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산촌학교 2기> 임업 현장실습 동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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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이란 말은 흔히 듣지만 귀산촌이란 말은 다소 낯설다. ‘귀산촌이란 단어가 주는 뉘앙스가 마치 귀곡산장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나만의 아재 감성 탓인가, 익숙치 않은 단어 사용 탓인가. (하마터면 귀신촌으로 읽을 뻔했다. 그래서 보통은 귀산촌이 아닌 귀산이라고 쓴다) 한편, 남성과 여성의 귀산촌에 대한 가치관은 신체적 특질만큼 다르다. 특히 50+세대 남성들은 귀산, 귀촌을 평생의 로망으로 삼아 낙향 후 한가롭고 목가적인 삶을 기대하지만, 여성들은 몹시 현실적이어서 도회지의 편리한 문화생활과 네트워크로 연결된 지인들과의 지속적 관계를 선호하는 까닭에 그 간극을 메우기란 쉽지 않다.

 

귀농(歸農), 귀촌(歸村), 산촌(山村), 귀산촌(歸山村)이란 각각 무엇일까?

귀농이란 '도시에서 다른 일을 하던 사람이 그 일을 그만두고 땅을 이용하여 농작물과 가축을 기르는 농사를 위해 농촌으로 돌아가는 것'이고, 귀촌이란 '농촌에 내려와 농업 이외의 직업을 주업으로 하는 생활'로 정의한다.


산촌이란 산림청 홈페이지에서 경작지와 인구는 적은데 산이 많은 청정한 자연지역에서의 휴양, 치유 활동과 산림 연계 서비스 산업 등 새로운 일자리와 소득을 얻을 수 있는 경제적 도전 영역으로 각광받는 지역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귀산촌이란 산촌으로 이주(주소지 이전)하는 것을 말하지만, 구체적으로는 산림자원을 활용하기 위해 산림 관련 커뮤니티 활동이나 생활·생업을 위해 산촌으로 이주하는 행위이며, 자신의 주된 주거지를 도시에서 산촌으로 옮기는 것이라고 한다.

결국 귀산촌이란 막연했던 산촌의 삶을 기대한 대로 구체화하는 것이다.

 

서울시50플러스 서부캠퍼스와의 협업으로 귀산촌학교는 2기 귀산촌 교육99일부터 1125일까지 매주 1회씩 오리엔테이션부터 시작해 정책과 제도, 산림경영 정보 등 차근차근 깊이를 더해가는 방식으로 총 12회차로 진행하고 있다. 930일 제4회차는 임업 현장 학습이었는데, 충남 부여에 있는 밤 수확 체험을 위해 현장 교육센터로 시민기자가 동행하였다.

 

아침 7시 서초동을 출발한 버스는 두 시간을 쉼 없이 달려 부여 은산에 도착했다. 귀산촌학교 관계자와 교육참가자 13명이 참가한 이번 현장학습은 온종일 비가 왔던 전날과 달리 날씨마저 쾌청하여 교육 만족도와 체험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일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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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 수확을 준비하는 참가자들

 

마중 나온 김은환 강사로부터는 장갑과 집게, 자루 등 도구들을 전달받고 삶은 밤을 맛보면서 수확 방법 등에 관한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이후 현장에 삼삼오오 배치되어 밤 수확에 나선 참가자들은 구슬땀을 흘리면서도, 때로는 웃음으로 때로는 진지하게 미래 구상과 임업 정보를 주고받았다. 뚜렷한 목표 의식과 동류라는 유대감이 있었기에 어색했던 분위기가 금세 화기애애해졌다.

 

참가자 대표인 송영기 회장은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유익하고 실속 있는 교육의 기회를 마련해 준 서부캠퍼스 관계자와 서울귀산학교에 감사의 표시를 전하면서 50+세대로써 다가올 미래를 잘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참가자 김영수 씨는 체험과 연계된 살아있는 현장 교육이 너무 좋았다면서 서울에서 현장까지는 다소 거리가 있어 이동시간만큼 교육 시간이 줄어든 점을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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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확한 밤을 집계하는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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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 수확 분야별 수상자들

 

한편 노동의 즐거움과 수확의 재미를 배가하기 위해 가장 많은 양을 수확한 참가자, 가장 굵은 밤을 수확한 참가자, 밤톨이 가장 많이 든 밤송이를 수확한 참가자를 뽑는 시합도 진행했다. 수확 종료 후 시상을 위한 평가와 검증이 끝나고 맛있는 도시락으로 점심 식사가 이어졌다. 잠시 휴식 후 김은환 강사의 현장을 접목한 노련한 강의와 각종 사례 해설, 과수 재배와 영농방식에 관한 체험 소개가 오후 내내 이어졌다. 차분하면서도 진지하게 참가자들은 형형한 눈길을 보내며 하나라도 더 배우기 위해 경청하였다. 끊이지 않았던 질의응답은 열정적인 강의의 결과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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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를 경청하는 참가자들 

 

귀산촌학교에서는 이후 산림경영계획 수립 및 활용(5회차), 주요 산채 육묘관리와 이용(6회차), 산림 유실수 재배와 이용(7회차), 귀산촌 정착을 위한 산림농원 개발(8회차), 좋은 산 구매 요령(9회차) 온라인 SNS 마케팅 활용(10회차), 산림 복합경영(11회차), 임산물 가공 유통 판매 전략(12회차)을 차례대로 교육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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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험 위주 강의 현장


이번에 기회를 놓쳤더라도 귀산촌에 관심이 있거나 준비하고 있는 분, 체계적인 귀산촌 계획을 수립하고자 하는 분, 임업후계자 지정을 통해 혜택을 받고자 하는 분(세금 감면, 자금 융자 등)은 제3기 귀산학교에 참여하는 것이 좋겠다. 각종 정책에서부터 임산물 생산, 유통, 홍보, 산림복합 경영까지 꼭 필요한 정보 제공과 인적 교류 활동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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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확한 밤을 집계하는 현장


현장 체험학습을 기화로 귀산촌학교 2기 교육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고 교육참가자들 모두 뜻한 바를 성취할 수 있기를, 그래서 제3, 4기도 그 기운이 이어지기를,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서부캠퍼스와 서울귀산학교의 사업협력이 무궁한 발전으로 확대되기를 기원해 본다.

 

사족 : 귀산촌학교를 운영하는 한국골판지포장산업협동조합2019년 산림청 전문 교육기관으로 지정받아 체험 및 현장실습 중심의 교육을 시행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평창, 홍천, 수원에 실습장을 열었다.


 

[글/사진 : 50+시민기자단 4기 정종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