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후반기를 충실히 보내기 위해서는 지적 생활이 필요한데, 이것은 결코 지식의 축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는' 것이야 말로 바람직한 '지(知)'라고 할 수 있다.

젊은 시절의 사고력과는 또 다른, 인생의 후반기에도 새로운 창조력을 계발할 수 있는데 이것이 인생 후반기를 결실 있게 만드는 '싱싱한 지성'이다.

(도야마 시케히코, 일본, 작가)

 

젊음의 의미

세상에는 두 종류의 작가가 있다고 한다. 하나는 작가를 꿈꾸는 사람이고, 다른 하나는 실제로 출판한 작가다. 젊음에 대한 태도에도 두 부류의 사람이 있는 듯싶다. 젊음을 원하고 꿈꾸는 사람과 젊음을 찾기 위해 무엇인가라도 하는 사람. 여러분은 어떤 부류에 속하는가?   그런데 진짜로 중요한 문제는 따로 있다. 바로 어떻게 젊음을 얻으려고 하는가라는 질문이다. 

 

70세가 넘은 어떤 분이 젊은이 못지않은 근육을 자랑하는 것을 TV에서 본 적이 있다. 운동을 해 본 사람은 이해한다. 그 근육을 얻기 위해 얼마나 고된 시간을 거쳤는지를. 그 사람의 얼굴에 넘치는 자신감은 생생했다. 자신의 몸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존경할 만 하다. 좋은 글을 쓰는 것은 건강함이라고 믿고 매일 마라톤을 하는 일본의 무라까미 하루키도 있지 않은가?

 

그런데, 이것만일까? 필자는 또 다른, 어쩌면 더욱 중요한 젊음의 원천에 대해 말하고 싶다. 그것은 ‘정신적 활력’이다. 정신적 활력은 호기심과 열정을 자주 느끼고, 그 호기심과 열정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찾는 힘이다. 곧 인생에서 새로운 창작을 해 나가는 충분한 에너지를 의미한다. 문화예술계에는 노년을 넘어서도 새로운 창작을 했던 사례가 드물지 않다. 

 

오페라의 거장 베르디는 80세가 넘어 그전까지는 시도해보지 않았던 <팔스타프>라는 오페라를 만들었고, 경영학의 아버지라고 인정받는 피터 드러커는 평생 39권의 책을 저술했다. 또한 전설적인 투자자로 인정받는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투자에 관한 13권의 책을 저술했는데, 마지막 책은 그가 90세가 넘어 저술한 책이다. 

 

'문화예술계야 그런 천재들이 있지만 나는 평범한 사람이야'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에게서는 이미 활력이 떨어지는 징조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이런 인물들에게는 범인을 넘어서는 천재성이 있다. 그런데 천재 또한 자신의 삶에 대한 열정과 새로움에 대한 호기심이 없다면 결코 새로운 것을 창작하지 못한다. 이들보다 뛰어난 천재성을 가지고 있었고 젊은 시절에 위대한 업적을 달성했던 사람들이 나이가 들어 사라져 간 사례는 차고도 넘치지 않는가? 결국 호기심과 열정이 이끄는 활력, 곧 젊은 정신에 대한 태도와 노력이 그들의 삶을 다르게 만든 것이다. 천재를 포함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가 나이 들어서도 무엇인가를 하고 싶은가? 에 대해 진지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에 이들이 특별해 보일 뿐이다.

 

 

"나는 지금 젊음을 원하는가?"를 묻는다면 육체적 활력과 함께 정신적 활력을 질문하기 바란다. 

-최근 1년 동안에 내가 새롭게 알게 된 것, 배운 것은 무엇인가?

-최근 1년 동안에 내가 새롭게 만난 사람들은 누구인가?

-나는 지금 내가 경험하는 것에 충분히 만족하고 있는가?  

