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한 권의 책과 같다.

어리석은 이는 그것을 마구 넘겨 버리지만, 현명한 이는 열심히 읽는다.

인생은 단 한 번만 읽을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장 파울, 독일 소설가)

 

시니어와 일

시니어에게 일은 어떤 의미일까?  산업시대의 관념은 일정기간 일하고 노후에는 안락한 여가와 휴식을 누리는 것이 대다수가 원하는 바람직한 삶의 모델이었다. 행복한 은퇴를 꿈꾸며 열심히 일한다는 생각도 자연스러운 생각이었다. 

 

이제 시니어와 은퇴를 연결하는 관념은 낡은 것이 되었다. 나이와 무관하게 일은 보람과 지위를 얻는 중요한 삶의 영역으로 계속 일하고 싶어 하는 시니어는 많다. 또한 경제적 현실도 있다. 행복한 노후를 즐기기 위해 충분한 자산을 축적한 시니어는 많지 않다. 노동을 통해 생계를 꾸리길 원하는 시니어는 적지 않으며 또한 증가하고 있다. 그래서 시니어에게는 일자리가 필요하다. 

 

 

시니어에게 일이 갖는 의미는 청년에게 의미하는 것과는 다를까? 의미가 다를 이유가 있을까? 일은 생계수단이면서 노동을 통한 보람과 지위를 얻는 중요한 수단이다. 특별히 시니어라고 해서 다른 의미를 가져야 할 이유는 없다. 

 

다만, 일자리는 개인적 특성-자격, 역량-과 함께 사회경제적 상황에 영향을 받는다. 또한 산업 변화에 따라 일자리는 변화를 겪게 마련으로 동일한 기회와 접근성이 주어지지는 않는다. 시니어에게 매우 제한된 일자리가 주어지는 상황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렇다면 일을 원하는 시니어는 어떻게 해야 할까? 몇 가지 접근방법을 생각해 본다.  이 생각은 정책적 고려에서가 아니라 일을 원하는 시니어가 스스로 기회를 찾고 만들어가는 실제적 방법으로서 의미가 있다.   

    

 

취직

어떤 조직에 소속되어 일을 하는 경로가 취직이다. 대부분의 시니어들이 기업을 포함한 여러 조직에서 일을 했을 것이다.  시니어가 갖춘 경험과 전문성을 통해 조직에서 특정한 역할을 수행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시니어가 취직을 통해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은 매우 적다. 4차 산업혁명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일자리는 경제적 수요와 산업 변화에 따라 정해지는 것으로 시니어가 과거에 쌓아 온 지식과 역량으로 자격을 갖추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더구나 전체 일자리 규모가 축소되는 최근의 흐름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탁월한 경영사상가이자 미래학자이기도 한 피터 드러커는 1960년대에 선진사회에서 노령인구의 증가와 이에 따른 사회적 문제가 심각해 질 것을 이미 말한 바 있지만, 2000년 들어 그의 경고는 이미 현실이 되었다. 

 

일자리는 그것이 무엇이든 사람들이 원하는 가치를 효율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영구히 필요한 일이란 없으며, 사회변화와 경제구조가 변화되면서 부침을 겪을 수밖에 없다. 내가 가진 지식과 전문성이란 창출할 수 있는 가치에 따라 가격이 매겨지고 필요가 정해진다.    

 

 

그렇지만 이런 흐름이 시니어의 지식과 역량으로 공헌할 수 있는 일자리가 전혀 없다는 뜻은 아니다. 기업영역에서는 이 말은 맞다. 지식사회, 지식경제인 현대사회에서 시니어가 과거의 경력을 통해 갖춘 지식과 역량으로 좋은 일자리를 찾아 제대로 일하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눈을 넓혀보면 사회영역에는 가능성이 있다. 

 

-사회적 경제

-비영리단체

-대학, 병원, 종교단체 등 

 

전체 사회를 둘러보면 나이 많은 사람들이 큰 소리치고 역할을 어느 정도 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 정치, 대학, 종교, 문화예술, 시민사회 등.

