위한 비전은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실제 꿈과 비전의 설정이 필요한 때는 인생 2막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인생 1막을 되돌아보면서 재무, 건강, 일거리, 소통 등 인생의 주요 영역에 대해 평가한 후 인생 2막에서 추구할 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맞춰 인생 설계를 다시 해 보아야 한다. 여기서 인생 설계 시 나침반의 역할을 할 삶의 비전이 필요하다. 비전 설정 시 다음 질문들은 도움이 된다고 한다. 나는 앞으로 5년 후, 10년 후에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죽을 때 나는 어떤 사람으로 평가받기 원하는가? 죽기 전에 꼭 해 보고 싶은 것들은 무엇인가? 내가 만일 걱정 하지 않을 정도의 충분한 돈이 있다면 무엇을 하면서 살겠는가?

 둘째, 새로운 기술을 이용한 모바일 기기를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다. 긱 이코노미 자체가 계속 발전하고 있는 ICT 기술을 이용하기 때문에 관련 기술을 활용한 각종 기기 자체에 익숙해지지 않으면 그 시장에서 낙오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인적 네트워크의 관리에 계속 신경을 써야 한다. 퇴직 후 급격히 줄어드는 기존 네트워크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긱 이코노미 시대에 일자리로부터 더욱 멀어지게 될 것이다. 우리는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새로운 일거리를 얻고 사회적인 친교를 맺을 수 있는 것이다. 기존의 친숙한 사람들과의 친교를 벗어나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교류를 확대하고 SNS 등의 활용을 통해 특히 젊은 세대와의 교류를 키워 나가야 할 것이다.

 넷째, 지속적인 자기 연마가 필요하다. 인생2막과 달리 기술발전이 급속히 이뤄지기 때문에 지식의 반감기는 하루가 멀다 하고 짧아지고 있다. 자신의 관련 분야는 물론 인접 분야에도 관심을 갖고 계속 공부하지 않으면 다양한 일거리를 찾아 일을 해야 하는 긱 이코노미 시대에 적응하기 어려울 것이다.

 다섯째, 긱 워커는 1인 기업의 CEO로서 시간 관리를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 수입이 적은 긱 업무 성격상 자칫하면 무리하게 많은 일을 하면서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인생 1막에서는 소속기관에서 자신에게 주워진 일을 수행하기 위해 수동적으로 시간 관리를 하면 되었다. 그러나 긱 이코노미에서는 스스로 일하고 여가를 즐기는 등 각자가 CEO의 자세로 시간을 주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긱 이코노미에 대한 우려

 긱 이코노미가 새로운 노동의 트렌드가 되면서 플랫폼 참여자는 급속히 늘어날 것이다. 현재 노동 관계법 제도는 정규직을 근간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법적으로 이들 긱 워커들이 보호를 받지 못하면서 많은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긱 워커 등 플랫폼 농동자의 증가 등 새로운 노동환경에 맞는 법체제와 제도를 조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