    

젊음은 ~ing

최근 실버타운이 많이 생기고 있다. 노년의 한 시기를 편안하게 조력을 받으면서 살아가고 싶어 하는 동기는 자연스럽다. 그런데 실버타운에 대해 흥미로운 논쟁이 있다. 한 편은 자신과 비슷한 연령대 사람들이 모여 함께 황혼을 보내면서 지내는 것은 행복하다고 말하고, 다른 한 편은 늙어가는 사람들만 만나면서 사는 것은 오히려 활력을 떨어뜨린다고 주장한다. 두 가지 의견에는 나름대로 근거가 있다. 필자는 이 논쟁을 보면서 노년기에 누구와 삶을 지내는가 하는 문제를 새롭게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문제가 젊음의 문제와 밀접한 것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젊음을 희망하는 욕구는 노년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에서 출발하는 경향이 있다. 몸의 기력이 떨어지고 기억력이 떨어지며 시작보다는 종말을 향해가는 인생의 시기라는 생각 말이다. 어쨌든 바람직한 혹은 가장 화려한 인간의 상태는 젊음이고, 노년이란 이 젊음에서 멀어진다는 것, 그것도 어쩔 수 없이 멀어진다는 생각 말이다. 그런데 과연 이 생각은 올바른 것일까?

이런 생각을 바탕에 두게 되면 젊음은 늙음을 거스르는 것이다. 그래서 잃어버린 것을 다시 찾는다는 욕구로 연결된다. 늙음이란 자연스러운 것인데, 이 자연스러움을 거슬러야 하니 인위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운동을 해야 하고, 몸을 젊게 가꿔야 하고, 젊은이에게 뒤쳐지지 않기 위해 공부해야 하고, 등등. 결국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다른 생각도 있다. 젊음이 늙음의 거역이 아니라 노년다운 젊음. 혹은 항상 젊은 상태로서의 젊음은 아닐까라는 생각 말이다.

 

실버타운 논쟁으로 돌아가 보면 실버타운보다는 다른 세대의 사람들과 만나서 사는 삶이 좋다는 주장에는 이 생각이 바탕에 있다. 굳이 자신의 인간관계를 노년에 국한할 필요는 없으며 자유롭게 다른 세대의 사람들과 만나 함께 교제하고 살 때, 진정으로 활력 있는 삶을 산다는 것이다. 필자는 후자에 동의한다. 실버타운보다는 바깥의 삶이 더욱 충만한 인생을 얻을 기회를 준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작고한 도야마 시케히코라는 분이 있다. 이 분은 수십 권의 책을 출간한 지성인으로 일본에서 <지의 거인>이라고 불릴 정도로 존경을 받았던 분인데, 그가 뛰어난 지성을 유지했던 비결은 학습만이 아니었다. 그는 90이 넘어서도 두 개의 모임에 참여했는데, 두 모임 모두 나이와 상관없이 대화하고 토론하는 모임이었고, 하나는 세대가 다른 사람들이 참여하는 투자 클럽이었다. 그는 이 모임에 참여하는 경험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모임에서 골목대장의 기쁨을 누리자

내가 준비할 것은 의기양양하게 늘어놓을 수 있는 이야기의 소재이다.

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리가 있다는 데 기쁨을 느끼고, 이야기를 열심히 들어주는 동료를 보며 행복에 잠긴다.

이야기 상대가 옛 친구나 가족이었다면 이런 기쁨은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나를 놀리거나 또 그 이야기면서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을 뿐이기 때문이다.

인간관계에는 적당한 거리를 두면서도 친밀감과 경의를 품고 대해주는 그런 동료가 있다면

어디에서나 골목대장이 될 수 있다.

(도야마 시케히코 저, 김정환 역, 책베개, 2015년)

 

저자가 나이를 넘어 활력에 찬 삶을 살아 간 것은 대화할 수 있고, 교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만나는 사람들이 얼마나 나이를 먹었는가는 그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함께 얘기하고 교류할 무엇이 있으며, 그 안에서 삶이 계속되는 경험이 중요하다. 이 경험이 정신의 활력을 주는 것이다. 만일 젊어지는 비법이 있다면, 그것은 사람들과의 교제, 넓은 관계망을 통해 인생이 계속 진행되는 과정 속에 있는 것이 아닐까? 

 

젊음은 경험과 나눔이다

젊음에 대한 다양한 생각이 있지만 몸의 기력과 정신적 활력은 필수 요소다. 그런데 정신적 활력이 없는 몸이란 반쪽이 아닐까? 정신의 활력은 호기심과 열정을 필요로 한다. 마음 속 관심이 과거를 넘어 현재와 미래에 있고, 무엇인가를 새롭게 경험하려는 의지의 충만함에 있다. 이 지점에서 질문할지 모르겠다. “내 안에 활력이 그다지 없는데 어떻게 하느냐?”고 말이다. 나는 젊은 세대와의 열린 관계를 추천한다. 젊은 세대는 미래에 관심이 있고, 자신을 새롭게 하고 만들어가는 열정이 있다. 그 열정은 전염성이 있다. 비록 이성적으로 부족할 수 있는 판단과 열정에만 치우친 경솔함이 있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젊은이를 만나라. 대화하라. 그들의 고민과 관심을 경청하라. 젊은이들의 문화에 기꺼이 참여하라. 그 속에서 여러분의 경험과 지식을 나눌 기회가 있고 정신의 활력을 얻는 경험이 주어진다. 

