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분은 행복하세요?"

60이후를 여생이라고 불렀던 우리 부모 세대는 자녀들과 손주들의 축복 속에 회갑을 치른 후, 편히 여생을 살다 가는 것을 복이라 했다. 또 그 시대는 자녀들이 대학을 졸업하면 곧바로 취업해, 부모부양을 하는 선순환 구조였다. 아들딸이 노후대책인 그 시절 "오죽하면 저 나이까지 일할까"하며 직업을 가진 사람을 불쌍한 노인 취급하던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요즘엔 오히려 자녀를 부양해야할 부모들이 여기저기 생겨나고 있다. 자녀들과 함께 구직전쟁을 하기도 한다. 우리의 이런 상황에서 전 세계의 50+의 행복트렌드는 어떻게 흘러갈까.

 

벨기에 마스트리흐트대학교 경제학자 버트 반 란데그햄 박사는 34만여 명을 대상으로 나이에 따라 느끼는 행복감의 변화는 'U자 모양'을 그린다고 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기자에 따르면 영국 워릭대학교 연구팀도 20대부터 행복지수가 떨어져 30~40대에는 최저를 기록, 50대부터 다시 상승하는 'U자형' 형태를 그린다고 소개했다. 1년 동안 영국 가구 패널 조사(British Household Panel Survey)를 통해 1만 명과 스위스, 독일 등지에서 행복지수설문조사의 결과다.

란데그햄 박사는 "65세가 되면 경제적, 심리적으로 더욱 안정감을 느끼고 여기에 경제적인 능력과 이웃, 친구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을 때, 65세 때가 20대보다 더 행복할 수 있다."고 했다. 세계적 여성학자 베티프리던트도 인생의 황금기를 50대로 보았다. 박완서, 김남초 등의 문인도 그러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50대부터 행복감이 상승하는 이유는 자녀부양을 모두 끝내고 자유로운 시간과 삶에 충분히 적응했기 때문이다. 50대는 주어진 삶에 감사하고, 현재 자기 모습에 만족하는 시기라 행복감도 높다. 또 자기 현실에 만족하는 법을 터득하기 시작하면 나이 들수록 70대와 80대에 행복감은 더 커진다.

결국 행복은 육체적인 것이 아닌 정신적인 것임을 알 수 있다. 어르신 전화 상담을 진행하다보면 이 조사의 결과에 매우 공감을 한다. 관계할 사람이 많은 분들은 우렁찬 목소리와 전화 받을 여유조차 없는 바쁜 생활을 한다. 건강한 목소리는 건강한 삶의 척도와 무관하지 않음을 실감했다.

 

우리나라 조사는 경우에 따라 상반된 결과가 나왔다. 동아일보와 딜로이트컨설팅이 함께 조사한 동아행복지수(동행지수)의 결과에서 가장 행복한 집단도 50대 여성이다. 특히 자녀가 있는 50대 여성은 더 많은 행복감을 느낀다고 했다. 20~40대 엄마는 자녀와 직장생활, 바쁜 남편을 돌보느라 상대적 박탈감이 있지만 50대가 되면 여기서 해방되며 행복감이 높아진다. 그리고 스스로 행복을 찾는 과정에서 남편보다는 '시스터후드(자매애)'를 지향하는 중년 여성의 특성 덕분에 여자 친구들이 늘어나 외로움의 해소로 행복감에 이르는 것이라고 석재은 교수는 분석했다. 반면 50대 무자녀 기혼 여성의 행복지수는 한국인 평균보다 낮았고 같은 세대 유자녀 기혼 여성보다 낮았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의 여성전업주부 대상의 행복도 조사결과, 나이 드는 걸 '어떻게든 피하고 싶다'는 경우보다 '나이 들어가는 내 모습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이 기대수명이 높다고 했다. 8.1년 더 많은 89.3세로 예상되었다

<인생 어떻게든 됩니다>의 책에서 50대를 환절기라 표현하는 말이 나온다. 계절로 보면 가을이라고 여겼던 필자는 이 말이 무척 가슴 속 깊이 내려앉는다. 잘 지내면 감기에 걸리지 않고 무난히 지내지만 환절기 관리를 못하면 감기로 고생이다. 우리의 행복 또한 그렇다.

행복을 원하며 행복 습관을 들여야 할 것이다. 작은 것이라도 좋다. 매일 빵을 굽고 밥을 하듯 좋은 습관을 들이려면 자신에게 질문하는 것이 좋다고 한 의사는 방법을 소개했다. "오늘부터 운동할거지?, 오늘도 건강하게 행복하게 잘 지낼 거지?"

웰페어뉴스에서 소개한 2016년 라이프케어 멤버십 브랜드 '전성기'500여명의 50대 이상을 대상으로 실시한 결과 가장 큰 행복감을 준 항목 1위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건강한 신체(39%), 2위는 새로운 곳으로의 여행과 휴식(19%), 3위는 어학, 취미 등 새로운 배움과 도전(15%), 용돈 등 금전적 여유(11%)나 봉사활동(7%), 자식들의 성취와 성공(5%), 손주 재롱(4%) 순이다.

