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후 처음으로 내일이 궁금해졌다’

‘이렇게 여행을 하면서, 내일은 또 어떤 일이 생길지가 궁금하다’

‘그곳에 평생 머물렀고 이제 벗어나 여행을 해보니 그곳이 보였다’

 

 

 

오늘은 여행대학 주관으로 코엑스에서 열린 '두 번째 서른, 와락 여행을 껴안다’의 한 주제로 태현주 작가의 여행기를 듣고 왔다. 30대의 아들이 60대의 어머니와 함께 떠난 이야기다. 어머니는 오직 가족들을 위해 분식집 가게를 30여 년간 운영해 오셨는데, 최근 들어서 가장 가까운 식구들이 세상을 떠나게 되어 더욱 힘들어지신 어머니를 위해 여행을 계획하게 된 것이다. ‘세상이 컬러가 아닌 흑백으로 보인다’고 하시는 어머니의 정신적 치유를 위해서 식구들이 설득하여 분식집 가게를 정리하고 여행을 떠나게 됐는데, 여행이 처음에는 낯설고 힘들기도 했지만 여행 과정들에 조금씩 익숙해지고 새로운 것들을 보게 되면서 차츰 조금씩 지난 과거에 대한 생각들에서 벗어나 현재의 여행을 즐기시게 됐다는 이야기다.

 

‘여행의 이유‘의 저서에서 김영하 작가도 삶이 부과하는 문제가 까다로울수록 여행을 더 갈망했고 오늘을 살아가는 현재를 위협하는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하는 것이 여행이기에 그 여행을 좋아했다고 한다.

여행을 하면 오직 현재만을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아주 오래전의 스토아학파의 철학자들도 인간이 흔들림 없는 평온의 상태에 근접하기 위해서는 미래에 대한 근심과 과거에 대한 미련을 줄이고 현재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그것을 여행이 가능케 한다는 것이다.

 

 

1. 50+가 여행에서 얻게 되는 것들

여러 각 정부 기관에는 중장년을 위한 제도적 노력들이 있는데 일자리 찾기 지원책으로 중장년 일자리희망센터 및 기타 제도가 운영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일과 삶의 균형 차원에서 문화체육관광부의 주관 및 한국관광협회의 주최로 2018년 12월에 시니어(만 60세 이상)를 대상으로 제1기 시니어 ‘꿈꾸는 여행가’의 프로그램을 시범적으로 실시했다. 30명 모집에 500여 명이 지원하여 경쟁률이 16:1이었다. 이어서 2019년 2월에 있었던 제2기의 과정에도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필자도 제1기 교육생으로 참가하면서 여행에 대한 많은 것을 접할 수 있었고, 지금도 관련 기관들과 연락하면서 새로운 정보를 받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7주간에 걸쳐 8개의 강의와 참여 여행가의 멘토링을 제공하며, 각 개인의 국내 여행경비 지원 그리고 여행대학 8주 과정 16개 수업 무료수강과 졸업여행 무료지원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이 프로그램 중에서 특히 깊은 인상을 주었던 것은 문요한 작가의 강의였는데 여행에서 얻게 되는 다섯 가지의 내용을 언급했다. 그는 매일 4-5명의 내담자의 정신치료 상담을 해오던 정신과 의사로서 안식년을 갖고자 병원의 문을 닫고 2년에 걸쳐 여행을 떠나면서 얻은 것들을 들려주었다. 우선 가족과 70일간 유럽 여행을 마치고, 홀로 네팔의 안나프루나 등반 및 남미 끝에서 페루 끝까지의 여정에 오른다.

 

그가 여행을 통해서 얻고자 한 것의

첫째는 인생 후반을 위한 내적 준비로서, 새로움의 추구였다.

