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한 권의 책과 같다.

어리석은 이는 그것을 마구 넘겨 버리지만, 현명한 이는 열심히 읽는다.

인생은 단 한 번만 읽을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장 파울, 독일 소설가)

 

 

창업

시니어 창업이 뜨거운 단어다. 청년창업 정도는 아니지만, 시니어 일자리 대안으로 많은 관심과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기도 하다. 정직하게 생각해 보면 창업이 시니어 일자리의 대안이라는 점은 확실하지는 않다. 새로운 사업을 통해 일자리가 창출되는 것은 맞지만 사업으로서 가능성과 현실성을 갖추는 것이 먼저이다. 그래서 시니어창업의 가능성에 대한 상세한 검토가 필요하다. 단지 열정만으로 사업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나이가 창업의 제약요인은 아니지만, 창업자의 역량과 사업에 요구되는 여러 가지 필요조건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이 필요한 이유이다. 

시니어 창업은 두 가지 요건이 필요한 사안이다. 

-사업자체의 요건

-시니어의 기업가적 역량

 

사업자체의 요건을 길게 설명하지는 않겠다. 사회적 수요를 만들 수 있고 분명한 고객가치가 있을 때 사업이 만들어진다는 점만을 강조하겠다. 시니어의 기업가적 역량은 다음 질문에 대한 대답을 말한다.

-열정을 갖고 사업을 계속할만한 의지가 있는가?

-사업에 필요한 지식과 전문성, 역량을 갖추고 있는가?

-실패의 위험에 대한 대비가 되어 있는가? 혹은 대비를 하는 전략과 준비가 있는가?

 

 

시니어창업이라고 해서 청년창업에 비해 더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은 편견이다. 청년만큼 체력과 열정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선입견일 뿐 사실이 아니다. 반면에 시니어가 가진 우위요인으로서 시니어의 지식과 전문성을 내세우는데 이것도 청년보다 나을 이유는 없다. 전문성이란 그 자체가 중요하기 보다는 사업에 따라 어떤 전문성이 필요한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치킨 집을 하는데 시니어 기업가가 청년 기업가에 비해 낮다거나 뛰어나다고 말할 수 있는 근거란 없다.  

 

그런데, 시니어가 기업가적 역량에서 특별히 다른 점은 있다. 그것은 시니어가 가진 지식과 자원이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먼저 어느 정도의 자금력은 사업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안일함과 낙관적 기대를 유도하기도 한다. 아울러 인적네트워크, 과거 성공의 경험이 그런 유인이 되기도 한다. 정년퇴직을 하고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어려움을 겪은 사람이 많다는 사실은 이러한 원인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점을 입증한다. 성공의 경험, 오랜 사회경험이 자신감을 주는 것은 좋지만 사업에 따른 기회와 위험에 오판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것이 시니어에게는 창업의 계곡이다. 

 

즉, 과거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하는 창업은 위험이 높다고 말할 수 있다. 창업은 전혀 새로운 영역이다. 만일 시니어가 창업 경험이 없다면 시니어는 사업에서는 철저하게 주니어다. 조직에서 아무리 높은 지위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창업가의 일은 조직 구성원으로서 했던 역할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기술기반 창업에는 다른 맥락이 있다. 가치가 있는 기술역량, 혹은 기술 활용 역량이 있다면 이를 바탕으로 창업을 하는 것은 가능성이 있다. 시장에 가치가 있는 상품을 제공할 수 있는 기술력은 사업성공에 중요한 자산이 되기 때문이다. 시니어창업이 활발한 미국 사례를 보면 대체로 성공한 시니어기업가는 기술역량을 기반으로 창업한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나에게 뛰어난 상품을 만들 수 있는 기술자원이 있는가를 물어볼 필요가 있다. 만일 그렇다면 창업을 통한 성공가능성은 적지  않다. 

 

 

결론적으로 시니어 창업은 매우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영역이다. 창업 실패의 가능성이 시니어라고 해서 큰 것이 아니다. 다만, 기업가적 역량이라는 관점에서 시니어가 갖춘 경험과 전문성에 대한 판단을 객관적으로 철저하게 해야 한다. 시니어창업 사례에서  실패가 많은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사업 성공의 핵심요소인 기업가적 역량에서 판단 미스가 있었기 때문이다. 창업은 역할이 아니라 경영과 사업이라는 두 가지 역량에서 뛰어나야만 한다.

