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지 상품이 있다. 당신은 어디에 투자하겠는가?

 

A. 연수익률 4.0%, 만기 3년

안전한 독일 10년 국채에 투자하는 상품

 

B. 연수익률 4.0%, 만기 3년, 6개월 단위로 조기 상환 여부 결정

만기 시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 -0.25% 이상이면 원금 100% 상환

만기 시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 -0.65%이면 원금 전액 손실

 

 누가 보더라도 A 상품이 안전해 보인다. 그래서 당신은 A에 투자하기로 한다. 정작 만기가 되니 독일 국채 금리가 하락하여 원금이 전액 손실 나서 돌려줄 것이 없다 한다. 누구 탓인가?

 

 해외를 나가 보면 우리가 잘 산다는 것을 느낀다. 유럽, 미국 어디를 가도 겉보기에 우리보다 나은 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어느덧 모르는 새에 우리는 이미 선진국의 반열에 올라 있는 것이다. 전 세계가 다 아는데, 정작 우리만 모르고 있을 뿐이다.

 

 그 와중에 아직도 차이가 많은 부문이 금융 관련이다. 중소기업들의 등골을 빼먹은 KIKO, 은퇴자의 생활자금을 떼먹은 저축은행, 은행 말이라면 무조건 믿는 노년층을 약탈한 각종 파생상품과 사모펀드 상품들.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이런 소식들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하지만 그들은 정말 순진한 피해자인가? 혹여 탐욕과 무지가 이런 결과를 초래하는 데 일조를 한 것은 아닐까? 위의 A와 B는 동일 상품이다. 욕심에 눈이 멀면, 듣고 싶은 말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된다.

 

 금융 수요자인 일반 시민은 물론이고, 금융 서비스 공급자인 금융기관도 후진적 이기는 매일반이다. 고객의 이익은 도통 안중에 없고, 내적으로는 다른 지점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외적으로는 기존 경영진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자신의 이익 보호에 급급할 뿐이다. 금융 “기관”이 국가 기관처럼 대중의 이익을 우선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상도의는 지켜야 할 것인데, 작금의 우리나라 금융기관들은 천민 자본주의의 탐욕스러운 가면을 굳이 숨기려 하지도 않는다.

 

 공짜 점심이 없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이다. 금융상품을 소개할 때 ‘혹’하는 수익률을 언급하면 둘 중의 하나이다. 사기이거나 위험이 크거나. 비교 기준은 안전한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이다. 어떤 상품이든 정기예금 금리보다 4배가 높으면 사기꾼이고, 두 배를 부르면 원금을 날릴 각오를 해야 한다.

 

 

 현재 시중은행 3년 정기예금 금리가 1.5% 수준이다. 누군가 당신에게 연 6% 수익이 나는 상품을 소개한다면 사기꾼이라 보면 된다. 죽었다가 깨어나도 지금 시장에서 그런 수익률을 정상적으로는 만들어낼 수가 없다. 6%의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고의든 과실이든 현재 금융 관련 법률 테두리를 벗어나게 마련이다.

 

 사모펀드 중에는 과거의 수익률이 6% 이상이라며 투자자를 유인하기도 하지만, 과거의 수익률과 미래의 수익률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과거의 수익률이 높으면 미래의 수익률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평균 회귀의 법칙이라 하기도 한다. 사모펀드의 경우 실제로 투자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일반 투자자는 알 길이 전혀 없이 오로지 운용역의 선의에만 기댈 수밖에 없다.

 

 3% 이상을 부른다면 원금 손실 위험이 상당히 큰 점을 각오해야 한다. 지금 4% 안팎의 수익률이 나오는 상품은 대부분 각종 주가지수를 이용한 ELS, 각종 금리 지수를 이용한 DLS 들이다. 앞서 소개한 독일 국채 활용 DLS처럼, 이런 상품들은 대체로 4%의 수익률을 거두지만 가끔은 상당한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 문제는 그 가끔 벌어지는 재수 없는 경우를 피할 수가 없다는 점이다.

 

 4% 수익을 올렸다는 것은 6개월 후에 조기 상환되었다는 뜻이다(이 경우 기간이 반년이므로 원금 대비 수익은 2%). 여기서 투자를 멈출 수 있는가? 성공적인 투자에서 스스로 물러나는 바보(?)가 어디 있는가? 계속 4% 수익이 나는 투자를 지속하다가 결국 앞서 말한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좋은 점은 욕심이 줄어들고 생활 리듬이 느려진다는 점이다. 눈이 침침한 것은 어디 돈 벌 데 없나 하고 눈을 희번덕거리지 말라는 것이며, 귀가 잘 들리지 않는 것은 고수익의 감언이설에 귀 기울이지 말라는 것이고, 입이 마르는 것은 뭐가 돈 된다더라 하는 쓸데없는 얘기를 하지 말라는 자연의 신호이다.

 

 마음을 편안히 하고 주어진 것에 만족하며, 예금자 보호되는 한도 내에서 열심히 은행 특판 예금을 챙기고, 그래도 미진하면 주식형 공모 펀드에 자동이체나 조금 걸어 놓으면 좋을 것이다. 금융기관의 탐욕과 투자자의 무지는 우리를 슬프게 한다. 하드웨어는 이미 선진국이다. 소프트웨어의 선진화를 위해서는 금융기관은 명예를, 투자자는 절제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