그전까지는 일상이 매일 똑같은 권태와 지루함의 연속된 삶이었다. 이러한 권태가 계속 쌓이면 우울해지기도 하고 무기력해지기도 하는데 지나치게 될 경우에 고 각성 감정이 되어 폭력 또는 일탈 행위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여행은 여가라기보다 생존 활동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이러한 삶에서 새로운 것의 추구는 다시 젊음의 추구이기도 하는데, 여행이 그러한 새로운 일상을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둘째로는 심리적 유연성이다.

이는 마음 비움 능력 키우기인데 불확실성에 대해 편안해지는 능력이다.

50+세대는 시켜서 하는 일에 적응됐고 매번 완벽해지려고 노력해 왔지만, 상황은 계속 바뀌면서 임기응변 능력과 능동적인 삶이 요구되어 왔고, 더욱이 더 많은 변화 속에 살아가야 하는 50+세대는 그런 심리적 유연성의 경험을 여행에서 누리라고 한다.

‘그렇게 되어야 한다!’에서 ‘그렇게 안 되면 좀 어때!’의 유연한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경험이다.

 

세 번째로는 사서 고생하는 마음으로,

젊은 시니어(Super-Agers)들, 나이가 70-80대이지만 30-40대의 뇌 보유자들의 특징을 보면 그들은 난이도가 있는 활동 즉 악기, 춤, 외국어나 고강도 운동 등 점점 깊이가 있는 활동을 선호하고, 또 만나는 사람만 만나지 않고 아래 세대는 무엇을 좋아하는지 연구하며 그들과 대화를 하려고 하는 등 다양한 연령대와 끊임없이 교류하려는 태도를 보이는데 그는 이것을 여행에 비유하여 아름다운 호수는 헬기를 타고 감상할 수도 있지만, 그 호수를 향해 걸어서 가는 그 고생이 나중에 더 아름답다고 하고 있다.

 

네 번째로는 외부에서 내부로 향하는 자신과의 대화이다. ‘이것이 내게 꼭 필요한가?’이다.

고산지대 산행 때 카메라를 잃어버리니 가벼워서 좋았다고 한다. 자신의 삶에 대해서도 계속 질문을 하게 되는데, ‘지금의 삶이 맞는 것일까?’이다.

결국 ‘더 새로운 삶으로 옮겨 가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되어, 여행을 끝내면서 그는 정신과 의사가 아닌 작가가 되기로 결심을 하게 됐으며, 어떤 목적보다는 그 과정 속에 여러 갈래로 펼쳐져 있는 길들을 사랑하게 됐다고 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결과, 지향적 사고에서 과정 지향적 사고로의 전환인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여행이 몸의 감각을 깨어나게 하여 현재를 살 수 있게 한다고 한다.

 

이는 앞서 언급한 스토아학파의 철학자들이나, ‘여행의 이유’의 저서에서 김영하 작가의 생각과 같은 관점이다. 현재,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는 그 지금에서 삶을 행복하게 영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감정과 이성들이 후회스러운 과거를 자주 떠올리게 하거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서 지나치게 걱정하게 함으로써 현재의 삶을 방해 한다는 것이다. 감각만이 현재를 일깨워 주는데, 바로 여행에서 그 감각을 체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2. 50+에게 여행의 의미

오직 가족과 조직을 위한 일의 문화 속에서 대부분의 삶을 살아온 50+세대에게 여행은 3가지의 의미를 갖는다고 필자는 정리했다.

 

 

첫째, 보상적 의미를 갖는다.

그동안 열심히 살아온 것에 대한 보상적 차원이다. 우리는 아무런 힘이 없어지고 이제 더 이상 어쩔 수 없게 됐을 때 후회를 여러 가지 하게 되는데 그중에 하나는 ‘내가 너무 일을 많이 했다‘는 것과 또 하나는 ’나의 행복을 위해서는 생각해 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제 일과 삶의 균형(work-life balance)에 접근해보는 것이다. 그 활동에 여행만큼 적합한 것이 없다고 본다. 서울대 행복연구소센터의 센터장인 최인철 심리학 교수는 여행은 벗어나는 즐거움이 있고 또 인간이 좋아하는 걷기, 놀기, 말하기 그리고 먹기까지가 있어서 여행은 행복의 종합 예술이라고 했다. 여기서 벗어난다는 것은 일에서 나오는 것이고, 또 그 남은 여가 시간을 활용하여 종합예술을 즐기는 것으로 이해가 된다.

