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힘든 게 무엇인지 아세요 ?’

‘뭔데요 ? ‘

’사람들은 살면서,

힘들어 죽겠다, 아파 죽겠다, 배고파 죽겠다 등의 힘든 말들을 하지만

진짜 힘든 것은 ‘심심해 죽겠다’는 거예요 ! ‘

 

50+상담소에서 내담자와의 대화를 할 때 이런 말들을 듣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오랜 기간 동안 주요 역할을 사회에서 맡아오다가 어느 날 은퇴를 하게 되면 갑작스럽게 없어지는 것이 시간표다. 일정한 시간에 아침을 열고 하루를 바쁘게 정해진 일정에 맞추어 살아왔는데 그것이 없어진 것이다. 그래서 은퇴한 바로 다음날 평소처럼 아침을 열고 곧장 50+ 상담소를 찾은 내담자도 여럿 있다.

그동안 열심히 일의 문화 속에서 살아 왔기에 일정기간 휴식이 필요하다고 생각 되지만, 그 조차도 어색한 것이다.

그래서 은퇴 후 생기게 된 여유시간에 대해서도 일정한 시간표가 필요한 것이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서는 생애행복자산을 7가지로 설정했는데 그 행복 자산 중에서 유독 같이 붙어 다니는 영역이 바로 일과 여가 부문이다. 이 두 영역에 대해서는 이전의 컬럼에서도 언급했듯이 시간적 요소와 공간적 요소를 같이 공유하고 있다.

어느 한 영역이 시간적으로 많이 할애를 받게 되면 상대적 영역이 당연히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공간적 요소는 같이 공유될 수가 없다. 일의 문화 속에서의 삶은 ,여유로운 여가의 삶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갖기 어려웠고, 자연히 그런 시간이 주어졌을 때 어떻게 활용하고 즐기는지에 대한 정보와 경험이 적을 수 밖에 없다.

여가의 의미를 다시 언급해보면 ’ 평화롭고 자유로운 시간을 활용하여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이다.

 

1. 여가 속의 일과 사회 활동

여가의 문화 속에서 산다고 해서 일의 영역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어느 정도의 일은 사회활동으로서도 ,경제적인 면에서도 필요하다. 그 일이 주된 일자리에서처럼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이라면 더욱 바람직하다고 본다.

 

행복한 삶에 대해서 , 잠시 이전의 컬럼에서 언급된 3인의 행복의 요소를 정리해보고자 한다.

1) The School of Life(런던)의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은 관계

2) 고대 그리스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친구/우정, 독립된 상태, 그리고 생각 많이 하기

3) 서울대학교 행복연구 센터장 최인철 교수는 자율/자유, 유능감, 그리고 관계를 행복의 요소라 하고 있다. 여기서 에피쿠로스의 독립된 상태는 최인철 교수의 자율/자유의 상태를 의미한다. 즉 누구한테 얽매이지 않은 상태, 억지로 하고 싶지 않은 일로 온통 뒤덮여 있지 않은 상태를 의미한다. ’스스로가 결정하며 또,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을 말한다.

행복한 삶속에는 일의 요소가 존재하고 있다고 위의 3인은 주장하고 있다.

’백년을 살아보니’의 저자 김형석 교수도 ‘노후에 일이 없는 사람이 가장 불행하다.‘고 언급하고 있다. 필자는 그 일의 영역도 50+의 여유로운 시간을 활용해서 찾고자 한다. 지금까지는 누구에 의해서 선발되어 지시에 의한 일을 해왔다면 이제는 내가 독립적으로 의사결정하며 자유롭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고 만드는 것이다.

무엇을 해야 할까 ? 그 방법은 필자의 ’50+여가준비 전략‘편에서 소개했는데 , 그 첫째 단계 ’꿈을 찾아보고 구체화 해보는 단계(Start up단계)‘를 언급 한바 있다.

이일은 여가 활동일수도 있으면서 동시에 일의 활동이 될 수도 있다. 그 개념이 혼재된 상태의 활동인 것이다.

 

2. 여가 속에서 일을 찾는 사람들

1) 화가로 활동하다.

‘인생에도 학교가 필요하다’는 인생학교(The School of Life)의 한 강사는 자신의 또 다른 현재의 활동을 소개했는데 초상화를 전문적으로 그리는 화가였다. 전문직에서 사회 경제 활동해오다가 일찍이 은퇴를 하고 어릴 적부터의 꿈이었던 그림공부를 시작하였고, 3년이 지나서는 책도 편찬하고 화가로서도 활동이 가능했다고 한다. 본인의 작품그림들을 실은 컬러판 책을 보여주었는데 멋진 예술가로서 다시 태어난 그 강사의 모습이 참으로 좋아 보였다.

