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우리 베이비붐 세대는 부모 세대와는 완전히 다른 상황에 놓여 있다. 조부모 세대는 수명이 짧아 부모 세대의 부양의무는 길지 않았다. 그러나 수명이 늘어나면서 우리의 부모세대의 생존 가능성은 훨씬 높아졌다. 또한 부모 세대는 공적연금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국민연금제도가 1988년에야 도입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우리 베이비붐 세대에게 부모의 생활비 지원 등은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온 현실의 문제가 되고 있다.

자녀에 대한 지원도 계속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일부 교육비 부담이 남아 있고, 졸업을 했더라도 저성장으로 인해 성인된 자녀들의 취업과 독립이 늦어짐에 따라 부양 부담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 더구나 부모의 의료비와 간병 비용도 추가되고 있다. 이미 퇴직하였거나 재취업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지금까지는 모아놓은 돈으로 버티지만 이러한 더블 케어 상태가 지속되면 통장 잔고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노후 생활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자녀 부양

청년실업이 장기화되면서 지원할 일과 기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대부분 소득이 줄거나 중단된 상태라서 평균 80만원이 넘는 부양비용은 웬만한 소득자라도 부담스럽다. 더구나 문제는 지원을 계속해도 좋은 직장에 들어갈지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무작정 지원할 수는 없다. 자녀와 협의하여 지원금액과 기간을 명확히 정해 놓는 것이 필요하다. 독립시기에 대해서도 부부가 미리 협의하여 자녀에게 예고하여야 한다. 이는 자녀의 경제적 독립을 위해서 필요하다. 취업한 자녀에게는 생활비를 받는다. 자녀들도 가계 사정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하며. 자기 소득에서 필요경비 정도는 부담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부모로서 교육비 지원은 불가피하다고 하더라도 결혼자금은 스스로 마련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그럼에도 일부 지원을 생각하고 있다면, 미리 부부가 협의하여 지원 한도를 정하고 알려 주어야 한다. 그래야 자녀도 사전에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리한 지원은 경제적으로 매우 궁핍한 노후를 보내야 하기 때문에 최소 노후생활비는 남겨 두어야 한다. 연금과 자산 등에서 생활비와 의료비, 간병 비용 정도는 충당되는지 따져보고, 남는 금액 한도 내에서 지원을 생각해야 한다.

 

 

부모 봉양

먼저 부모의 생활비 규모와 조달 방법 등에 대해 파악한다. 모자라는 생활비는 결국 본인 이나 형제자매가 십시일반 모아서 드려야 하기 때문이다. 부모가 별다른 소득이 없고 자산도 적다면 우선 기초연금 수급 대상이 되는지 확인해 본다. 법적, 제도적인 측면에서 해당 여부와 지원 내용 등에 대한 구체적인 점검과 확인이 필요하다.

부모가 주택이나 농지를 보유하고 있다면 주택연금 혹은 농지연금으로 활용하여 월 생활비에 충당할 수 있다. 부모 보유재산의 활용에 대해서 미리 협의해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좋다. 사전에 해당 주택 혹은 농지를 상속받지 않기로 자녀 간에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후에 지급금액이 매각금액보다 큰 경우에도 부족액을 자녀들에게 청구하지 않고, 매각금액이 지급금액 보다 큰 경우에는 상속을 받게 된다. 내년부터 전세 준 집도 주택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개선된다.

부모의 생활비보다 부담되는 것은 의료비와 간병 비용이다. 최근 건강보험 구조개편에 따라 부모의 피부양자 자격이 상실되고 건강보험료 부담이 증가하였다면 부모의 소득과 재산요건을 확인하고 구체적인 비부양자 자격 회복 방안 등을 모색하여야 한다.

부모님이 치매에 걸릴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이 치매환자이다. 우선 활용해야 하는 것은 건강보험공단에서 운영하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이다. 2018년 하반기부터 정책이 변경되어 장기요양등급판정을 받아서 대상수급자로 지정되면 국가에서 80% 지원해 주고 20%만 본인이 부담하면 된다.

부모의 민간보험 가입 여부를 파악한다. 나이가 들수록 간병비가 늘어나는 점을 고려하면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 부모 명의의 보장성 보험 가입 여부와 보장내용 등을 미리 확인해 본다. 혹시 기억나지 않는다면 금융소비자 정보포털 '파인(http://fine.fss.or.kr) - ‘내 보험 찾아줌’ 서비스를 통해 알 수 있다.

살다보면 부모가 암 등의 치명적인 질병에 걸려 회복이 어려울 수도 있다. 어느 순간 연명치료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먼저 본인이 몹시 고통스럽다. 이 시기엔 가족과 함께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일들을 하는 것이 더욱 의미가 클 수 있다. 가능하면 부모님이 아직 건강할 때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유언장 등을 미리 준비할 수 있으면 좋겠다.

 

 

 

급격한 수명의 증가는 세대별로 노후준비의 개념을 바꾸고 있다. 소득과 자산은 한정되어 있는 데 자녀 지원에 다 써버리면 우리의 노후생활은 궁핍할 수밖에 없다. 합리적인 지원과 대응이 필요하다. 또한 부모 부양에 대해서도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족, 형제들과의 협의를 통한 균형점을 찾아서 갈등을 미리 예방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지금 베이비붐 세대에게 필요한 것은 수명을 비롯한 인구 구조적 변화를 수용하고 이를 자신의 상황에 맞춰 준비하는 것이다. 앞으로는 누구를 도와주고 도움을 받기는 더욱 어려울 것 같다. 어느 때보다 준비가 미흡한 부분은 세대별로 미리 준비하고 대비 하여야 한다.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하는 세대별 독립경제를 지향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