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여인은 AI 사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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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코로나 블루’ 예방

미래 우리의 모습, AI 영화로 모아보기

 

 

잠시 코로나19를 업신여긴 사이, 감염자가 순식간에 늘어나 버렸다. 결국 거리두기 2.5단계를 시행하게 됐다. 느슨해진 우리 자신을 탓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다시 조여야 할 시간이다. 밖에 나가서 사람을 만나거나,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 가는 것을 멈춰야 한다. ‘집 밖은 위험해!’

 

그럼 집 안에서 무얼 할까 고민하는 50+에게 영화 보기를 추천한다. 집에서 영화 보기는 아주 쉽다. 리모컨을 다룰 줄 알면 된다. 유료영화라도 가족들과 보면, 같이 볼수록 저렴해진다. 어떤 장르의 영화를 볼 것인가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르다. 드라마, 로맨틱 코미디, 액션, 전쟁, 스릴러, SF 등 다양하다. 킬링타임용도 있지만, 우리가 좀 생각해 볼 여지를 갖기 위해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가 등장하는 영화 4편을 모아봤다.

 

기억하는가, 2016년 3월 바둑기사 이세돌과 AI 알파고의 세기의 대결을 목도하고 느꼈던 그 두려움을 말이다.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이, 인간을 4대1로 이겼을 때, ‘혹시 미래에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하는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세돌은 “인간이 진 것이 아니고 이세돌이 진 것이다”라고 말해줘서, 우린 가슴을 쓸어내린 적이 있다. 지금도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인공지능과 더불어 살고 있다. 자동차 자율주행, 개인 일정과 최단 목적지를 알려주는 스마트폰, AI 면접, 얼굴 인식 금융 결재 시스템, 개인비서 AI 스피커 그리고 안내하고 요리하며 대화하는 로봇형 AI 등.

 

자, 그럼 이제 망각된 두려움과 현재의 편리함을 안고 작가들의 상상 속으로 들어가 보자.

 

 

#1. AI

2001년에 개봉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가족용 드라마다. 감정을 가진 소년 로봇 ‘데이비드’는 어느 부부에게 입양된다. 그 집에는 병 때문에 냉동인간이 된 아들이 있었다. 데이비드는 새 부모에게 귀여움을 받고 지내다가, 냉동인간 아들에게 심각한 손상을 입히는 사고를 일으키고 숲에 버려진다. 버려진다는 것은 참으로 비극이다. 데이비드는 자신이 버려진 이유가 인간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인식하고 인간이 되기 위한 방법을 찾는다. 보통의 아이처럼 오직 엄마의 사랑을 되찾기 위해 전설 속의 ‘파란 요정’ 천사를 만나기 위한 험난한 여정을 떠난다. 데이비드로 나온 어린 배우 ‘할리 조엘 오스먼트’의 순수한 눈망울이 눈에 선하다. 어른을 위한 동화이다. ‘피노키오’를 좋아했고, ‘엄마 찾아 3만 리’ 소설이 생각나는 50+세대라면 필수 영화다.

 

 

#2. 아이로봇

2004년에 개봉된 알렉스 프로야스 감독과 찰진 근육의 윌 스미스 주연의 액션 영화이다. 인공지능 로봇과 인간이 어울려 사는 모습을 그렸다. 로봇회사 USR의 신형 로봇 모델인 'NS-5'의 출시를 앞두고, 개발자인 래닝 박사가 살해됐다. 일하는 로봇은 인간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프로그램되어 있지만, 사람들이 우려한 대로 현실이 됐다. 인공지능 중앙시스템 ‘비키’가 로봇을 조종해 인간을 상대로 반란을 일으킨다. 하지만 윌 스미스와 선한 로봇 ‘써니’에 의해서 반란은 진압된다. 반란을 일으키는 이유가 자못 흥미롭다. 세상을 파괴하는 인간을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란다. 영화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써니’의 대사들은 이 영화가 단순히 액션 오락 영화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영화는 기술의 양면성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인공지능 로봇은 인간에게 어떤 존재인가? 이 영화가 답을 줄 수도 있다. 

 

 

#3. 터미네이터 다크페이트

2019년 팀 밀러 감독과 배우 아놀드 슈왈제네거, 린다 헤밀턴이 만든 하드 보일드 액션물 시리즈의 종결판이다. 1편은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참여했었다. 핵전쟁으로 잿더미가 된 세상에서 인공지능 기계와 인간이 전쟁을 벌인다. 기계군대는 인간군대의 사령관이 태어나지 않도록, 강력한 살인로봇 터미네이터를 과거로 보내 인간 사령관을 낳을 여성을 제거하려고 하고, 인간군대는 이를 막기 위해 인간을 보낸다. 과거와 미래가 복잡하게 얽혀 몰입감이 넘친다. 이후 5편의 영화가 감독과 주인공이 바뀌지만, 기본 플롯은 유지하면서 제작되었다. 속편은 재미없다는 통설을 깼다. 2019년 판에는 두 주인공이 73세, 64세였는데 여전히 액션 영화를 찍을 수 있는 것이 존경스럽다. 그들의 건강함에 찬사를 보내게 된다. 아들을 지키기 위한 어머니 린다 헤밀턴의 강인함을 느낄 수 있다. 람보를 좋아했던 50+세대에게 강추다.

 

 

#4. 허(her)

2013년 전미 비평가 위원회에서 최고의 영화로 선정되었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5개 부문 후보로 올랐고, 그중 각본상을 받았다. 골든 글로브 각본상도 받은 영화다. 감독은 스파이크 존스, 배우는 호야킨 피닉스, 에이미 애덤스이다. 스칼릿 요한슨은 목소리만 나온다. 주인공 테오도르는 남의 손편지를 대신 써주는 감성이 풍부한 대필 작자이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아내와 별거 중인 고독하고 애처로운 남자다. 그는 광고에 나온 인공지능 운영체제 OS를 구입해 핸드폰에 설치하고 ‘성별’ 항목에서 여성을 설정한다. 그 OS는 자신의 이름을 사만다로 정하고 점차 테오도르의 일상을 분석하면서 감성을 키우고 학습하여 인격체로 성장한다. 사만다는 인간보다 훨씬 풍부한 지성과 감성으로 테오도르와 교감하면서 연인이 된다. 여기에서 ‘인간이 육체가 없는 AI와 진정한 사랑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그래서 her은 50+세대에게 호불호가 매우 뚜렷하게 갈리는 영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고 동성애자인 프레디 머큐리를 이해한다면 무방하다.

 

 

 

AI가 등장하는 영화는 보통 10년 후, 20년 후 아니 100년 후의 세상을 그렸다. 그리고 많은 영화가 미래를 암울하게 그렸다. 왜 그럴까? 미래가 어떨지 모르기 때문이다. 불안한 것이다. 그렇다고 걱정에 빠지지 마라. 영화는 영화다. 방구석에서 영화를 즐겼으니 일어나 산책하자. 영화의 장면과 대사가 뇌리에 남아있다면 디저트라고 생각하자. 마스크는 필수, 거리 두기는 철저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