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백 년 전에 쓰인 단테의 <신곡>에는 중년의 위기에 대해 잘 서술된 운문이 있다.

 

“인생의 여정 한 가운데서, 나는 어두운 숲 속에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올바른 길을 완전히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50+세대의 심정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있을까? 단테 시대의 중년은 현재의 50+세대에 해당된다. 숲 속에서 길을 잃어버린 것과 같은 심정. 갑자기 길이 사라지고 숲 속에 홀로 버려져 있는 듯 한 기분. 그 심정과 기분을 어디에 하소연해야 할까?

 

길을 잃어 어두운 숲 속으로 접어들게 된 단테는 세 마리의 사나운 짐승들이 입맛을 다시며 자신을 몰래 뒤쫓아 오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 짐승들은 사자, 시라소니, 늑대였는데, 이들은 각각 야망, 육욕, 탐욕을 상징한다. 단테가 쫓기고 있었던 것은 권력(영향력)과 성(性) 그리고 돈에 대한 갈망이었음이 드러나게 된 것이다.

 

퇴직 전에 갖고 있던 욕망들은 퇴직하고 나면 갑자기 없어지거나 사라지는 걸까? 50+세대들에게 이런 욕망들이 없어졌다거나 사라진 줄로 알고 있다면 그건 착각일 것이다. 욕망은 아직 마음 한 켠에 그대로 남아 있다. 다만 욕망을 행사할 주요 무대가 사라졌을 뿐이다.

 

50+세대가 직면한 두 가지 과제

 

백세시대를 맞아 무엇을 하며 지내야할지 탐문하는 과정에서 생계형 일자리를 찾기도 하지만 소득과는 무관한 사회적 활동을 하거나 협동조합, 동호회 또는 시민단체에 가입하기도 한다. 50플러스포탈에서 보람일자리를 찾아 사회공헌형 활동을 하는 사람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남는 건 시간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제 50+세대는 두 가지 과제에 직면하게 된다.

 

첫째, 혼자 있는 시간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일이나 활동할 거리에 시간을 할당하면 나머지는 거의 혼자 있는 시간이다. 주말도 아닌 평일에 혼자서 무엇을 하며 지내야 하는가? 과연 홀로 있을 때의 고독을 견딜 수 있는가? 여지껏 살아오면서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이다.

 

둘째, 사회적 활동을 하면서 맺게 되는 사회적 관계 속에서 어떻게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지낼 것인가? 다들 서로 다른 환경과 다른 영역에서 직장생활과 경제활동을 했던 사람들이다. 친척이나 친지들과도 예전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하게 된다. 이러한 관계 속에서 때로는 예기치 않게 갈등이 일어날 수도 있고 불편한 관계에 처할 수도 있다.

 

혼자 있으면서 즐거우려면

 

영국의 심리학자인 일로나 보니웰에 따르면, 자신과 시간의 관계에 만족하는지의 여부가 행복에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시간 관리는 일을 더 많이 하는 것, 바쁘게 사는 것과 관련이 없다. 매일 자신을 위해 일정한 시간을 떼어놓아야 한다. 자신만의 시간을 확보한 사람이 훨씬 행복하게 지낸다. 자신을 위한 시간과 남을 위한 시간, 해야 할 일을 하는 시간과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시간을 적절히 나누어서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고 조화롭게  완성해야 한다.”

시간을 보내는 방식이 바로 삶을 사는 방식이며, 시간을 잘 보내는 것이 곧 행복의 시작이자 열쇠라는 것이다.

 

50+세대가 퇴직후 처음에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기껏해야 산행이나 도서관에서 책읽기 정도이다. 하지만 그것을 매일 하다보면 결국 몇 달 하다가 그만두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혼자 있을 때 참기 어려울 정도의 외로움을 느끼게 되는데, 이는 특히 할 일이 없을 때 더욱 심해진다. 할 일이 없으니, 부정적인 생각들이 머릿속을 차지하게 된다. 자신의 미래에 대한 염려와 건강, 투자, 집, 가족의 문제들이 머릿속에 떠오르기 시작한다. 그런 걱정과 염려에 사로잡히면 마음이 우울해지고 삶이 공허해진다. 무언가 해야할 것 같은 막연한 충동이 밀려들기도 한다. 혼자 있을 때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즐거움과는 거리가 멀다.

 

혼자서도 지루함을 느끼지 않고 우울해하지 않으면서 즐길 수 있으려면 어찌해야 할까? 혼자 있는 시간으로부터 도피하지 않고, 그 시간을 활용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산책이나 독서, 운동, 여행도 좋고 명상을 한다든가 영화감상을 하는 것도 좋지만, 진정한 마음의 평화를 얻으려면 자신만의 정신적 일과를 설정해야 한다. 정신적 활동과 신체적 활동을 병행하여 정신적 에너지를 적절히 안분하는 게 좋다. 이를테면 독서나 명상 사이사이에 팔굽혀펴기나 제자리에서 5분 이상 걷기, 산책 등 신체적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다.

 

창의적인 삶을 시도해보는 것도 좋다. 글쓰기를 통해 창작 활동을 한다거나 그림이나 악기에 취미를 붙이는 것도 좋다. 혼자 있을 때 크게 웃어도 보고, 거울을 보며 자신에게 미소를 지으며 그 미소 지은 상태에서 그대로 머물러보기도 한다. 이렇게 의식을 통제하다보면 혼자서도 얼마든지 즐거움을 창출할 수 있다.

 

함께 있으면 늘 즐거운가

 

프로이트는 행복의 원천을 ‘사랑과 일’이라고 했다. 사회적 활동을 어떻게 경험해나갈 것인지 그리고 그 활동을 통해 타인과의 관계를 어떻게 경험할 것인지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진다.

 

사람들은 친구나 가족들과 함께 있을 때 또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그러나 가장 고통스러운 사건들 역시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비롯된다. 다른 사람들이 우리 인생을 즐겁게 하기도 하고 비참하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에 이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유지하느냐 하는 것이 우리의 행복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관계가 좋을 때는 우리를 더할 나위없이 행복하게 해주지만, 나쁠 때는 매우 우울하게 된다. 관계의 혼란이 내면적인 혼란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러므로 관계 속에서 다른 사람들과 원만히 지내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 그래야 삶의 질 전반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관계가 갖는 융통성을 잘 이해하면 불유쾌한 상호작용이 참을 만한 것으로, 심지어는 흥미로운 것으로도 변화될 수 있다. 타인들을 소중한 대상으로 여기고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주위의 사람들을 가장 풍부한 행복의 원천으로 여기라는 연세대 서은국 심리학 교수의 충고는 귀담아들을 만 하다.

 

“행복의 절대적 원천은 타인과의 관계라는 것이다. 세상 모든 것을 가졌어도 사랑하는 가족,친구, 연인이 없는 삶은 결코 행복할 수 없다. 돈, 권력, 명예는 타인의 인정과 사랑을 얻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 수단들을 과도하게 추구하여 정작 타인과 벽을 쌓게 되는 모순을 범하며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