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버스킹을 꿈꾸며"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다. 서울시50플러스 서부캠퍼스와 업무 협약을 체결한 <루덴스키친>에서 진행하는 수강 안내문이 나왔을 때,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기타를 배우기로 결정했다. 지금으로부터 수십 년 전부터 배우고 싶던 기타. 더 정확히는 어린 마음에 왠지 폼이 나서 배우고 싶던 기타였다.

종로에 있는 낙원상가 근처를 지날 때면 유리문 안으로 훤히 들여다보이는 진열장 안에 세워둔 윤이 반짝반짝 나는 세고비아기타에 마음을 뺏겨 가던 길을

한동안 멈추기도 했었다.

 

왜 하필 기타였을까? 하긴, 이유 없이도 끌림이 가는 물건이긴 하다. 수려한 곡선과 청량한 소리로 단번에 마음을 뺏는 기타.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미련은 생각보다 더 오래 마음에 둥지를 튼다. 그 당시엔 누구라도 그랬을 것이다.

 

▲<루덴스 문화강좌>포스터. 루덴스키친 제공

 

1970년대와 1980년대는 포크송으로 불리는 통기타 음악이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던 시기였다.

아직 어린 학생들은 실처럼 가느다란 여섯 개의 줄을 뜯으며 노래 부르는 통기타 가수들의 음악에서 위로를 받고 기타소리와 함께 어른이 되었다.

통기타 가수 김세환이나 외국 곡을 번안해서 부르던 트윈폴리오의 송창식, 윤형주, 요절한 가수 김정호 등 일부 가수들의 인기는 요즘의 빅뱅이나 방탄소년단 못지않게 높았다. 어른들이 노래는 잘 몰라도 방탄소년단을 아는 것처럼, 음악에 관심이 없어도 누구나 김세환과 트윈폴리오의 송창식, 윤형주를 알던 시대였으니 말이다.

 

   

▲루덴스키친의 첫 수업(좌), 비행기 악보(우)

 

기타강좌 첫 수업은 루덴스키친에서 진행되었으며, 두 번째 수업부터는 서부캠퍼스의 흥얼 교실에서 진행되고 있다.

지금은 50+세대가 된, 통기타 하나로 여학생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을 '교회오빠'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분이 기타 스승이다. ^^

 중학생이던 까까머리 시절에 기타의 매력에 빠졌다는 분. 한때는 통기타 가수를 꿈꾸지 않았을까 싶을 만큼 음색도 좋다.

가족을 위해 한동안 내려놓았을 기타를 같은 50+세대를 위해 다시 품에 안은 교회오빠 김대현씨는 서부캠퍼스 50+인생학교 출신이기도 하다.

 

1970년대 후반 까까머리와 단발머리였을 사람들은 50+세대가 되어 목요일마다 어깨에 가방 대신 기타를 메고 서부캠퍼스로 모인다.

한 때 기타리스트를 꿈꿨을지도 모를 머리가 희끗한 사람들을 앞에 두고
 

“자! 보세요. 손가락을 이렇게 하면 A코드가 됩니다.”
“조금만 연습하면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거예요.”

 

교회오빠가 G코드를 보여주며 아무것도 아니라는 표정으로 말할 때마다 수강생들은 팽팽하게 당겨놓은 기타 줄에 손가락을 정확히 맞추느라 목을 길게 빼거나,

기타를 줄이 보이는 위치로 누이기 바쁘다. 그럴 때면 기타 스승은

 

자꾸 하다 보면 안 보고도 감으로 코드를 잡을 수 있어요~그렇게 연습해야 하고요.”

 

머리로는 아는데, 몸이 안 따라주니 여기저기서 거북이처럼 느릿느릿 목을 넣었다 뺄 수밖에 없다. 그뿐이 아니다. 잘 사용하던 손가락마저 말을 안 듣는다.

 

   

 

“떠~엇~따 떠~엇~따 비행기 날~아~라 날~아~라 높~이 높이 날~아라 우리 비행기~” 

 

첫날 우리는 A코드와 E코드를 배운 후, 입만 떼면 부를 수 있는 동요 '비행기'를 기타 치며 불렀다. 다른 분들은 만져보기라도 했는지 썩 잘하는데, 오랜 기간 동안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을 뿐 처음 기타를 손에 잡아본 나는 코드 두 개를 부드럽게 연결하는 게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렵게 느껴졌다. 할 수 없이 A코드 하나로 버텼다.

다행인 것은 다른 소리에 묻혀 그런대로 비행기처럼 들렸다는 것이다. 

 

▲기타 연습에 열중한 유상모씨 

 

한 시간 반 내내 칭찬으로 초보들을 격려하던 교회오빠는 첫 수업이 끝난 후

"다음에는 손톱 검사합니다."라고 말했다. 왼쪽은 짧게, 오른쪽 엄지와 검지는 길게 손톱을 관리해야 다른 줄을 건드리지 않고 코드를 제대로 잡을 수 있다면서.

 

기타강좌는 한 시간 가량은 기타를 배우고 남은 시간은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한다. 선곡은 50+세대에게 익숙한 70년대 이후의 팝이나 가요다.

기타는 주로 선생님이 치고 원래 할 줄 알았던 분들이 조심조심 따라 치는 정도지만 손바닥으로 기타를 두드리며 장단만 맞추는 것도 생각보다 꽤 즐겁다.

따로 연습할 시간이 없었던 나는 세 번째 수업에서 다른 분들이 김종환의 '당신도 울고 있네요'를 띄엄띄엄 연습하고 있을 때가 되서야 비행기를 제대로 쳤다.

비로소 내 귀에도 노래가 제대로 들렸다. 잘 배워서 '서른 즈음에'를 치겠다고 했더니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를 불러야 되는 거 아녜요?"하고 놀린다.

모두 하하 호호 배꼽을 잡고 웃었다.

 

아무렴 어떤가. 품에 기타가 있고 코드 두 개 알아서 '비행기'도 띄웠으니, 이렇게 가다 보면 언젠가는 좋아하는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멋지게 치면서 노래를 부르게 될지. 중요한 건 50+인 우리가 기타를 배워 공연을 하겠다는 마음을 먹었다는 거. 확실히 무언가 시작하기에 늦은 나이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