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라고 하면 왠지 강압적이거나 싫어도 해야 하는 의무감에 사로잡힌다. 그건 우리가 해온 학습 방법에서 심적인 부담을 받았기 때문이다. 일상생활을 하거나 직장을 다니면서 한가한 시간을 이용해 배우는 것, 그동안 어려운 환경으로 인해 중단하고 멈췄던 것을 다시 시작하는 것은 공부와 좀 다르다고 본다.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것이고, 스스로 선택함으로 기쁨과 활력소를 준다. 그래서 공부라고 하기보다는 ‘배움’이라고 말하고 싶다. 잠시 멈췄던 배움을 시작하는 여가생활은 삶의 질을 끌어올린다. 또한 배움은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본다.

 

이 시대는 평생교육의 시대요. 삶의 여유를 누리는 시대다. 더구나 중년 이후에는 좀 더 배우고픈 욕구가 생겨난다. 그런 욕구를 위하여 배움의 장은 어디나 열려있다. 평생교육원이나 학원도 배움의 공간으로 충분하다. 다양한 분야의 수업이 개설되어서 있어서 쉽게 접할 수 있다. 또한 직장을 다니면서 영상 매체인 인터넷 강의로 좀 더 알고픈 지식을 깊이 있게 배울 수 있다. 영상 매체인 온라인 강의 위주로 진행되는 사이버 대학들이 많다. 방송통신대학도 있다. 대학마다 커리큘럼이 다양해 잘 알아보고 자신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한다면, 다소 지쳐갈 중년에 도전으로 인해 열정이 생겨난다. 시험이야 오프라인에서 보지만, 주로 온라인 수업이기 때문에 일상생활이나 직장 생활과 무리 없이 병행할 수 있어 좋다. 온라인 배움이 좋은 점을 나름대로 정리해 본다.

 

 

첫째는 강의를 통하여 자격증을 딸 수 있다. 요즘은 자격증의 시대다. 다니던 직장을 퇴임했을 때를 대비해서 배워 놓으면 좋다. 새로운 분야에서 취업하려면 그 분야에 대한 자격증을 요구하는 곳이 많다.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갖거나 봉사하기 위해서도 자격증은 하나의 명함이다. 새로운 자격증을 따기 위해 도전하는 분들을 만나면 미래지향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가 중 취득한 자격증이 언젠가는 효도한다.

 

둘째는 경제적으로 부담이 적어 좋다. 일반 대학보다 아주 저렴한 수업료로 학문의 깊이를 알 수 있으며, 장학금 제도가 있어 성실하다면 경제적 문제에서 해방될 수 있다. 다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인내심이 꼭 필요하다.

 

셋째로 다양한 학우들을 만날 수 있다. 20년 이상 차이가 난다고 해도 같은 학생이다. 세미나와 스터디 룸을 통하여 서로의 삶을 나눈다. 오프라인 모임이나 동아리 활동 등 다양한 오프라인 모임으로 서로 소통하고 공유한다. 서로 포기하지 않도록 격려를 해주고 어려운 과제를 토론하고 공유하기 때문에 외롭지가 않다.

 

 

이 나이에 무슨 배움이냐며 도전하기 전에 자포자기(自暴自棄)하는 경우가 있다. 사랑에 국경이 없듯이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 얼마 전에 이탈리아에서 최고령 졸업생이 나왔다. 올해 97세 주세페 파테르노 옹의 이야기다. 시칠리아 팔레르모대학에서 역사 철학 학사 학위를 받았다는 연합뉴스 기사를 보면서, 배움은 나이를 초월한다는 걸 다시 실감하게 되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923년생인 파테르노는 가난 탓에 학업을 포기하고 일찍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그는 호텔 벨 보이와 양조장 직원으로 일하며 가족 생계를 책임졌다. 31세에 측량사를 배출하는 실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한다. 그 후 해군에 입대해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뒤 이탈리아 국립철도회사에 정규직으로 취업해 정년까지 일했다. 어릴 때부터 독서광이었던 파테르노는 퇴임 후에도 책을 놓지 않았다. 역사에 관심이 많아 “지금이 아니면 절대 기회는 없다”라는 생각에 대학에서 역사학을 공부했다. 손자 또래의 학생들과 함께한 끝에 졸업했다는 기사였다.

 

파테르노는 퇴임 후 오로지 자신의 삶을 위해 살기 도전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늦깎이로 배움의 길을 향하는 만학도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그만큼 학문을 접할 수 있는 여건이 좋아졌다. 생활의 어려움으로 학업을 중단하였다가 뒤늦게 시작하는 분의 감동적 이야기가 들리면 저절로 고개 숙여진다. 다른 학문에 호기심이 생겨 도전 하는 사람들도, 전공에 대해 깊이 알고 싶어 배움에 빠진 분들은 시간을 거꾸로 보내는 것이다.

공자는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고 했다. 배우고 때때로 그것을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않은가? 정말 그렇다. 우리는 평생 배운다고 하지 않았는가? 여가로서의 배움은 기쁨이 덤으로 온다. 그건 신선한 도전이다. 도전하는 삶의 미래는 생기가 넘친다. 중년으로 접어들면 세월이 훌쩍 달아난다고 말한다. 여가를 배움에 투자한다면 세월을 거꾸로 돌린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