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세기 페르시아의 시인 잘랄루딘 루미는 인간의 감정을 여인숙으로 표현했다.

"인간이란 존재는 여인숙과 같다. 매일 아침 새로운 손님이 도착한다. 기쁨 절망 슬픔 그리고 약간의 순간적인 깨달음 등이 예기치 않은 방문객처럼 찾아온다.”

50+세대의 앞날에 기쁨과 행복만 전개되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즐거움과 고통은 어느 날 불쑥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손님과도 같다. 우리는 행복감을 더 많이 더 자주 느끼기를 바라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행복을 우리 곁에 오래 머물게 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행복으로 가는 12계단

50+세대는 다른 세대 못지않게 행복을 추구해왔다. 정치사회적 혼란과 시련을 견뎌내고 지금은 물질적 풍요를 구가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 과정에서 행복은 어디에 있었을까. 행복이 잠시 잠깐이라도 다녀가기는 한 걸까.

행복으로 가는 과정에는 12계단이 있다. 계단마다 역사적 인물과 사상가들이 우리를 기다린다. 이들과 더불어 행복으로 가는 계단을 차근차근 밟아보자. 그동안 자신의 행복을 규정한 것이 무엇이었는지 되돌아보고 미래의 행복은 어떻게 다가올 것인지 살펴보자. 계단을 올라갈 때마다 행복의 가치와 행복의 조건이 달라진다.

 

계단1. 찰스 다윈의 계단 - 적자생존

50+세대는 치열한 생존경쟁의 시대를 살아왔다. 다윈의 적자생존 이론처럼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한국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해 끊임없이 적응하면서 살아온 것이다. 최근에는 현대판 적자생존 이론이 등장했다. 적는(기록하는) 자는 생존하고 적지 않는 자는 도태된다는 것이다.

 

계단 2. 카프카의 계단 - 미래는 있는가

카프카는 약혼녀였던 펠리체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고백했다.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일은 내게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미래를 생각하고 걸려 넘어지는 일이라면 가능합니다. 제일 잘할 수 있는 것은 넘어진 채 그대로 있는 것입니다. “

 

카프카의 고백은 우리에게 위로를 준다. 50+세대에게도 미래가 보이지 않는 암울한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계단 3. 헤르만 헤세의 계단 - 짙은 회의

헤세는 그의 시 <밤의 사색>에서 ‘다가올 행복에 대한 거짓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오늘을 내일에게 제물로 바친다. 불안하고 보호받지 못하는 삶을 살면서 먼 옛날을 부러워하며 뒤돌아본다. 미래와 과거 두 낙원 사이에 있는 지옥이 우리가 살 곳으로 정해져 있다’면서 ‘우리는 이 지옥에서의 삶에 거짓 목표와 거짓 의미를 부여하려고 애쓰고 있고, 순수함과 빛 그리고 쾌유를 애타게 갈망한다’고 진단했다.

현재 지구촌에서 벌어지는 인간사회의 모습을 이보다 더 적나라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계단 4. 달라이 라마의 계단 - 행복과 고통

달라이 라마는 행복해지려면 ‘먼저 행복에 이르는 요소와 고통에 이르는 요소를 인식해야 하며, 그 다음에 점차 고통에 이르는 요소를 제거하고 행복에 이르는 요소를 개발하기 시작해야 한다. 이것이 행복해지는 길‘이라고 했다. 50+세대가 행복에 이르는 길을 찾기 시작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불과 10년 남짓 되려나.

 

계단 5.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계단 - 삶의 균형

르네상스 시대 천재 과학자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균형'이라는 글에서 이렇게 조언한다.

“가끔 떠나라. 떠나서 잠시 쉬어라. 그래야 다시 돌아와 일할 때 더 분명한 판단을 내리게 될 것이다. 조금 멀리 떠나라. 그러면 하는 일이 작게 보이고 전체가 한 눈에 들어오고 어디에 조화나 균형이 부족한지 자세하게 보일 것이다." 

50+세대는 스스로에게 쉼과 여행의 보상을 해줄 필요가 있고, 여행은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이제야 비로소 삶의 균형이 잡혀가는 듯하다.

 

계단 6. 파스칼의 계단 - 자족

파스칼은 ‘인간의 모든 불행은 혼자 조용히 집에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생긴다. 자기 삶에 만족하는 사람이라면 절대 집을 떠나 바다를 항해하거나 요새를 정복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했다. 살다보면 욕심보다는 자족을 배워야 할 때가 있다. 50+세대는 이 계단을 막 오르고 있다.