 

사회영역은 과거의 지식과 경험이 축적될수록 가치를 가질 수 있는 영역이다. 물론, 새로운 변화와 갱신에 막혀 있다면 문제가 되기도 한다. 시니어에게는 젊은 세대가 갖추지 못한 자산이 있다: 지식, 성공과 실패의 경험, 네트워크, 자원정보 등. 이 자산이 사회영역에서 가치 있게 활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역사회 시민단체는 자원 확보를 위한 다양한 네트워크를 필요로 하고, 한정된 자원으로 사업을 수행해야 하는 제약이 있다. 경험을 갖춘 시니어의 리더십과 전문성, 네트워크 자산은 이곳에서 가치를 만들 수 있다. 기업에서 재무관리임원으로 일했던 필자의 친구는 작은 사회적 기업에서 비상임이사로 일하면서 사회적기업의 마케팅에 대해 전문적인 조언을 하는 일을 하고 있다. 정년퇴직을 한 어떤 사람은 자신의 지식을 활용해서 시민을 교육하는 단체에서 일하고 있다. 사회영역은 많은 변화가 있는 가운데 많은 사람의 역할이 필요한 영역이다. 정부가 모든 것을 책임지는 것은 불가능하고, 복잡하고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란 점점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사회적 문제나 사회적 수요가 사회영역에서 다루어지고 해결되어야 한다. 그래서 시니어의 자산을 제대로 활용하는 것인 개인에게나 사회 전체적으로나 가치가 있다.   

 

최근 사회적 경제영역에서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이 활발하게 만들어지고 있으며, 다양한 전문성과 경험을 필요로 하고 있다. 시니어의 지식과 경험은 매우 의미 있게 활용될 수 있다. 일자리는 민간 기업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회영역은 점점 더 많은 역할이 요구되는 영역으로 시니어에게는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통해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꼭 기업에만 일자리를 찾을 필요는 없다. 만일 기업에서 일하기를 원한다면 새로운 일자리가 필요한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전문성을 갖추려는 노력이 의미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필요한 전문성을 이미 갖춘 젊은 세대가 많기에 시니어가 기회를 찾을 가능성은 적다. 한편으로 사회영역의 단체와 시니어를 연결하는 프로그램은 많이 있으며, 점차 늘어나는 추세이다. 눈을 넓혀 다양한 사회영역의 흐름과 기회를 찾는 노력을 제안한다.  

 

 

창직

시니어가 자신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직접 만드는 것이 창직이다. 창직은 아직은 문화예술분야를 중심으로 시도되고 있지만 점차 늘어나고 있다. 숲해설사, 둘레길안내사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물론 창직이란 단어가 주는 느낌에 비해 실현이 쉬운 것은 아니다. 제한된 수요를 발굴해야 하는 일이고, 일자리로서 꾸준한 가치를 제공하기 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직업은 큰 변화를 겪어 왔다. 

: 타이프라이터> 키펀처> 컴퓨터오퍼레이터> 데이터분석가 >????

사회적 수요가 직업을 만들고, 그 수요의 변화에 따라 직업이 변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사회적 수요를 먼저 파악하고, 자신의 전문성으로 수요를 확보할 수 있다면 창직은 가능성을 얻을 수 있다. 

 

전망해 보자. 시니어의 전문성과 사회적 수요가 결합해서 직접 직업을 만드는 것의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창직 가능성이 높은 해외직업(미디어기사 참조요약)

시니어전화안부상담사

트리클라이밍지도사

장애인여행코디네이터

시니어여가생활매니저

유휴공간활용컨설턴트

창작에이전트

스포츠영상전문가

홈스클코디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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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직은 1인기업가로 일을 통한 가치를 자신이 정의하고 만들고 제공하는 것이다. 창직은 아주 큰 수요가 아니라 매우 적은 수요에 대응해서 그 수요를 충족하는 나만의 상품을 제공하는 일이기도 하다. 따라서 자신의 지식과 전문성이 어떤 것인지를 먼저 이해하고,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수요로서 채워지지 않는 빈틈을 이해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새로운 직업을 보면 고령화, 개인화라는 사회흐름과 연관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미래사회는 이전의 대량생산-대량소비사회에서 개별화된 수요에 맞춘 개별화된 생산으로 바뀌고 있다. 필자도 책제본사, 종이예술강사, 1인글쓰기강사로 일하는 사람들을 알고 있다. 이들은 자신만의 전문성을 통해 매우 고유한 일을 스스로 만들어서 하고 있다. 아직은 눈에 띄지 않지만 창직은 하나의 흐름으로 만들어 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