 

두 가지 방법을 조언한다.

첫째, 멘토로 젊은 세대를 만나라.

젊은 세대는 배움을 원한다. 자신이 나갈 길에 놓여 있는 인생의 불확실함을 이겨내기를 원하고 지혜를 바란다. 시니어 세대에게는 지혜가 있다. 이들과 멘토로 만나 여러분의 소중한 경험과 인생의 지혜를 전달하라. '내 경험이 가치가 있는 것일까?'라고 걱정이 든다면, 이것은 당연하다. 어쩌면 젊은이들이 시니어 세대를 진정으로 원하는가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다. 필자도 2011년에 인생 처음으로 대학생 멘토링을 하면서 이 점을 고민했다. 지나고 보니 이 고민은 지나친 걱정이라는 점을 솔직하게 전달하고 싶다. 여러분이 먼저 한 경험-그것이 성공이든 실패이든 무엇이든지-을 진지하게 전달할 수 있다면, 젊은이들은 시니어세대와의 교류에서 가치 있는 경험을 하고, 또한 진지한 만남을 즐거워한다. 무엇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 대 인간으로서 삶에서 경험한 진실을 나누는 일은 서로 다른 시간대에 삶을 시작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다. 세상에는 수십 년을 넘어 서로 배우고 감정을 나누는 경험으로 인생을 풍요롭게 살아간 사람이 차고도 넘친다. 여러분의 삶이 지금 이곳에 있기 까지 여러분 자신만의 힘으로 이룬 것일까? 부모든, 스승이든, 혹은 선배이든 모든 사람은 앞선 사람으로부터 자극을 받고, 격려를 받고, 또 지혜를 얻어 삶을 살아온 것이 아닌가? 

젊은 세대를 만나 교제하는 경험을 여러분 인생의 한 페이지로 만들기를 조언한다. 한국장학재단의 대학생 멘토링, 창업진흥원 등 여러 공공기관에서 진행하는 스타트업멘토링. 대학교 자체적으로 하는 선후배 멘토링, 혹은 지역청소년센터에서 하는 멘토링 등 많은 채널이 있다. 

 

 

두 번째는 지역사회에서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하는 것이다. 무료식사 나눔이든, 청소나 돌봄서비스든, 공부방에서 청소년을 가르치는 것이든. 또는 교회 주일학교에서 교사로 참여하는 것이든 여러분의 지식과 관심, 노동을 나줘 줄 수 있는 많은 기회가 있다. 봉사는 나눔이다. 나눔은 일방이 아니라 쌍방 간에 이루어진다. 봉사활동에 오랜 기간 참여한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전하는 말은 내가 더 많은 것을 얻었다는 고백인데, 이 말은 진실에 가깝다. 함께 살아가는 삶을 경험하고 나로 인해 다른 사람의 삶에 조금이라도 빛이 주어지는 경험은 매우 소중한 경험이라는 말이 아닐까? 여러분이 살고 있는 지역사회에서 여러분이 참여할 수 있는 자원봉사의 기회를 기꺼이 찾기를 조언한다. 

젊음은 결국 보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마음이 자극 받고, 새로움을 얻고, 그 속에서 자신의 삶에 활력을 얻는 것이다. 그래서 움직여야 한다. 해바라기가 늘 태양을 향해 고개를 드는 것처럼, 언제나 새로운 경험을 찾아 몸과 마음을 움직여야 하지 않을까? 여러분은 최근 1년 동안 얼마나 많은 새로운 사람을 만났는가? 인생을 새롭게 하는 경이로움을 느꼈는가?

자원봉사도 좋고, 종교단체도 좋고, 관심사를 함께 공부하는 학습커뮤니티도 좋다. 삶을 다채로운 맥락에 놓기를 조언한다. 열정이란 언제나 어떤 대상에 대한 것이다. 그리고 숨겨진 열정은 오직 새로운 것을 만날 때 비로소 발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