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평온과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꾸는 용기와 이 둘을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

- 라인홀드 니버, <평온을 위한 기도> 중에서

 

불안은 ‘우리의 정신적인 혀’다

동물의 입속에 있는 길고 붉은 근육 다발, 혀. 부드럽지만 매우 강력하고 정교하게 움직이는 혀는 하는 일이 많다. 미뢰가 있어 맛을 느끼고 발성에도 작용하며, 러브스토리에서도 빠질 수 없다.

이렇게 부지런한 혀와 우리 내면의 정서를 빗대어 불안을 '정신적인 혀'라고 이름 붙인 학자가 있다. 바로 긍정심리학의 주창자인 마틴 셀리그만이다. '입속에 혀'라는 우리말 표현처럼 혀는 입이 불편할세라 미리 일을 찾아 수행한다. 치아 사이에 낀 아주 작은 음식조각도 혀는 용납지 않는다. 혀가 우리 입안에서 하는 찌꺼기 탐지 및 제거 작업과 비교하면 제아무리 최신 전동칫솔이라도 석기시대 수준이라고 셀리그만은 덧붙인다. 혀가 이렇게 입안의 위험을 미리 제거하려 하듯이 우리가 느끼는 불안은 우리 삶에서 잘못될 여지가 있는 것을 찾아 대비하기 위함이다.

 

조상에게 물려받은 걱정하는 유전자

지구상에 사는 우리 인간들은 상황을 비극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왜 걱정을 놓지 못하는지 진화론적인 설명이 가능하다고 한다. 짧았던 낙원의 시기 중신세에 융성한 낙관적 유전자를 받은 인간에 비해 수십만 년 지속된 얼음, 홍수, 가뭄, 혹서, 태풍 등 재난이 끊이지 않았던 홍적세에 살아남은 비관적인 유전자를 물려받은 인간이 더 많기 때문이다.

파국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것이 습관이 된 이런 유형의 사람들, 즉 걱정하는 인간, 호모 디스포러스_Homo Dysphorus는 더 마음 편한 삶을 사는 데에는 불리할지 몰라도 삶의 치명적인 리스크를 피하는 데는 도움이 된다.

 

 

자신의 이름을 딴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성공한 제빵 사업가 김영모는 TV 인생다큐에 나와 자신의 좌우명을 소개한 적이 있다. 바로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라' '최악의 경우를 받아들일 마음을 준비하라' ‘최악의 경우를 개선하라’ 였다. 이분이 걱정하는 유전자를 얼마만큼 물려받았는지는 모르나 식재료의 유통과 관리를 엄수해야 하는 수제 먹거리 사업체를 운영하는 CEO로서 이 유전자를 매우 생산적으로 활용한 경우라고 보인다. 역사적으로 에이브러험 링컨이나 윈스턴 처칠의 경우에도 두 사람 모두 낙천적이고 밝은 성격이 아니었지만 자신의 정서를 잘 관리해 뛰어난 역량을 발휘한 생산적인 인물로 기억된다.

 

현실적인 낙관주의자 되기

불안이나 걱정의 감정들이 우리 삶에 도사린 위험들을 경고해준다는 면에서 그 가치는 분명하다. 문제는 이게 불필요할 정도로 너무 심할 경우이다. 우리의 보다 편안한 삶을 위해서 삶의 에너지를 소진시키는 지나치게 과장된 걱정이나 불안을 적절한 수준으로 통제할 필요가 있다. 긍정심리학에 의하면 낙관적인 태도는 학습이 가능하다. 바람이 부는 걸 불평 걱정만 하는 비관주의나 그저 바람의 방향이 바뀌기를 기대만 하는 낙관주의가 아니라 바람의 방향에 따라 돛을 조정하는 현실적인 낙관주의를 갖는 것이다.

