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좌명 : 위드 코로나 특강 : 재난과 인권 ① 지금 다시 '삼풍'을 기억해야하는 이유

◆ 강사 : 이선민 <저는 삼풍 생존자입니다> 저자

◆ 교육 기간 : 2021년 9월 15(수) 오후 2시 ~ 3시 30분) / 유튜브 라이브 

 

1995년 모든 국민을 경악에 빠뜨렸던 삼풍 백화점 붕괴 사고를 아직도 나의 일인 듯 기억하고 있다. 마침 그 사고 생존자가 특강을 한다고 해서 다시금 내가 그 사고를 당했던 듯 묘한 기분을 느끼며 온라인 강의에 참여했다강의 제목이 <지금 다시 '삼풍'을 기억해야하는 이유>인데 참으로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제목이 가슴을 울렸다. 강사 이선민의 지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한 펜더믹 시대, 재난이 닥치면 인권이 무시되는 경향이 있다. 슬픔도 그렇겠지만 위로도 함께 나누면 더욱 가벼워질 터이다.

 

 삼풍.png 

 서대문50플러스센터 유튜브 라이브로 열린 특강에서 학습자들이 실사간 댓글로 강사와 소통하고 있는 화면. 

 

강사 이선민은 20살의 나이였던 1995년 삼풍 백화점 붕괴 사고 당시 지하 1층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삼풍 백화점은 서울시 서초구에 있었는데, 사고 뒤, 그가 삼풍 사고 생존자입니다라고 말하면 사람들이 으레 강남 사람인 줄 착각했다. 그는 관악구 신림동에 살았었는데, 참으로 선입견이 무섭다고 느꼈다

이선민은 사고 이후 인생을 감당하기 힘들었다. 기억은 사고 당일의 기억보다 그 이후의 기억이 삶에 더욱 영향을 미친다. 하여, 그는 감정 조절을 많이 해야 했다사고 당시는 매우 더웠다. 건물이 붕괴되기 직전, 이선민이 누가 불러서 그를 향해 뛰어가는데, 건물에 뭔가 이상이 있다고 느낀 20초 쯤 뒤 무너져 내렸다. 삶과 죽음의 경계는 1~2초 사이에 지나갔다사고 뒤 외상은 심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그 당시에는 몰랐는데 내면이 심하게 무너져 내려 있었던 것이었다. 이선민은 그후 정신과 상담을 받았지만 내면 붕괴의 원인은 알 수 없었다매일 죽음을 염두에 두고 살라는 조언을 받기도 했다. 사고 이후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매일 죽을 것처럼 행동했던 그는 가지고 있던 명품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다 나누어주기도 했다사람은 삶에서 의미를 찾는 동물인데,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없었다

 

이선민은 어느 날 약을 한꺼번에 많이 먹었다. 깨어난 곳은 중환자 실이었는데 그는 살려준 사람들에게 짜증을 냈다. 그렇게 불행은 얼굴을 바꾸어서 계속 찾아왔다. 여행을 가도, 운동을 해도, 공부를 해도, 뭘 해도 재미가 없고 행복하지 않았다. 사는 게 재미가 없었던 것이었다. 매일 죽는다고 했는데도 매일 살았다

 

GettyImages-1247178073.jpg 

결국 그는 정말 행복해지고 싶어 행복에 대해서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보육원에 가서 자원 봉사를 시작했다. 그 전까지는 아이들이 싫었다. 아이들을 만져본 적도 없었다. 낳자마자 버려져 보육원으로 오는 아기들이 많았다. 그곳에서 생명의 신기함을 알아가며 아이들에게 빠져들었다. 자신이 말랑말랑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아이들이 팔을 벌리고 달려오는 모습이 아름다웠다이래서 사람들이 자식을 낳는구나 하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요즘은 아기들과 잘 논다. 인간이 어떻게 자라는지 모르면서 어떻게 행복을 알겠는가? 애들하고 하루를 지내고 오면 행복하다. 코로나 시대, 보육원 안에서도 아이들이 거리두기를 하고 있어 더 슬프다고 했다.

 

 

 image01.png
이선민 강사의 유튜브 강의 화면 중에서

 

행복한 사람은 모르겠는데, 불행한 사람은 뒤에서 봐도 알게 되었다. 이선민은, 이제 자신이 특별한 사고를 겪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일이 안 되면 죽을래"가 아니라 "죽을 힘을 다해서 살자"로 삶의 태도를 바꾸었다. 슬프지 않았던 모든 날들이 행복한 날들임을 이제 알았다

그 사고로부터 벌써 26년이 지났으니 이제 이선민은 46세이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아프다. 그래도 그때는 사람 사이에 인정이 더 있었다고 느낀다. 지금은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 사람 목숨이 기계 값보다 비싸면 사고가 없을 것이다. 삼풍 사고 이후 다른 사회적 참사에 관심이 많이 간다. 이제 과거로부터 무엇을 배웠고 얼마나 사랑했는가로 생의 가치를 매기고 있다. 인생은 절묘하게 행복 가운데 불행이, 불행 가운데 행복이 섞여 있다

그가 아직도 정신적으로 정리 정돈이 덜 되었다는 생각에 스스로 필명을 '산만 언니'라 하고 있다는 말이 가슴 아프게 남았다.  

 

글 최진근 2021사회공헌활동 서대문50+기자단


이어지는 위드코로나 특강: 재난과 인권 ② 팬더믹 시대의 밥과 인권 바로가기