이들을 가장 힘들게 한 것은 미래에 대한 막연함과 불안감(29%), 생활비나 사업자금 등 금전 부족(24%)과 질병으로 인한 통증(15%), 배우자의 건강 악화(13%), 배우자와의 불화(10%), 외로움(4%), 자식들과의 불화(3%), 가족, 친지, 친구와의 사별(1%), 자식들이 겪는 고통(1%) 등이다.

반면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의 서울 및 수도권 만 50~59세 남녀 1000(기업체 임금 근로자 500, 퇴직 경험자 500)대상의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1.5%가 행복하지 않다고 답했다.

이유는 자녀 교육과 결혼 비용 등 자녀 뒷바라지로 불안 42.7%이며 이 중 전업주부 중 50대의 행복감이 가장 낮았다. 그 이유는 노후의 여가·사회활동에 관한 준비 수준이 낮기 때문이다. '빈둥지증후군', 남편 퇴직, 경제적 불안감, 갱년기 등이 겹쳐 신체 및 정서적으로 행복하지 않다고 연구소는 분석했다.

우리나라 50대 여성은 실제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가진 돈이 많고 쓰는 돈이 많아도 비례해서 행복하진 않다. 자신을 위한 투자보다 자녀나 손주 등 가족을 위한 소비가 대부분이다. 자녀를 모두 졸업시키고 남편이 아직 은퇴 전이고 맞벌이 가정일지라도 자녀들의 결혼비용, 노후준비는 여전히 큰 숙제이다.

재산이 많아도 외로움은 이길 수가 없다. 그래서 활동의 동반자가 필요하다. 이들과 함께 여가활동을 공유하는 것이 50+세대에겐 점차 중요한 트렌드가 되어간다. 스스로 인적 네트워크를 다지고 여가생활을 배우고 준비하며 자기 계발에 꾸준히 투자하는 사람들의 행복성적표는 좋을 것이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는 비은퇴자(남녀 1595)50대의 경우 73%가 현재의 삶이 행복하며 나이 들수록 행복하다고 했다. 일은 행복에 큰 영향을 미침을 알 수 있다. 노후에 일을 지속하겠다는 50대의 비율은 91%로 일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

주된 이유는 '경제적 문제'(30.2%) 외에 '삶의 보람(21%)', '건강(18.4%)', '지식과 경험을 활용(15.6%)' 등 비경제적인 요소도 높았다. 경제적 부는 행복의 중요한 조건이기도 하지만 돈에 집착은 오히려 행복을 방해할 수도 있다.

 

2011년 유엔은 행복결의안을 내어 놓았다. 일곱 번째 보고서(World Happiness Report 2019)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꼽힌 핀란드의 '행복의 비결'은 "우리의 비밀은 자연이다. 다른 사람들이 치료하러 갈 때, 우리는 장화신고 숲 속으로 간다."라고 했다. 영화 <카모메 식당>에서 핀란드의 한 청년의 대사가 있다. 자신의 나라가 행복한 이유는 "모리()"라고 했다.

 

 

최근 한국의 방송에도 자연이나 바다를 소재로 한 프로그램이 꾸준히 인기를 끄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 50+세대는 새로운 시작으로 앞으로의 삶을 그린다. 어떤 방법으로든 즐겁고 의미 있는 활동을 하려 애쓰며 개인이나 단체를 조직하고,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모습이 많아지고 있다. 일에 대한 의지도 중요한 행복의 요소가 되어간다. 여생을 순응하고 기다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여가에 대한 공부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서울대 행복연구센터 이국희 박사 행복스토리팀에서 50대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법을 소개했다. 허핑턴 포스트의 "50세가 되기 전 배워야 할 행복 레시피"로 돈이 없어도, 부자가 아니어도 행복을 잃지 않고 살아가기 위한 행복기술로 <분노참기, 친절하기, 만족하기, 자연을 사랑하기, 건강하기, 남과 나누기, 친구 사귀기, 남의 말 경청하기, 용서하기, 불의에 맞서기, '아니요'보다는 '예'라고 말하기> 등이다.

다음세대 정책실험실(LAB2050)의 보고서에는 "일반인들 불안의 상당 부분은 대한민국 사회 특유의 경직성에서 나온다. 태어난 가정의 상황과 성별에 따라 생의 많은 것들이 결정되고, 대학 입시, 첫 취업, 결혼의 시점을 지나면 되돌릴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고 했다.

선택의 자유가 없는 경로는 이미 흘러갔다. 우리는 행복을 더하기 위해 지난 세월에 집착하기보다 앞으로 살아 갈 시간에 물주고 가꾸어야 할 것이다. 이것은 전적으로 개인에게 달려있다. 50+세대를 위한 재단이 생긴 지 벌써 4년이다. 다양한 프로그램과 정보를 이용하고 공부해야 할 것이다. 이제는 컴퓨터를 배우지 않으면 문맹이다. 스스로 역동적 삶을 구워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따끈한 밥을 짓듯 우리의 행복을 매일 매일 지어내자. 오늘은 평소와 다른 행복감으로 밥 냄새를 즐기기를 권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