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금융이 다른 분야와 크게 다른 점은, “결점”을 미리 인정한다는 점이다. 제조업은 불량률 0%를 최선의 상태로 상정하고 거기에 이르기 위해 끝없이 노력한다, 운수업은 정시에 빠뜨린 물건 없이 배송하는 것이 최선이고, 서비스업은 고객의 불만이 제로가 되는 것을 목표로 매진한다. 하지만 결점(위험) 없는 금융업은 그 자체로 성립 불가이다.

금융이란. 자원(돈)의 여유가 있는 사람에게서 자원(돈)이 필요한 사람에게로 자원(돈)의 흐름을 중개함으로써 경제활동이 지속해서 이루어지게 하는 과정 전체를 말한다. 재미있는 점은 모든 참가자가 돈을 건네고 돌려받는 과정에서 생각대로 일이 풀리지 않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이다.

 

1) 공급자를 보자.

가장 바람직한 상황은 돈을 주고 일정 기간 후에 손실 없이 돌려받는 것이지만 어떤 공급자는 이자를 조금 더 받을 수 있다면 신용이 낮은(못 돌려받을 위험이 있는) 차입자와 거래할 것이다.

2) 차입자를 보자.

신용이 좋으면 좋은 조건을 골라 쓸 수 있지만, 신용이 나쁘면 높은 이자율도 감수할 수밖에 없다.

3) 중개인은 기본적으로 상환 불이행에 따른 피해가 없다. 그러나 중개인이 주선한 거래에 문제가 생긴다면 다음 거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기에, 최선을 다해 상환 불이행 가능성과 그에 따른 적절한 이자율의 산정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모든 참가인의 공통점은, 첫째, 원금이 상환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으며, 둘째, 그 위험의 정도에 따라 이자율(수익)의 높고 낮음이 결정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금융의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이 원칙을 인정하지 않으면 기본적으로 금융은 설 자리가 없다.

 

 

 

2. 요즈음 문제가 된 라임 사태의 경우, 이 기본 원칙을 모든 참가자가 무시하면서 파국을 맞고 있다. 앞의 설명의 공급자는 투자자로, 차입자는 운용사로, 중개인은 판매사/증권사로 치환하면 될 것이다.

 

1) 투자자를 보자.

누군가 당신에게 연 수익률 6~7%의 안정적 투자처가 있다고 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 수익률이 높은가, 낮은가를 판단하려면 기준이 있어야 한다. 시중은행 정기예금을 기준으로 하자. 현재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3년 만기 1.5%에서 2.0% 수준이다. 수익률이 같은 기간 정기예금의 2배가 넘으면 둘 중의 하나다. 첫째, 금융 사기, 둘째, 높은 수익에 상응하는 위험이 포함되어있다.

2) 운용사를 보자.

라임은 대체 어떻게 그렇게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었을까? 첫째는 신용도가 낮은 작은 회사의 무역금융에 투자한 덕분이고, 둘째는 차입을 추가해 수익률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첫째의 대가는 높은 부도율이다. 하지만 이 위험은 신규자금이 끝없이 들어오면서 파국 시기가 뒤로 미루어졌다. 둘째의 대가는 수익률의 급작스러운 하락 위험이다. 급성장 이후 신규자금 유입이 주춤하자 높은 부도율을 감출 수 없었고, 여기에 두 번째 효과가 더해져 급기야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환매에도 응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3) 중개인을 보자.

중개인은 판매 수수료를 받는다. 판매 수수료는 일회성으로 판매 시점에 1.0%를 선취한다. 은행/증권사를 통해 주식 펀드에 가입했는데 5% 수익이 나고 있다 하자. 어느 날 은행/증권사 직원에게서 전화가 온다. 수익 난 펀드를 팔고 다른 유망한 펀드에 새로 가입하자고. 수익이 난 펀드이니 당신도 별 반대 없이 그렇게 한다. 당신이 5% 벌었다고 좋아하는 동안, 새로운 펀드 가입에 따라 판매 수수료가 빠져나간다. 이 직원은 당신을 위해 일하는가 자신을 위해 일하는가?

 

 

 

3. 정리해 보자.

1) 투자자는 기본을 망각했다. 어디에 투자하는지도 모르고, 차입 투자를 하는지도 몰랐다.

2) 운용사는 투자자보다 자신의 이익을 우선 했다. 운용 규모가 5조면 1년에 수수료만 수백억 원이다. 유동성이 떨어지는 자산을 개방형으로 판매하는 경우 어떻게 환매에 대응할 것인가에 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3) 중개인은 판매 수수료 욕심이 지나쳐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팔았다.

 

 

 글을 모르면 문맹이라 한다. 문맹에는 두 종류가 있다. 글을 못 읽는 경우(1종)와 글을 읽기는 하는데 뜻을 모르는 경우(2종)이다. 금융에도 문맹이 있다. 1종 금맹의 경우는 큰 문제가 없다. 은행만 이용하면 되기 때문이다. 고수익률에 혹하는 순간 나는 2종 금맹이다. 금융의 기본 원칙은 수익과 위험은 늘 붙어 다닌다는 것이다.

 

 은행, 증권사, 운용사의 직원은 절대 여러분을 위해 일하지 않는다. 자기 자신을 위해 일한다. 자신의 돈은 자신이 지켜야 하고, 모르는 곳에는 신뢰를 두지 말아야 한다, 지속해서 반복되는 투자 관련 사고들을 접하며 금융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한다.

 

금융은 합리적이다. 안전하면 수익률이 낮고, 수익률이 높으면 그에 상응한 위험이 있다.

중위험, 중수익에 속지 말라, 모든 중위험은 고위험이다. 당신에게는.

금융기관 직원은 당신 편이 아니다.

내 돈은 내가 지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