2015년 세종우수도서 교양 부문에 선정됐던 ‘일흔에 아홉 살 꿈을 이루다‘ 의 저자 김세호는 그의 저서에서 다음과 같이 회고를 하고 있다. ’오홍배 화가의 화실에 처음 방문했을 때 “지금 이 나이에 그림을 시작 할 수 있을까요? ”라며 약간의 두려움과 설렘으로 가득 찼다‘

그는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것이 익숙하지도 않았고 길고 힘든 작업이라 지칠 수도 있기 때문에 두려움도 있었다고 한다. 그의 어릴 적에 도화지 삼아 모래사장에 그린 그림들이 이제 책 속에서 도화지 안에서 다시 살아나게 된 것이다.

 

2) 도예가로 사회기여 활동을 하다

필자의 지인이 양재동에 있는 ‘예술의 전당’ 전시관에 초대를 한 적이 있었다.

작품 전시회를 동호인들과 준비했다고 하는데, 전업주부이면서 배우자의 사업을 가끔씩 도와 주고 있는 지인이 작품 전시회를 한다고 해서 의아해 했다. 사회에 좋은 일을 하고 싶어서 기획을 한 것이다.

그곳 전시회에는 50여개의 많은 작품들이 있었는데 코뿔소의 두상 부분만을 각기 다른 시각과 창의성을 갖고 예술적으로 도예 기술을 활용하여 작품을 만들었다.

그곳 입구에는 다음과 같은 안내 문구가 쓰여 있었다.

“멸종위기의 코뿔소를 살리고 보존하는 우간다의 코뿔소 보호 국제기구에 본 작품의 판매금 전액을 기부 합니다 “

 

3) 인문학 강사를 준비하다.

작년의 한 내담자분을 통해 자신의 삶을 찾아가시는 또 다른 모습을 알게 되었다. 인문학 강사가 되는 것이 목표인데, 그 준비를 위해서 일반 대학의 동양학과에 입학을 했다. 젊은 20대의 학생들과 같이 동양학을 공부하는 그 내담자분의 열정과 학구열에 큰 감동을 받았다. 그런데 이와 똑같은 사례를 전에도 다른 지인을 통해서 들은 적이 있다. 주된 일자리에서 은퇴를 하고 자신의 또 다른, 멋진 삶을 위해 많은 준비를 하는 50+가 멋있다.

 

4) 사진작가를 준비하다.

서울시50플러스 캠퍼스의 ‘배움’과정 중에 ‘사진초보자 A to Z’, ‘사진 활동가’등의 과정들이 인기가 많다. 은퇴한 많은 분들의 공허함은 사회적관계의 허전함에서도 찾을 수 있다. 그 동안의 사회활동에서의 관계형성은 대부분이 일로 엮어진 관계들이었고 그 조직을 떠나면서 , 그 관계들도 그곳에 두고 오게 된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피사체의 사람들과 사물과의 말없는 대화이다. 매체를 통해서 대화를 즐길 수 있는 예술의 분야이다. 자기 역량을 강화하여 공공기관, 비영리단체, NGO에서도 활동이 가능하고 본인의 작품 전시회를 통해 많은 분들과 관계를 이루기도 한다.

 

 

5) 여행 작가를 꿈꾸다.

버킷 리스트(bucket list)를 작성하라고 할 때 제일 많이 적어 내는 것이 여행이다. 누구나 가고 싶고 경험해 보고 싶은 여행지를 쓰게 된다.

많은 분들이 꿈의 로망 여행지를 하나 이상은 갖고 있는데, 기록하고 정리하는 습관이 잘 되어 있다면, 각국의 여행지를 다니면서 그곳 관련 글을 쓰는 것도 좋다고 본다.

 

테마가 있는 여행 작가도 될 수 있다. 그 주제를 그림, 와인, 음악, 문학등 관심 있는 분야를 정해서 글로 쓰면 된다. (사)한국여행 작가협회에서는 별도로 SNS를 활용한 여행 컨텐츠 개발을 지도하고 있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는 은퇴자의 행복한 삶을 위한 정책을 위해서 ‘시니어, 꿈꾸는 여행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현재 여러 기수를 배출하였고 지속적으로 모집할 예정이며 지방으로도 펼치고 있다.

더불어 관계 기관에서는 14주의 ‘여행대학’ 과정이 소개 되는데 이곳에서 국내외 여행정보, 테마가 있는 여행, 작가의 길, 나 혼자 기획하는 여행 등 많은 정보를 접하게 된다.

 

라슬렛 (Peter Laslet,1989:영국 사회철학자)의 제 3기 인생론을 보면 은퇴해서 자기의 적성과 재능에 맞고 자기가 원하고 바라던 활동을 하는 삶을 언급했다. 50+는 이제 제3기의 인생을 맞이하고 있다.

 

우리 50+에게 갑자기 없어진  그 일의 시간표를 ‘내가 하고 싶은 일로 채워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