 

꼰대는 교만함이 아닌 걱정하는 맘에서 온다

위의 입속의 혀라는 말처럼 마음으로 확 이해되는 절묘한 우리말 표현이 또 있다. 한국인들은 하루에 생각을 몇 가지나 하고 있을까? 정답은 바로 50,000가지이다. 오만 가지나 되는 상념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머리가 무거울 만도 하다. 게다가 그 생각 중 90%가 걱정, 불안 등 부정적인 것이라면 어떻겠는가.

특히 삶의 연차가 늘어갈수록 복리가 붙듯 경험칙이 늘어나고 측은지심까지 높아지니 노파심이란 것이 생기기 쉽다. 내 일뿐만 아니라 주변 일까지 염려한 나머지 걱정의 한 마디를 더 할 때의 부작용이 소위 '꼰대'가 되는 것이다. 보통 꼰대는 '라떼는 말이야' 하면서 교만할 때 온다고 하는데 교만보다는 걱정하는 마음, 선의에서 출발하는 경우도 많다. 아랫세대로 갈수록 말의 반복에 대한 알레르기 지수가 워낙 높아지니 윗세대가 너그러운 마음으로 걱정의 양과 말의 양을 스스로 통제하는 편이 현명한 듯싶다.

 

 

직관력을 높여주는 심장 호흡법

'몰입을 통해 잠재력을 최고로 끌어올리자'고 말하는 학자 황농문은 '생각나기'와 '생각하기'의 차이점을 들며 내가 내 뇌의 주인이 되려면 보다 체계적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부정적인 생각을 말아야지 하고 무조건 생각을 억누르게 되면 우리 뇌는 오히려 그 생각에 더 사로잡히게 된다. 예를 들어 다이어트할 때 '라면은 절대 생각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할수록 머릿속에서는 라면 생각으로 꽉 차게 된다. 그러니 검은 곰(부정적 생각)을 떠올리지 않으려면 검은 곰을 억누르는 게 아니라 오히려 흰곰(긍정적 생각, 감사하는 마음)을 마음으로부터 떠올리고 몸이 움직이게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최근 심리학계 일각에서 주목하고 있는 심뇌과학Neuro-cardiology에 의하면 심장은 단지 혈액을 공급하는 기관 이상이다. 심장에도 독자적인 신경시스템이 있으며 심장이 두뇌로 보내는 지시사항이 반대의 경우보다 10배나 많다고 한다. 그러니 좋은 생각을 해야지, 감사해야지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는 단계가 아니라 진짜 하트인텔리전스가 작동돼 '마음이 움직인다면' 그것의 힘은 막강하다.

에너지를 소진시키는 불안, 걱정을 통제하고 에너지를 재생시키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전환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으로 하트인텔리전스에 기반한 직관을 활용한 호흡법을 요약해본다. (참조_ Bigger Game Korea, Inc.)

 

Step 1 인정하기 (문제나 이슈를 인정하고 그에 대한 자신의 태도나 기분을 알아차린다.)

Step 2 심장호흡하기 (심장에 주의를 집중한다. 평소보다 천천히 3-5초간 숨을 들이쉬고, 천천히 내쉰다. 들이쉬고 내쉼을 3회 반복한다.)

Step 3 긍정적 감정을 작동한다. (누군가에 대해 혹은 무엇인가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감정을 느끼도록 한다.)

Step 4 질문하기 (정합된 상태에서 어떤 것이 더 효과적인 태도인지, 행동인지, 해결책인지 자신에게 질문한다.)

Step 5 직관 관찰하기 (자신의 지각, 태도 감정에 어떤 미묘한 변화라도 있는지 관찰한다. 문제에 대해 느껴지는 감정이 어떠한지 바라본다.

           좀 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볼 수 있다. 새롭게 깨달은 바에 따라 담대한 행동을 한다.)

 

 

핵심은 머리와 심장이 같이 정합되는 상태가 되면 수십억 개의 뉴런이 협력하여 조화로운 교향곡을 만들어내며 직관력이 오르게 돼 부정적인 생각을 긍정적인 생각으로 전환에 드는 시간이 점차 짧아진다는 점이다. 직관력을 높이고 싶다면 오늘부터라도 심장에 집중하는 호흡법을 연습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