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사무실 스토리] 협동조합 ‘청청’ 
–청소년과 청년의 꿈이 현실이 되는 라디오 스튜디오에 가다.

 

협동조합 '청청'의 곽수현 대표와 약속을 잡은 날. 불광역 4번 출구를 나와 그늘에 서 있는데 멀리서 활짝 웃으며 반가이 두 손을 흔드는 사람, 곽수현 대표였다.

마침 녹음이 있는 날이라며 반갑게 악수하고 라디오 스튜디오로 향했다. 스튜디오는 아담한 크기였다. 탁자 위에 2대의 컴퓨터와 마이크 등 방송에 필요한 장비들이

놓여 있었다. 파크라디오 오늘의 초대 손님은 루덴스키친의 유상모 대표. 목적은 취재를 위한 방문이지만 나도 덩달아 참여했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랄까? 

 

컴퓨터 앞에 잘 생긴 청년 두 명이 앉아 있다가 마이크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조절해 주었다. 나누어 준 이어폰을 귀에 꽂으니 서로의 말소리가 가느다란 선을 통하여 생생하게 들려온다. 재미있다.

 

▲방송 준비 중인 전웅재 씨

 

“안녕하세요~저는 파크라디오의 안현진입니다~ 안녕하세요~저는 전웅잽니다~ 오늘도 초대 손님이 오셨습니다~ 직접 소개 부탁합니다~”

 

라디오 방송은 예상보다 훨씬 즐거웠다. 통통 튀는 낭랑한 목소리의 안현진, 전웅재 씨의 거침없는 진행 덕에 녹음은 막힘없이 술술 풀려나갔다. 초대 손님을 위한 여러 가지 질문과 대답이 오가고 신청곡까지 알뜰히 챙긴 후 녹음이 끝났다. 라디오 녹음 과정에 잠시 참여하고 보니 협동조합 청청이 더욱 궁금해졌다.

 

'청청'은 청소년과 청년의 교육문화 사업을 하는 싱싱하고 푸른 이들의 모임이다. 방송국을 청소년 사업, 작은 결혼식을 청년사업으로 각각 청소년, 청년의 앞 글자를 따서 '청청'이라고 이름 짓게 되었다고 한다. 청청은 2016년 1월 협동조합을 추진하고 2016년 11월 법인 설립을 했다. 청청은 하는 일이 많았다.

들여다보니 현재는 물론이거니와 미래에는 끝없이 뻗어나갈 탄탄한 곳이었다. 일단 구성원들이 젊다. 풋풋하고 싱그럽다. 아직 나이가 모자라 대기 중인 예비조합원까지 수십 명이 있다. 피 끓는 청춘들이 모였으니 거칠 것이 없어 보였다. 무엇을 하든 될 수밖에 없는데 갖고 있는 콘텐츠도 좋고, 생각도 열려있다.

청청의 사고는 말랑말랑 창의적이다. 거기에 더해 청청의 대표 곽수현 씨는 첫눈에도 당차고 야무져 보인다.

 

"저보다 우리 청년들 인터뷰 해주시면 더 좋아요!"  인터뷰 첫 마디에 곽수현 대표가 한 말이다.

 

자신보다 젊은 조합원을 돋보이게 하려는 대표. 수많은 협동조합 중 이런 대표가 몇이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원한 커피를 하나씩 손에 들려주고는 라디오 녹음에 방해가 된다면서 조용히 물러가는 것도 참 마음에 든다. 존재감만으로 팀에 믿음을 주는 리더라는 생각이 들었다. 든든한 기둥인 대표 곽수현 씨와 통통 튀는 젊은 조합원들이 있는 협동조합 '청청'이 즐겁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방송을 마치고(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안현진, 전웅재, 곽수현,박건우, 최시우, 박건우)

 

청청의 시초가 되었다는 4년 된 동아리 '우마미틴'과 '우마미영'은 그 이름도 흥미롭다. 우마미틴(teen)은 10대, 우마미영(young)은 20대를 뜻한다.

'우마이틴'에서 '우마미영'으로 들어오면 조합원이 될 수 있단다. 

 

"청청의 목표는 역촌동 사무소에서 진행하는 마을기업에 선정되는 것이에요. 지역구에서 주로 활동하니까 80%는 은평구 주민이고요. 교회나 성당 공동체처럼 선배가 후배를 가르쳐 주는 방식인 셈이죠. 대학에 안 가거나 아예 직업을 은평에서 찾고 싶은 친구들도 있어요. 그래서 저희는 청소년과 청년의 생활 안정, 문화, 미디어 등 다방면에서 이들을 지원해주고 싶은 거고요. 주 아이템이 방송국과 작은 결혼식인 거예요." (50플러스 서부캠퍼스 인터뷰 중에서)

 

서부캠퍼스 공유사무실인 '스페이스 힘나'에 입주한 뒤 했던 인터뷰에서 보면 50플러스와 인연을 맺은 것도 재미있다.

