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한 가수의 이 노랫말처럼 인생은 고해라고 했던가. 살면서 겪는 수많은 크고 작은 고통 가운데에 사람들과의 갈등과 다툼이 있다. 특히 가족 간 불화는 우리들의 삶을 더 버겁게 한다. 요즈음은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하루 종일 집에서 함께 지내다보니 가족 간의 갈등이 많이 늘어났다고 한다. 물론 가족이 함께 있음으로 더 화목해져 행복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대체로 들려오는 것은 가족 간 갈등으로 인해 힘들다는 목소리다.

 

“하루 종일 집에 있어야 하는 아이들이 게임이나 핸드폰을 계속 하려 합니다. 못하게 할 때는 서로 마음이 상하고 정말 힘이 듭니다. 심심해진 아이들은 자꾸 무언가를 요구해서 말리는 것도 한계가 있어요.”

“집에만 있어야 하니 삼시세끼 밥을 차려주고 식구들의 뒤치다꺼리를 해야 하니 스트레스가 쌓이고 사소한 일에도 다투게 돼요.

“아빠 엄마의 말은 이해가 되지만 자꾸 하시니 잔소리로 들려서 짜증이 나고 화를 내게 됩니다.”

 

 

‘같이 또 따로’

한 가족이라 해도 생활방식과 취향이 각각 다르다. 자고 일어나는 시간, 좋아하는 음식 등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이 다 다르다. 그런 식구들이 하나의 공간에서 장시간 동안 어쩔 수 없이 함께 지내야 하는 것은 매우 불편하고 힘든 일이다. 제한된 공간에서 온종일 같이 생활을 하게 되면 그렇지 않았을 때보다 행동이 격해지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수면 아래에 가라앉아있던 문제가 드러나면서 서로 마음이 상하고 예민해져 심각한 다툼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통상 사람에게는 타인에게 간섭을 받고 싶지 않은 공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최소한의 개인 공간이 확보되지 않으면 사회적 병리현상 등 문제의 발생이 배로 증가한다는 의견이 있다. 서로의 관계가 좋고 나쁨을 떠나 가정 내에서도 개개인의 최소한의 공간이 확보되지 않으면 부부간, 부모 자식 간의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그러니 좁은 공간이라 할지라도 개인만의 공간을 확보해주는 것이 갈등의 발생을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그것이 어려우면 서로 쓸데없는 간섭을 줄이거나 필요이상으로 다가가지 않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함께 하면서도 따로 지낼 수 있는 이른바 ‘같이 또 따로’, 혹은 ‘따로 또 같이’의 조화가 필요할 때이다.

 

혀를 지키라

‘좋은 날 보기를 원하는 자는 혀를 지키라.’고 했다. 작은 세치의 혀가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머릿속으로는 온갖 생각과 말이 난무하지만 그것을 혀로 잘 내보내는 일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화가 치밀어오를 때에는 앞뒤 가리지 않고 걸러지지 않은 거친 말을 마구 쏟아내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서로 간에 상처가 생긴다. 상처를 남기는 것이 목적은 아니었는데도 말이다. 특히 인간관계에서 가장 상처를 주고받기 쉬운 관계가 가족이다.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이 말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화를 낼 것인가, 말 것인가. 늘 화를 낼 수도 없고 늘 참을 수도 없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니 얻고 잃는 것을 잘 계산하여 지혜롭게 행동할 필요가 있다. 내가 화를 내는 것이 나나 상대에게 도움이 되는 쪽이라면 적절히 화를 내서 풀자. 그러나 분을 표출하는 것이 결국 모두에게 손해가 된다면 화를 참자. 물론 분이 난 상태에서 이것을 차분하게 이성적으로 판단하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그리 하려고 애쓰는 것이 좋겠다.

긴장하고 흥분이 되었을 때는 천천히 큰 호흡을 하면서 ‘하나, 둘 ...’ 하고 다섯을 세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한다. 나는 화가 났을 때 크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면서 자신에게 이렇게 말하면 도움이 되었다. ‘너 지금 화가 많이 났구나. 화가 난 건 알겠는데 좀 가라앉히는 게 좋겠어. 이 경우에는 화를 내봤자 너나 상대에게 모두 손해야, 이 바보야.’

 

세상의 일은 모두 좋거나 모두 나쁜 것은 없다. 태풍은 많은 것을 휩쓸어가고 인명피해를 주기도 하지만, 강수량을 채워 가뭄에 도움을 주고 전 지구적으로는 지구온도의 균형을 유지시키는 역할도 한다. 그리고 비가 내린 후에 땅이 더 단단해진다고 했다. 가족 간의 갈등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성숙한 가족은 하루아침에, 그리고 거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어쩔 수 없이 아픔과 고통을 함께 겪고 이겨내는 수밖에 없다. 어려움과 갈등을 잘 이겨내면 전보다 더 건강한 가족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 물론 재기하기 힘들 정도의 큰 태풍이 아니기를 바라 듯, 가족을 뿌리째 흔들리게 하는 다툼과 갈등은 없어야 하겠지만, 슬기롭게 내 입안의 혀를 잘 다스려서 불거진 갈등이 복이 되도록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