이렇듯 50+세대는 해방감과 행복감을 누릴 수 있는 보상적 의미에서 여행의 의미를 찾아볼 수 있다.

 

둘째, 다양한 외부정보를 맞이하게 되는 의미이다.

필자는 25년 전에 샌프란시스코에서 지낸 경험이 있다. 부모님이 미국에서 5년간 체류하시게 되어 자주 가게 됐는데 그곳에서 생활하면서 그들의 문화와 내 또래들의 삶을 보았고 많은 생각을 하였다.

지구상에 같은 시간에 다른 공간에서는 또 다른 삶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감각적으로 느꼈고 그 이후 내 생각과 행동이 조금씩 바뀌었다. ‘좀 더 나은 삶은 어떤 것일까?‘의 고민을 하게 된 것이다. 단지 부모님을 만나고, 여행 차 들르게 됐는데 다른 영역에서 나를 일깨워준 느낌이 들었다. 우리가 잘 아는 마르코 폴로가 중국과 무역으로 큰 돈을 벌기 위해 여행을 떠났으나 이 세계가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르다는 것, 세상에는 다양한 인간과 짐승, 문화와 제도가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고 돌아와 쓴 글이 ’동방견문록’이라고 한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상황을 맞이하게 되면 우리는 생각 못 했던 좋은 경험을 하게 되고 자신의 앞으로의 삶을 다시 구상해보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여행이 많은 정보를 우리에게 제공하며 그 정보들을 바탕으로 과거나 미래가 아닌 현재를 사는 지혜를 얻게 된다.

 

셋째, 자기를 찾아 떠나는 의미이다.

태현주 작가의 어머니는 '그곳에 평생 머물렀고 이제 벗어나 여행을 해보니 그곳이 보였다’고 했다. 그곳 안에는 본인이 있었고 그곳에 있는 본인을 바로 볼 수 있는 기회가 된 것이다. 여행의 과정에서 또 다른 세계에 살게 되면서 멀찌감치 서서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던 것이다. 50+세대는 바쁜 삶 속에서 자신을 다른 시각으로 객관적으로 볼 여유가 없을 수 있다.

남은 반세기를 어떻게 살 것인가? 여행 속에서 찾게 될 거라 생각한다.

 

3. 문화(여가) 강좌에서 만나는 50+세대

최근 들어서 50+세대들이 여가에 대한 강좌 및 관련 글을 찾는 경우가 많아졌다. 특히 필자의 강좌에서 여행의 주제로 넘어갈 때 거의 모든 수강생들의 표정이 학창 시절 때의 순수하고도 해맑은 모습이 되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자신의 경험과 계획 발표 때의 분위기는 수업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모를 정도이다. 우리 모두가 그 시간에 행복했다. 바로 감각을 일깨워주고 지금을, 현재를 아름답게 사는 경험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것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일의 문화 속에서 지낼 때, 조직에서 승진이나 연봉을 좋게 받기 위해서, 또는 더 나은 조직을 찾아 이직하게 될 때 필요했던 것은 좋은 경력과 자격증들이었다.

 

지금의 50+에게 필요한 좋은 경력과 자격증은 무엇일까 ?

여행에서 갖게 되는 많은 경력일 것이고 그러한 경험에서 나오는 삶의 지혜로 행복한 삶을 누리고 또 많은 사람에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그런 자격일 것이다.

 

우리의 삶을 보다 풍요롭게 하고,

현재를 행복하게 살아가게 만드는 것,

바로 여행,

그 여행을 오늘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