 

백종원의 골목상권살리기 프로그램을 보면 많은 자영업자들-상당수 주인공들은 중년을 넘어 선 사람들이다-이 그들의 의지에 비해 왜 결과를 못 내는가를 잘 말해준다. 그 업에 맞는, 그 사업에 맞는 역량이란 그것이 떡볶이이든, 이탈리안 고급요리든 수준이 다르지 않다. 다만 시장 규모가 다를 뿐이다. 사업은 그 상품을 원하는 고객들을 만족시켜야 하고, 최고를 원한다면 그 분야에서 탁월해야 하는 것이다. 

 

창업은 새로운 것이다. 기업가가 새롭지 않다면 그 업은 새롭지 않다. 창업의 위험을 과장할 필요는 없지만 결코 창업이 만만치 않다는 점을 항상 기억해야 하는 이유이다. 

 

길은 만들어진다.

 

현재의 경제상황도 그렇고, 상당한 기간 동안 일자리는 고도 성장기처럼 풍부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또한 질적인 차원에서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요구하는 전환이 이어질 것이다.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일자리는 점점 더 없어지고 있고, 기존 일자리에서도 큰 변환이 이어지고 있다. 이제 숙련에 담긴 의미는 달라졌고, 일자리에서 기여해야 하는 가치도 달라지고 있다. 이런 흐름은 과히 단절이라고 할 만하다. 단절은 상당한 혼란과 함께 높은 적응력을 요구한다. 시니어에게 이런 요구는 상당이 어려운 요구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일을 원한다면 고집이 아니라 자격을 갖춰야 한다. 그리고 현실적인 판단, 실제적인 노력을 해야만 한다.

 

 

첫째, 취직(이직을 포함)을 통한 일자리 확보 가능성은 낮다. 새로운 기술과 기여를 할 수 있는 역량을 계발하는 것이 선결조건이다. 내가 축적한 지식과 경험이 자격을 가질 수 있고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영역을 찾아야 한다. 기업영역보다 사회영역은 가능성이 높다. 민간 기업만이 아니라 사회단체,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지역자원봉사단체 등을 찾아보라.  

 

둘째, 창직을 통한 일자리 확보는 잠재력이 높은 경로이다. 지금 시니어가 갖춘 지식과 기술을 시장성 있는 가치로 전환할 수 있다면 가능한 방안이다. 아직까지는 문화예술분야에서 시도되고 있지만, 과거의 고정적인 임금근로자로서의 자세를 바꿀 수 있다면 시니어에게 가능성이 있는 옵션이다. 사회흐름과 수요를 이해하고, 자신의 전문성을 통해 충족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셋째, 창업은 진입장벽은 낮지만 가장 어려운 영역이다. 창업은 기업가+경영자로서의 두 가지 역량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반면, 창업은 보다 큰 시장을 겨냥하기 때문에 결실이 크다. 시니어가 사업에 대한 전문성과 기업가적 역량을 갖추는 준비를 잘 하는 것이 선결요건이다. 이런 준비를 생각할 때, 시니어는 시간에 대한 압박, 현재까지 축적해 온 자산 상실의 위험을 더욱 크게 생각한다. 그래서 창업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그렇지만 사업성공의 위험은 시니어라고 해서 더 큰 것은 아니다. 자신의 전문성과 기업가적 역량을 숙고하고 필요한 요건을 갖출 준비를 할 수 있다면 도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중장년창업, 시니어기술창업 등 고용노동부, 중소기업청, 창업진흥원 에서 시니어창업을 지원하는 정책이  확대되고 있다.   

  

어떤 방법이라도 일자리는 그 일자리가 제고하는 가치가 있고, 그 일을 할 수 있는 역량이 있을 때 결과를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시니어 일자리는 시니어의 근로역량을 높이고 전환하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분명한 것은 나이가 역량의 한계를 전적으로 규정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또한 과거의 지식과 기술은 오래 담근 술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과거의 지식과 기술은 현재 필요한 일자리에 맞춰 새롭게 활용되어야 하며 상당한 부분에서는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습득해야 한다. 

 

그래서 매우 까다롭고 어렵지만 이렇게 이야기 할 수 있다. 느리지만 일을 통해 가치를 만들 수 있는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고 취직, 창직, 창업의 기회를 추구해야 하지 않을까? 

 

나는 정부 정책으로 단기적 일자리에 시니어를 배치하는 방식은 그래서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차라리 학습훈련을 할 수 있는 지원이 효과적이다. 정부가 길도 제시하고 그 길을 여행하는 버스까지 줄 수는 없다. 단지, 길을 만들 수 있는 곡괭이를 쥐어 주면 좋겠다. 그 곡괭이는 시니어가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