 

계단 7. 니체의 계단 - 아모르파티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라. 아모르파티는 니체가 저서 《즐거운 지식》에서 언급한 개념이다. 라틴어로 ‘사랑’을 뜻하는 아모르(Amor)와 ‘운명’을 뜻하는 파티(Fati)의 합성어이다. 니체에 따르면 운명은 필연적인 것으로서 자신의 운명을 긍정하고 사랑할 때 인간은 위대해지며, 인간 본래의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다. 50+세대는 아모르파티를 즐길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

 

계단 8. 러셀의 계단 - 이상적 사회

러셀은 <행복론>에서, 인간성의 개선을 통해 행복한 이상적 사회, 즉 지성과 용기를 겸비한 사람들이 이끄는 사회, 굶는 사람이나 환자도 없고, 일은 유쾌하고 적당하며 서로에 대한 동정의 마음을 갖고 있는 사회, 공포로부터 해방된 사람들이 그들 자신의 눈과 귀와 마음을 위한 기쁨을 창조하는 사회를 추구했다.

50+세대는 사회적 갈등과 가치관의 혼란 속에서 중심을 잡으려고 애쓰며 살아왔다. 한국 사회는 아직 갈 길이 멀다. 50+세대가 해야 할 역할이 남아 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계단 9. 에피쿠로스의 계단 - 아타락시아

에피쿠로스는 빵과 물만 있다면 신도 부럽지 않다고 하면서, 필수적인 욕망만 추구한다면 고통 없는 상태인 아타락시아에 이를 수 있다고 했다. 쾌락에 끌려 다니지 않아야 행복할 수 있다. 소박한 삶이라는 게 말처럼 쉽지는 않지만, 욕망을 뒤로하고 소박한 행복을 즐기는 삶도 50+세대가 가야할 길이 아닐까.

 

계단 10. 묵자의 계단 - 겸애  

묵자는 겸애(兼愛)를 설파한 중국 춘추 전국 시대 철학자(BC 480~BC 390)이다. 겸애란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똑같이 사랑하는 것이다. 묵자는 ‘겸허한 태도로 마음을 열어라. 양쯔 강과 황하는 작은 물줄기를 마다하지 않아 큰 강을 이뤘다. 비워야 담을 수 있다.’며 겸애와 더불어 겸허한 태도를 강조했다. 자의식 과잉은 수많은 번뇌의 시작이다. 항상 어느 정도 나를 비워두는 여유가 필요하다. 결핍의 어린 시절을 보낸 50+세대는 채우는 데는 익숙하지만 비우는 것은 잘 못한다. 이제부터라도 겸허와 겸애를 배우고 실천해보자. 행복의 계단에 성큼 올라설 수 있을 것이다.

 

계단 11. 타고르의 계단 - 마음의 평화

인도의 시성(詩聖) 타고르는 <길 잃은 새>라는 시에서 ‘나는 왜 내 마음이 침묵 속에서 시들고 고통받는지 설명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바라지도 않고, 알지도 못하고, 기억할 수도 없는 사소한 욕망 탓입니다.’라며 과거를 회상한다.

그러면서 ‘슬픔은 고즈넉한 숲에 내리는 황혼처럼 침묵하며 나의 마음에 평화를 주었습니다. 오늘 나의 마음은 시간의 바다를 건너 감미로운 한 때를 사랑하고 있습니다.’라고 인생을 관조하는 즐거움을 노래한다. 50+세대들도 이런 마음의 평화와 감미로운 삶의 기쁨을 누릴 날이 올 것이다. 적어도 그런 소망이 있기에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살아가는 게 아니겠는가.

 

계단 12. 바이블의 계단 - 황금률

성경의 황금률은 ‘자신이 대접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접하라’이다.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 주면 본인이 행복해진다. 그 사람이 행복해 하는 것을 보면서 행복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타인은 자신에게 기회이고 행운이며 사랑하는 이유가 된다. 이웃을 행복하게 하면 자신에게 행복이 온다. 이 지점에서 행복은 완성된다. 여기까지 오면 50+세대는 이제 하산해도 좋다.

 

50+세대가 현재 어느 계단을 오르고 있는지는 각자의 상태에 따라 다를 것이다. 의욕이 앞서 몇 개의 계단을 한꺼번에 오르려고 할지도 모른다. 서두를 필요는 전혀 없다. 자신이 처한 계단에서 한 계단씩 차분히 오르다보면 행복의 근육이 단단해질 것이고, 웬만한 고통이나 아픔은 저 스스로 튕겨 나갈 것이다. 50+세대가 그렇게 행복을 완성해 갈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