 

"라디오를 녹음할 수 있는 정도 공간의 스튜디오가 있긴 한데, 월세도 비싸고 공간도 좁고 해서 다시 세팅할까 고민을 하고 있었어요. 그러던 차에 재밌는 프로젝트를 한 번 했었는데, '역촌동사람들'이라는 마을 미디어를 했거든요. 그때 각계각층 남녀노소 역촌동 사람들, 동장님, 도서관 관장님, 강사님들, 학부모님들까지 모두 만났었어요. 그렇게 마을 미디어를 하면서 서부캠퍼스와도 연이 닿았죠." (50플러스 서부캠퍼스 인터뷰 중에서)

 

청청은 세대를 아우르는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정신이 있다. 컴퓨터에 앱을 설치하여 방송을 진행하는 파크라디오 외에 지난 7월 19일 은평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작은 결혼식도 협동조합 청청이 주관했다.

 


▲2018 은평 작은 결혼식 한마당 / 사진:  청청 제공

 

작은 결혼식을 잠시 소개하면, 말 그대로 하객을 5~60명으로 두는 소규모 맞춤형 결혼식 사업이다. 결혼식에 큰 비용을 쓰고 싶지 않거나 허례허식 없이 결혼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주민 센터를 결혼식장으로 이용하고 음식을 함께 준비하거나 간소화 시키는 등 마을 사람들이 함께 도와 비용을 적게 들이는 마을결혼식이다.

 

곽수현 대표는 작은 결혼식만큼은 돈이 아닌 가치를 부여하고 싶다고 말한다. 돈이 아니라 삶의 의미를 찾고 싶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고 즐겁단다. 청청의 기본 정신도 그렇다.

 

"청소년들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 만날수록 안정적으로 크잖아요. 개성도 다 다르고 다양하니까 배울 점이 많은 거죠. 역사, 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선생님들과 서로 돕고 배울 수 있어서 좋아요." (50플러스 서부캠퍼스 인터뷰 중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서 경험을 쌓는 것에 감사하다는 늘 배우려는 자세 역시 청청의 정신이 빛나는 이유다. 라디오 녹음을 마친 후 다음 일정이 있는 안현진, 전웅재 씨와 인사하고 함께 있던 조합원들과 솔직 발랄한 청춘인터뷰를 이어갔다. 먼저 청청에 합류하게 된 계기를 물었다. 

 

"방과 후 동아리 활동을 하다가 성인이 되면서 자연스레 들어왔어요."

"저는 지금 고등학교 1학년이라 예비 조합원이에요."

 

박건우라는 같은 이름의 두 친구는 우마미틴을 거쳐 조합원이 되었고, 최시우라는 예쁜 친구는 우마미틴에 합류한지 4년 차지만 나이가 어려서 아직 예비조합원으로 있다고 밝혔다.

 


▲인터뷰를 마치고 (왼쪽부터 시계방향 박건우, 박건우, 채시아)

 

조합원인 두 친구 중 한 친구는 현재 진로를 정해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있고, 진로를 잠시 미룬 한 친구는 이제 막 경영학에 대해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대학 진학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아직 어린 최시우 양은 예비 조합원으로서 열심히 공부하며 청청에 참여하는 중이다. 협동조합 청청의 조합원이 된 계기에 대해 물었을 때, 세 친구는 하나같이 눈빛을 반짝이며 라디오 방송을 만드는 이 일이 좋다고 말했다. 멋진 대표에 어울리는 멋진 조합원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표님이 우리에게 기대치가 높으세요. 그 기대치에 맞춰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죠."

 

그래도 하다보면 좋기만 할까 싶어 물었더니 잠시 망설이다 내놓은 대답이다. 기대를 한다는 것은 그만큼 믿음이 있다는 것이다. 조합원을 신뢰하는 대표와 그에 부응하려는 조합원이 모인 협동조합이 청청이었다. 곽수현 대표는 청년들의 잠재력에서 가능성을 본다.

 

“우린 학원도 아니고 스펙 쌓는 조직도 아니거든요. 독특한 경험들을 한다는 자체에 재미를 느끼고 다들 모여드는 것 같아요. 한 명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수십 명이 함께 하고 있어요.” 

 

은평구 주민으로서 이렇다 할 문화공간이 없고, 청년들이 졸업과 동시에 마을을 떠나는 것이 안타까워 내가 자란 지역에서 무언가 해보자고 시작하게 된 협동조합 청청. 곽 대표는 우리나라에 해결을 요하는 사회 문제들이 많다는 것을 느끼고 특히 그런 부분에서 세대를 통합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참! 오는 9월 서부캠퍼스에서  <1인 디지털 미디어 크리에이터>라는 정규과정도 운영한다는 반가운 소식!

오늘 만난 이 열정 넘치는 청년들과 직접 디지털미디어를 만들어  볼 수 있다니, 벌써부터 기대된다. 

 

앞서 가는 콘텐츠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피 끓는 청춘들의 무한 성장 가능성이 있는 협동조합 청청. 이제는 조합원으로 있는 청년들의 월급을 주고 싶다는 곽수현

대표의 바람처럼, 가까운 미래에 은평구의 대표 브랜드로 떠오르길 응원해 본다.

 

 


■ 협동조합 청청
(03432) 서울 은평구 갈현로7가길 9-7
라디오스튜디오: 불광역 4번 출구 도보 2분(불광역 4번 출구)
강의실: 혁신파크 50+서부캠퍼스 3층(불광역 2번 출구)
tel: 02-2271-2521 / fax: 02-6280-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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