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적북적 캠페인, 50+감성필사 후기

-

 

제3회 남부캠퍼스 도서문화축제 포스터

 

가을이 되면 별로 이룬 것도 없이 시간을 낭비하였다는 자책으로 왠지 마음이 허전해진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로 한 일이 없는 것 같아 더 공허함을 느낀다. 책을 읽으면 내적 충만을 얻는다. 채워져 있으면 웬만한 외부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다. 옛 선비가 평생 책을 가까이 한 이유가 아닐까. 코로나19 사태에도 남부캠퍼스는 「책으로 세상을 연결하다!」라는 표제로 제3회 도서문화축제 온라인 북적북적 캠페인을 열었다. 비대면으로 ‘아무책챌린지’ ‘50+감성필사’, ‘원 북 콘서트’, ‘구로책축제’ 순서로 진행된다.

 

원 북 선정은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쳤다. 첫째, 아무책챌린지를 통해 50+가 관심 두는 도서 후보 6권을 추렸다(『공간이 만든 공간』, 『나는 말하듯이 쓴다』. 『혼자가 혼자에게』 『지금 이대로 좋다』, 『더 해빙』, 『김미경의 리부트』). 둘째, 50+당사자 4명과 도서 전문가 4명에게 통해 서면 자문을 받았다(과거 2년은 대면으로 회의 진행). 셋째, 온라인으로 후보 책에 대해 원 북 투표 진행했다. 그 결과 『혼자가 혼자에게』가 24%의 찬성을 얻어 올해의 원북으로 뽑혔다. 이병률 시인의 산문집이다. 잘 모르는 문인이어서 찾아보니 유명한 시인이자 산문가이다. 시집으로 『바다는 잘 있습니다』, 『눈사람 여관』, 『이별이 오늘 만나자고 한다』, 산문집으로 『끌림』, 『내 옆에 있는 사람』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가 있다.

 

『혼자가 혼자에게』

 

원 북 감성 필사 희망자를 2차에 걸쳐 모집했다. 필사하여 제출하고 우수작품은 전시한다. 속도를 추구하는 시대이다 보니 큰마음 먹지 않으면 필사할 기회를 좀처럼 가지기 힘들다. 시간이 걸리고 힘들기 때문이다. 소설가 조정래가 며느리 될 여성에게 무지막지하게 10권짜리 대하소설 『태백산맥』을 필사할 것을 요구하였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200자 원고지로 1만 6천5백 매에 달하는 분량이다. 진심과 끈기를 테스트한 것이리라. 불교에서 3천 배 하는 것과 같다.

 

잘 쓰려면 좋은 글을 필사하는 것이 좋다는 것을 듣고 몇 번 시도하다 실패한 아픈 경험이 있다. 명로진의 『베껴쓰기로 연습하는 글쓰기 책』, 이세훈의 『선택적 필사의 힘』을 읽었다. 글쓰기를 효과적으로 배우는 방법은 다른 작자의 글을 베껴 쓰는 것이다. 필사하면 천천히 책을 읽게 된다. 천천히 오래 보아야만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 작가의 생각이 담긴 글의 구조를 파악한 다음 선택적으로 필사하면 그 효과가 배가된다는 글을 보고 시도해 보기도 했지만, 인내가 부족해 성공하지 못했다. 양적 축적이 질적 비약을 이룬다는 베르그송의 말이 생각난다. 무에서 유를 만들 수 없다. 오랜 시간 모방하고 연습해야만 새로운 경지에 다다른다. 예술, 운동, 학문에 모두 통용되는 진리이다. 누구도 피할 수 없다. 1만 시간의 법칙도 같은 원리를 말한다.

 

이번 필사는 선택적 감성 필사이다. 전부 쓰는 것이 아니어서 부담이 적다. 감명 깊게 읽은 구절을 예쁜 원고지에 다양한 형식으로 작성해 제출한다. 다 공감이 가는 글이지만 여러 번 읽고 제일 인상이 깊은 구절을 찾았다. 혼자 있는 시간의 가치에 관해 쓴 구절이다. 참고로 다른 사람이 보낸 작품을 살펴보았다. 신기하게도 사람마다 다른 구절을 골랐다. 서로의 생각과 느낌을 나누면 이해가 풍성해질 것 같다. 시간적 여유가 주어진 이번 기회를 활용하여 선택적인 필사가 아닌 전사를 하기로 했다. 작년 북적북적에 참가했을 때 책 1권이라도 필사를 해 보겠다고 하였는데... 올해 다시 시도해 보기로 했다.

 

필사하여 제출한 글 일부

 

코로나19 사태로 본의 아니게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런 경험이 적어 힘들지도 모른다. 어차피 나이가 들면 혼자가 된다. 지금부터 자립하는 것에 익숙해져야 한다. 내성적인 성격이라 혼자 있다 보니 혼자인 것이 낯설지 않다. 더 편할 때도 있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일을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사람 이상과 여행을 같이 가보면 여러모로 불편함을 느낀다. 두 사람이 같이 여행 가면 헤어진다는 말이 있다. 하나하나 의견 조정을 해야 하니 힘들다. 양보하지 않으면 다툼이 일어나 사이가 멀어지는 경우도 빈번하게 생긴다.

 

사이토 다카시는 『혼자있는 시간의 힘』에서 기회는 혼자 있는 순간에 온다고 했다. 누구에게 휘둘리지 않고 자신을 발견하기 위해서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적극적으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자기 안의 샘을 파고, 지하수를 끌어 올려야 한다. 자유롭게 내면에 축적된 내공을 꺼낼 수 있는 사람은 누구에게나 매력적으로 보인다.」 「수동적인 고독을 넘어 적극적인 고독을 선택한 사람, 안락한 자리를 뿌리치고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는 사람은 깊고 빛난다.」라는 구절이 공감이 갔다. 인간은 밀실과 광장 모두를 필요로 한다. 실력은 밀실에서, 인격은 광장에서 형성된다. 혼자 굳건히 설 때 함께 잘 설 수 있을 것이다.

 

 

감성필사 행사가 끝나고 이병률 시인과 같이하는 원 북 콘서트를 10월 8일 16시에 유튜브 라이브로 진행한다. 책을 읽으며 궁금한 내용이 있었다면 수강 신청하고 참여할 수 있다. 습관이 중요하다. 책 읽는 것도, 필사도 습관이다. 계속해서 실행해서 익숙해지면 힘들지 않다. 10월 17일 토요일 구로책축제가 열린다. 공식 책축제가 끝나면 나만의 책축제가 시작된다. 시간에 구속당하지 않고 내면을 살펴보며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는, 놓칠 수 없는 기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